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생태계는 만물이 거의 암수로 나누어져 짝을 이루며 살아간다. 하찮은 미물에서부터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아침이면 까치가 요란하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까치 두 마리가 짝을 지어 날아다니면서 짖어대는데 그것도 해가 동쪽에서 비스듬히 중천을 향해 올라가면 소리는 끊기면서 눈에 잘 띄지 않고 어디론가 날아간다.
지난번 문인화를 교습받으러 다닐 때 이야기다.
선생님 댁은 양옥 이층집이었는데 남향으로 앞에 잔디를 깐 정원이 있었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정원수가 심어있었는데 아침이면 매일 직박구리 한 쌍이 날아와서 노닌다고 하셨다. 한 마리가 이쪽으로 날면 또 한 마리가 쪼르르 따라 날고 저쪽으로 날면 또 쪼르르 따라 날면서 아주 금실이 좋아 보인다고 하셨다.
그해 초여름, 직박구리 부부가 키가 조금 큰 박태기나무에다 둥지를 짓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마음이 설렜다. 둘이 무슨 깃털 같은 것을 물어 오는가 하면 어떤 때는 지푸라기 같은 것도 물어 와서 동그란 모양을 형성해 가고 있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어느새 직박구리 둥지가 반도 더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퍽 가상하고 기뻤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새로운 생명을 부화시켜 대를 이어갈 요량으로 박태기나무를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해마다 여름이면 태풍이 불청객처럼 불어오는데 그들의 둥지도 비껴가지 않아 여지없이 피해를 주었다. 밤새 불어대는 강풍이 창문을 흔들어 대더니 둥지 주변의 우거진 나무들을 강하게 흔들어 대니 무성한 초록 잎들이 못 견디며 아우성을 치고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조금 두려웠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아침이 되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은 차분히 개인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나는 그동안 연습한 그림을 지통(紙筒)에 말아 넣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선생님 댁을 방문했다. 그런데 우리를 맞이하는 선생님의 표정이 왠지 침울한 듯 느껴졌다.
“선생님, 직박구리들이 둥지는 다 지었는가요?”라고 물었더니 “아니요, 어제 태풍에 그만 산산이 부서져 잔디 위에 떨어져 있었어요”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보였다.
‘아 그래서 선생님 표정이 그렇게 어두웠었구나.’ 나는 직감하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아 고 귀여운 것들, 그 옆에 튼튼한 금목서에다 집을 지었으면 그런 낭패를 보지 않았으련, 쯧 쯧 쯧” 하시며 선생님도 혀를 차셨다. 그 뒤로 직박구리 부부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래서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었다. 생각할수록 가습이 아려온다. 그렇게 서운한 마음으로 여러 날을 보냈다.
직박구리는 봄이면 두세 개의 알을 낳고 암컷이 약 2주 정도를 품어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 그런데 거의 완성되어 가던 둥지를 잃은 직박구리 부부는 어디로 떠난 것일까? 얼마나 실망했을까?
이 계절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자연의 섭리는 언제나 순환하고 진화하기에 그들은 또 다른 나무에 부지런히 집을 지으려 소재들을 물어 나르며 둥지를 지을 것이다. 한 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더욱 튼튼한 나무에다 둥지를 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두손 모아 기도한다.
△배순금 수필가는 전주교대, 원광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지난 1975년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새교실 대상’을 수상했으며 전북여류문학회 회장, 전북시인협회 지역위원장, 지초문예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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