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에 덕지덕지 나붙은 자극적인 문구의 정당 현수막이 논란이 된 지 오래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폐현수막으로 인한 환경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다.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그 정도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정책을 홍보하거나 상대 정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정당 현수막’이 부쩍 늘었다. 국회가 지난해 6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표시한 현수막은 지자체장 허가나 신고 없이 게시할 수 있고 장소나 수량의 제한도 받지 않게 됐다. 정당 현수막은 크기나 위치 등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법률과 시행령에 규정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대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르자 각 지자체들이 옥외광고물법과 시행령 개정을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했다. 또 인천시와 울산·대구·서울·제주 등 전국 각 지자체에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아 관련 조례를 개정했거나 속속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례는 상위법 위반의 소지를 안고 있어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지자체의 독자 행보가 이어지고, 국민 여론이 나빠지자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국회에 여러 건 발의됐다. 하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없다.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해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는데도 정치권이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정치활동에 제약이 되는 법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령의 특례 규정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당 현수막 특례’는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시민들의 반감과 분노만 키우고 있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 불신과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하루빨리 관련 법률을 개정해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정당 현수막 특례 규정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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