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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와 구두계약

의뢰인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차용증을 작성하였다. 의뢰인은 변제기한이 지난 후 이자를 빼고 원금만 갚기로 합의하여 현금을 건넸다. 그런데 지인은 몇 년이 지나 지난번 갚은 금액은 이자에 불과하다며, 원금과 추가된 이자를 다시 갚을 것을 요구했다. 의뢰인은 돈을 모두 갚았는데, 또 돈을 줘야 하는지,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계약서는 왜 작성해야 할까? 말로 한 약속도 효력이 있다. 구두계약이 효력이 없다는 건 틀린 말이다. 형식을 요구하는 계약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은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 불요식 계약으로 구두계약도 효력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구두계약의 효력이 아니라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에 있다. 만약 상대방이 법정에서 그렇게 약속한 사실이 있지만 구두계약이라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계약 사실을 인정해 주는 고마운 일이겠지만, 대부분 그런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럼 그런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계약서가 없다면 입증은 어려운 문제가 된다. 그럼, 언제 거래 관계를 입증하는 서류를 남겨야 할까? 누가 그 서류를 요구해야 할까? 위 사례를 요약하면 돈은 돈을 빌릴 때 지인에서 의뢰인에게, 돈을 갚을 때 의뢰인에서 지인에게 건너간 사실이 있다. 반드시 돈을 건네준 사람이 서류를 요구해야 한다. 지인은 의뢰인에게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을 요구해 받아야 한다. 지인의 입장에서는 의뢰인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 대여금이 아니라 증여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뢰인이 지인에게 돈을 갚을 때는 의뢰인이 지인에게 변제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지인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이자만 갚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돈을 받는 경우에는 서류를 먼저 작성할 필요 없지만, 돈을 주는 경우에는 반드시 서류를 요구해 받자.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문서를 생략한다면, 상대방만 좋게 해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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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9 16:41

돈을 또 갚으라고요?

의뢰인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차용증을 작성하였다. 변제기한이 지난 후 독촉을 받던 의뢰인은 빌린 돈을 어렵게 현금으로 모두 갚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지인의 사망 후 지인의 유족으로부터 돈을 다 갚지 않았다며 차용증을 증거로 대여금 소송이 제기되었다. 의뢰인은 돈을 모두 갚았음에도 다시 소송에 이르렀다며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돈이 건네갔지만, 돈을 지급했다는 증빙을 남기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금 수령증이나 변제확인서 등의 문서를 남기거나 계좌이체, 수표 등 기록이 남았다면 간단하게 돈이 건네 간 사실을 입증할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남아있지 않다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특히 당사자가 사망하였다면 그 정황을 모르는 유족과 해당 사실관계를 다투어야 하기에 더욱 어려운 측면이 있다. 변호사로서 흔하지만 난감하고 어려운 사건이다. 보통 돈은 기록을 남기기 때문에 돈을 갚은 시기의 현금 출금 내역을 찾아본다. 그리고 돈을 건넬 당시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증인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돈을 건넬 당시 전에는 독촉한 사실이 있지만, 오랜 기간 독촉한 사실이 없다며 정황상 돈을 갚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돈을 준 사실을 정확히 입증하지 못하는 의뢰인이나, 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유족이나, 이를 두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법원이나 모두에게 곤란한 상황이 펼쳐진다. 필자에게 이 같은 소송에서 좋은 기억, 좋지 않은 기억 모두 있다. 하지만 현금 출금 등 돈을 갚은 사실을 입증하더라도 모든 대여금을 다 변제했다고 인정받기까지는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현금을 건네 돈을 건넨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결론은 돈이 오갈 때는 반드시 계좌이체 등 기록을 남기고, 돈을 건네기 전 현금수령증 또는 변제확인서를 작성해 자신이 건넨 돈의 흔적과 모든 돈을 다 갚았다는 사실을 기록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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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5 17:34

범죄인가요?

