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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신흥계곡에서 꼬리명주나비와 함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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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애 농부∙완주자연지킴이연대 활동가

“꼬리명주나비다!” 짧은 외침에 모두가 하던 것을 멈추고 C의 발가락이 훤히 드러난 샌들 위에 앉은 나비를 보기 위해 달려들었다. 나비골로 불리기도 했던 신흥계곡에서 오래전에 사라져 그 이름만 남아 있던 꼬리명주나비다. 꼬리명주나비와의 첫 만남은 순간 너무도 친숙하게 느껴져 살짝 도취에 빠지게 했다. 병든 세계의 축소판에서 외상을 겪는 동무들이 이뤄낸 작은 꿈 앞에서 미친 듯이 행복했다. 놀라운 것은 이 나비가 자신의 온몸을 사방에 드러내어 작은 날개를 팔랑거리며 이리저리 사람들 사이에 오가며 오랜 시간 머물렀던 것. 그날은 신흥계곡 토요걷기 158주 차가 되는 3주년을 기억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고, 사람 친화적인 나비는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나비-효과’를 뽐내고 있었다.

토요일마다 산이 뭉개지고, 계곡이 훼손되는 현장을 보며 걸을 수밖에 없던 동무들은 욕망의 자본주의를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궁리 끝에 떠오른 것이 나비였다. 사라진 꼬리명주나비를 복원하여 사람들을 유혹해보자. 욕망과 돈의 기분에 따라 갈팡질팡해지는 시대에 나비는 사람들의 정서 속으로 가장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곤충이지 않을까?. 또한 운이 좋으면 나비가 불러오는 그 ‘나비효과’라는 것이 신흥계곡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지 않은가. 나비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농약이 닿지 않는 하천을 주변에 두고 자주 살펴볼 수 있는 특정한 장소에 쥐방울덩굴을 심었다. (꼬리명주나비는 쥐방울덩굴만 먹는다) 지지대를 세워주고, 보듬어 주니 쥐방울덩굴이 잘 자랐다. 마침내 ‘애벌레 이주 대작전’을 진행했다. 부디 애벌레 중 한 마리만이라도 ‘걷기 3주년’ 되는 토요일에 우화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진행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수컷 꼬리명주나비 한 마리가 날라와서 우리를 그토록 매혹했던 것. 마침내 전설로만 듣던 꼬리명주나비를 신흥계곡에서 보는 순간 인간을 자연 속에서 하나의 종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함을 느꼈다.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영영 ‘인간으로서의 실수’로 머물 수밖에 없을 테니까. 

8월의 어느 날 폭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신흥계곡은 바람골로도 불릴 만큼 바람이 많다. 걱정되어 꼬리명주나비고치 105개를 유리온실로 옮겼다. 밤새 무섭게 폭풍이 몰아친 다음 날 온실에 가보니 수십 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제 막 고치에서 나온 나비는 그야말로 기진맥진하여 동그랗게 날개를 만 채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축축했다. 날개가 마르기 시작하자 천천히 펴면서 위를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 올라가더니 마침내 비상하는 나비가 되었다. 이제 세상을 향해 짧지만 아름다운 삶을 시작하는 것. 이 놀라운 광경에 꼼짝 못 하고 바라만 보았다. 나는 나비에 매혹당하고 있었다. 

“아직은 검은색을 띠지 않으니 열심히 노력하면 되돌릴 수 있어요.” 함께 신흥계곡을 걷던 황대권 선생님은 짙은 녹색의 해캄을 보며 말했다. 바람은 차갑고 계곡을 물들였던 낙엽은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걷기의 마지막 지점에 이르자 해캄은 계곡 바닥에 들러붙어 검은색이다. 선생님은 아무 말 없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살아있는 실체로서의 지구에 우리가 다시 매혹되어야 지구를 파괴하려는 우리 자신의 행위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다.”(토마스 베리)     

/이선애 농부∙완주자연지킴이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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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애 #문화마주보기 #신흥계곡 #꼬리명주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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