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만화뉴스] Man vs A.I.
#1. 서기 604년, 중국.대운하 건설이 한창이던 강남 땅, 젖은 몸을 말릴 틈도 없이 노동에 시달리던 인부가 십장에게 묻는다.아니,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있을 것 아닙니까? 우리 이러다 정말 죽겠습니다.십장은 그 인부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답한다.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지금은 너희를 쓰는 게 가장 싸다.#2. 서기 1943년, 동유럽.대규모 전차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독일 티거 전차의 압도적인 위력 앞에 소련군 전차가 허무하게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소련 전차의 숫자가 훨씬 많지만, 한 발 한 발로 소련 전차를 파괴해버리는 독일 티거 전차의 위력에 소련 전차병들은 공포에 휩싸였다.레닌그라드 출신의 한 전차병이 상관에게 물었다.아니, 이렇게 그냥 숫자만 믿고 가도 됩니까? 우리한테도 더 강한 게 있지 않나요?장교가 답했다.우리 전차 10에 적 전차 1대면 싸게 먹히는 거야.#3. 서기 2000년, 한국.초여름의 연병장은 푸른 지옥이다. 병사들이 몰려 나와 일부는 손에 호미를, 일부는 손에 자루를 들고 풀을 닥치는대로 뽑아대며 땅을 갈아엎고 있다.병장 계급장을 단 한 병사가 푸념한다.아니, 제초제나 예초기 같은 걸 쓰면 좋을텐데 왜 굳이 이 많은 인원이 제초작업을 하지? 말년에 이 무슨지나가던 행보관이 답한다.야, 생각해봐라, 너희가 훨씬 싸잖냐. 너희 시급 얼만데?(2000년 당시 병장 월급: 1만3700원)#4. 서기 2010년, 한국.모두가 기계로 포장하는 줄만 알았던 지우개의 비닐은 사실 사람이 포장하는 것이었다.전북 전주시의 한 가정에서, 모녀가 앉아 지우개의 비닐을 싸고 있다. 딸은 띠지를 감고, 어머니는 비닐을 둘러싼다.딸이 엄마에게 물었다.이런 걸 왜 기계가 안 하고 손으로 해?엄마가 답했다.사람 손으로 하는 게 더 싸서 그래.#5. 서기 2016년, 한국.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3월 9일부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열렸다. 상대는 프로바둑의 인간계 최강자 이세돌.한 판이라도 진다면 인공지능의 승리라던 이세돌과 그런 이세돌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치던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인공지능 알파고는 내리 3판을 이겨버렸다.인류의 반격은, 승패가 이미 갈린 상태에서 열린 제4국에서 시작됐다.앞선 세 번의 대국으로 알파고의 패턴을 파악한 이세돌은 마침내 신의 한 수로 전세를 뒤집고 첫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마지막 5번째 대국이 15일 열린 가운데, 인간의 반격은 계속될지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장장 5시간에 걸친 접전의 결과는, 알파고의 승리. 스코어는 4대 1이었다.옥스포드 마틴스쿨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전화판매원, 타이피스트 등은 머지않아 기계에게 그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99%에 달하고, 세무 전문가와 같은 전문직 노동자조차도 95.3%의 확률로 그 자리를 기계에 내줄 것으로 예측된다. 일부 언론사들은 이미 로봇 기자를 도입, 스포츠 경기 기사 등을 생산하고 있다.지난해 8월 26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과거 10년간 전라북도 사회변화상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 임금노동자 중에서 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4년 63.4%에서 지난 2014년 60.5%로 꾸준히 낮아져 왔다.반면 비정규직은 지난 2004년 16만3000명이었던 것이 지난 2014년에는 22만5000명으로, 그 수가 10년 새 38% 증가했다.(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558866)한국은 OECD 국가 중 노동자 평균 근속년수가 가장 짧은 나라(5.6년, 남성 6.7년여성 4.3년)로, 숙련노동자보다는 단순반복노동을 하는 미숙련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시장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숙련노동자를 키우는 것은 어렵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로 대체하는 이득이 가장 큰 것은 이들 고숙련노동자일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각종 기계문명의 혁신은, 어쩌면 인류를 저임금 단순노동으로 몰아내는 역할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우리는 인공지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서기 2050년, 한국.A루트: 희망편인류는 인공지능을 제어하고 새롭게 설계하거나 유지보수하는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내고,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전문직종의 가치가 올라간다. 기계의 노동을 바탕으로 인류는 훨씬 풍요로워졌으며, 이에 맞춰 혁신을 제어하고 부를 평등하게 나눌 수 있는 사회 제도 또한 갖춰지면서 빈부의 격차도 줄어든다.B루트: 절망편자본가는 혁신을 거듭하며 인공지능 기계에 고부가가치 노동을 맡기고, 기계 도입 비용보다 싼 임금으로 일하는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들을 고용해 잡무를 맡긴다. 이를 제어하려는 움직임은 규제 완화와 기술 개발 촉진,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명분으로 인해 번번이 무산된다. 이로 말미암아 인공지능 기계를 도입할 수 있는 정도의 자본력을 갖춘 일부 대기업의 소유자들만 부를 축적하고, 인류의 빈부격차는 크게 벌어진다.우리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