의뢰인은 여성 지인과 술을 마시게 되었다. 의뢰인과 지인은 술자리를 옮기며, 지인의 집에서 함께 술을 더 마셨다. 의뢰인은 지인의 집에서 자게 되었고, 각자 잠자리에 들던 중 의뢰인은 지인에게 두세 차례 스킨십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인이 완강히 거절하여 포기하고 잠이 들었다. 얼마 후 지인은 의뢰인을 강간미수로 고소하였다. 의뢰인은 자신의 행위가 범죄인 것인지 물어왔다. 세월이 변해가며 법적 감수성 또한 변해간다. 필자의 사무실이 시골에 있다 보니, 시골의 어르신들이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인생의 유일한 낙은 음주로 읍내에서 대리기사를 부를 수 없어도 반주는 포기할 수 없다. 음주운전이 적발되더라도 벌금 정도라 생각하지만, 음주운전은 큰 범죄다. 전과가 있으면 구속까지 될 수 있다. 어르신들에게 이런 법적 감수성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음주운전 외에 이러한 변화가 큰 영역은 성범죄이다. 남녀가 술을 매개로 만나고, 사귐과 잠자리에 대한 요청과 거절 사이에 남녀 관계가 싹트곤 했다. 하지만 이제 만남과 잠자리가 그렇게 낭만적 영역이 아니다. 오랜 지인, 여성의 집, 음주량과 기억, 즐거운 술자리, 같은 공간의 잠자리와 합의 추정 등의 말은 성범죄의 성립에 별 영향이 없다. 대부분 술에 취해 기억이 없는 경우도 잦고, 기억이 있더라도 좋아하는 줄 알았기에 스킨십을 시도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기억이 없다거나 동의가 있는 줄 알았다는 말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추행과 성행위의 시도가 있었다면, 강간미수라는 어마어마한 범죄에 해당하게 될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무죄 사례가 많기에 알아서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길 기대하지만, 고소 이후에는 수사, 기소, 재판이라는 긴 사법 절차가 남게 된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기소될 것이고, 유죄 판결이 나올 것이다. 통상의 연애라며 억울해하는 의뢰인을 두고, 불기소, 무죄, 구속 가능성을 설명하며, 무거운 범죄임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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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22 16:15

자전거 주행 중 사고, 교통사고인가요?

의뢰인은 천변의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운행하다 앞에 가고 있던 자전거를 추돌했다. 의뢰인은 가벼운 부상 정도로 생각했는데, 피해자는 고령으로 4주의 상해를 입었다. 피해자는 의뢰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금액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도로교통법은 분류의 복잡함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우리 주변의 탈 것을 대략 분류하면, 4바퀴로 가는 ‘자동차’, 2바퀴로 가는 ‘원동기장치자전거(오토바이)’, 요즘 흔하게 보는 ‘개인형 이동장치(전동킥보드)’ 그리고 ‘자전거’이다. 동력이 있는 자동차, 오토바이, 개인형 이동장치는 면허가 필요하고, 면허가 없으면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지만, 자전거는 그렇지 않다. 자전거는 다른 ‘동력있는 탈 것’과 구분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적용된다. 교통사고를 모두 형사처벌하게 되면 범죄가 늘어나게 되므로, 사망사고, 음주, 뺑소니, 12대 중과실이 아니고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형사 합의와 관계없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그리고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반의사 불벌죄로 합의하면 기소되지 않는다. 그런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자전거를 ‘동력있는 탈 것’과 구분하지 않고, 같은 “차”로 분류한다. 똑같이 사망사고 등이 아니고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종합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다면 반의사 불벌죄이다. 그런데 자전거는 종합보험 상품이 없다.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있다 하더라도 자전거 종합보험에 가입하고 자전거를 운행하고 있다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자전거라 하여 ‘동력있는 탈 것’과 구분하여 더 특별히 처벌을 감경하는 규정은 없다. 그렇다면 위 사안에서 의뢰인은 피해자와 형사 합의를 하지 않는다면 기소가 되어 처벌을 받는다. 불필요한 범죄 전력이 만들지 않기 위해 반드시 형사 합의가 필요한 경우이다. 자전거 운행 조심하고 볼 일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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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8 17:07

