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과 군산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이 평소 조금씩 모은 성금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탁했다. 점점 추워지는 겨울을 따뜻하게 덥히는 아름다운 선행이다. 그것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어렵게 마련한 성금이어서 더욱 빛난다. 갈수록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우리 사회를 밝히는 등불같은 미담이다. 이러한 선행을 본받아 기부와 나눔의 문화가 더욱 확산되었으면 한다.
먼저 정읍의 사례를 보자. A어르신은 지난 22일 정읍시 연지동주민센터를 찾아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 4000만 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직원이 받아든 봉투에는 담담한 글씨체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어 노인은 직원에게 “적은 금액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알리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직원이 건네받은 봉투에는 1000만 원 짜리 수표 4장이 들어있었다. 주민센터에서 수소문한 결과 기부자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어르신은 혼자 살면서 돈을 쓸 일이 크게 없어 조금씩 모았고,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 기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 군산에 사는 B어르신은 23일 나운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1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1000원자리 100장이 든 봉투였다. 홀로 사는 이 어르신 역시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어르신은 “생계가 막막하던 때 수급자가 되면서 정부의 도움을 받고 생활고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며 “이웃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어 1000원짜리 지폐를 한 장씩 모았다”고 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거리가 더 벌어졌다. 취약계층 등 복지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의 선행은 감동적이다. 조금만 남을 도와도 생색내려 하는 게 세태다. 나이들수록 움켜 쥐려는 노욕을 가진 사람도 많다. 날씨는 추워지고 물가는 다락같이 오르는 팍팍한 현실에서 이들의 선행은 지금 남녁에 빨갛게 피어나는 동백꽃을 보는 것처럼 흐뭇하다.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더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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