대출사기

의뢰인은 10억에 토지를 매도하려 한다. 그런데 매수인은 해당 토지 감정가가 15억 정도까지 나올 수 있다며, 자신이 10억을 주고 살 테니 금융기관에 대출 용도로 제출할 15억짜리 계약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의뢰인은 2개의 계약서를 작성해 대출을 받아도 되는지 물어왔다. 법률상담을 하며, 형사 사건 중 누구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지를 수 있고, 실수로 범죄를 저지르지만, 벌금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지만 아주 크게 처벌받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무접촉 뺑소니 사고, 마지막으로 대출 사기이다.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은 알바라 생각했지만, 범죄집단의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는 것이고, 무접촉 뺑소니 사고는 부딪치지도 않았는데 뺑소니범이 되는 것으로 모두 범죄인지조차 잘 알지 못했고, 적발되더라도 크게 벌금 정도에 그치겠지, 하지만 모두 구속까지 될 수 있는 큰 범죄이다. 대출사기는 금융기관이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대출액을 정하기 때문에 매수인 입장에서는 대출을 많이 받을 목적으로 이중계약서(업계약서) 작성을 매도인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토지 거래를 많이 해 봤거나, 금융기관 관계자라면 오히려 업계약서가 크게 문제가 안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감정가가 15억 정도라 담보가치도 충분하고, 실제 이자와 원금을 성실히 갚았더라도 대출받을 목적으로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금융기관을 속인 것이라면 10억 넘는 사기 범죄가 된다. 위 사례에서 매도인은 본인의 이익이 없고, 매수인을 도운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사기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의뢰인들은 대출 사기에 대해 상담하며 벌금은 얼마 나오냐 묻곤 한다. 실제 본인의 죄의식보다 처벌이 심한 경우가 있다. 보이스피싱 인출 알바, 무접촉 뺑소니 사고, 업계약서 대출 사기. 모두 평범한 사람이 별문제 없을 거라고 하며 저지를 수 있지만, 법정형은 아주 높은 범죄이다.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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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5 16:10

비접촉 뺑소니라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뢰인은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였는데, 변경된 차선에서 뒤따라오는 차를 보지 못하였다. 뒤따라오는 차는 의뢰인의 차를 피하고자 급격히 차선을 변경하다 그 뒤 차와 충돌해 사고가 발생했다. 의뢰인은 사고 장면을 보았지만,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가던 길을 갔다. 얼마 뒤 의뢰인은 경찰로부터 뺑소니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의뢰인은 본인이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뺑소니로 수사받는 게 억울하다는 취지로 상담하였다. 차선 변경을 하며 뒤 차를 보지 못한 경우, 뒤 차는 경고 의미로 경적을 울리고, 운전자는 비상등을 켜고 미안함을 표시한다. 흔히 있는 사례이다. 그런데 차선 변경으로 자신은 사고를 면했지만, 뒤차가 자신의 차를 피하고자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사고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반드시 멈춰서 신고를 하고 사고 수습을 하지 않으면 뺑소니범으로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비접촉 뺑소니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운전자로서의 사고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위반해야 하고, 다음으로 자신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고를 인식해야 한다. 만약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사고를 인식했음에도 그대로 자리를 이탈했다면 뺑소니가 된다. 위 의뢰인은 급격한 차선 변경으로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뒤따라오는 차의 사고를 목격했음에도 그대로 주행하였다. 본인은 직접 부딪친 사고도 아니고, 내 과실이 얼마일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자리를 이탈한 것만으로 뺑소니라는 큰 범죄로 처벌받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게다가 음주를 하지도 않았고, 종합보험에 가입해 보험으로 사고 처리를 할 수 있으니 도망칠 이유도 없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억울하고, 무죄를 받고 싶어 한다. 무죄를 받기 위해 자신이 어떠한 교통법규도 어기지 않았다며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거나,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가 난 것 같다면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바로 그 자리에서 멈추어야 큰 범죄로 처벌받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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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4 15:29

금고형이 뭔가요?

의뢰인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혀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의뢰인은 징역형은 알겠는데, 금고형이란 것이 무엇인지 물어왔다. 형법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건 죄형법정주의이다. 범죄의 형벌은 법률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법률에 범죄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아무리 도덕적으로 나쁜 짓이라 해도 처벌받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형벌도 법률로 정해진 처벌만 가능하다. 우리 형법 제41조는 형의 종류를 “1. 사형, 2. 징역, 3. 금고, 4. 자격상실, 5. 자격정지, 6. 벌금, 7. 구류, 8. 과료, 9. 몰수”를 정하고 있다. 그리고 형법 제50조는 형의 경중을 위 순서에 따른다고 하고, 다만 무기금고가 유기 징역보다 더 무거운 형이라고 규정한다. 사형, 징역, 벌금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머지 형벌의 뜻을 살펴보면, 금고는 징역과 같이 범죄자 신체의 자유를 박탈해 교도소에 유치하는 것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징역은 노역이 강제되지만, 금고는 노역이 강제되지 않는다. 금고형은 과실범이나 내란죄 등 정치범 등에게 규정된 경우가 많다. 과거 노역이란 징벌이었지만 현재는 노역이 교정과 교육의 역할과 함께 버는 돈으로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어, 자발적으로 노역을 하는 경우도 많아, 구별의 실익은 크게 없다. 다음으로 자격상실, 자격정지는 범죄자의 명예 또는 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 공무원이 되는 자격, 선거권과 피선거권, 공법상 업무에 관한 자격, 법인의 이사 등의 자격을 의미한다. 보통 공직선거법이나 국가공무원법 등에 개별 규정이 있어 큰 의미가 있진 않다. 구류는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감금, 과료는 2천원 이상 5만원 미만 벌금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몰수는 범죄에 사용되거나 범죄로 취득한 재산을 뺏는 형벌이다. 몰수할 대상이 없을 때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다. 형벌의 종류를 따로 찾아볼 일은 드물 것이다. 오늘 대략적인 의미만은 알아두어 법률 상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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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0 17:03

전화로 욕설을 들었는데, 고소할 수 있나요?

의뢰인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렸으나, 이를 갚지 못했다. 지인은 돈을 갚지 않는 의뢰인에게 전화로 욕설하였고, 의뢰인은 통화 녹음 내용을 들려주며 지인을 형사 고소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 과거 칼럼에서 전화로 욕을 들었다면 공연성이 없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정리하였다. 그런데 욕이란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저주하는 내용의 것으로 그 정도가 심해지고 구체화 되면, 협박이 될 수 있다. 형법은 협박죄를 규정하는데, ‘사람을 협박한 자’를 처벌한다. 협박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법률 용어로 협박은 ‘해악의 고지’이고, 상대방이 해악의 고지를 듣고 공포심을 느껴야 한다. ‘죽여버린다’라는 말을 두고 욕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고, 시기와 행위를 특정해 구체성이 있다고 판단될 수 있다면,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협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반복해서 전화를 걸거나, 문자로 욕을 하였다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3호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스토킹처벌법의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스토킹 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 두 조항은 협박죄와 유사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핵심은 특정 기간에 얼마만큼 반복되었는지가 관건이다. 정보통신망법은 욕을 오랫동안 지속할 경우, 스토킹법은 욕을 제외하고 연락만을 지속할 상황에 해당이 될 수 있음(최근 대법원은 부재중전화를 반복한 경우에도 스토킹 행위라고 판단)에 주의하자. 문자나 통화로 욕설 등의 연락을 반복한다면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아닌 다른 법률로도 고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할 수 있다.’ 정도로 검토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욕을 넘어, 협박, 스토킹 행위로 판단 받아 처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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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06 18:49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 변경안 문제는 없나요?(2)

의뢰인은 최근 전주시의회에서 종합경기장 개발 변경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되었는데, 롯데쇼핑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지 10년 넘게 지나 다시 롯데쇼핑에 대물변제 방식으로 하는 사업이 가능한지 법적 의견을 물어왔다. 지난 칼럼에는 롯데쇼핑이 컨벤션센터를 지어주고 대신 종합경기장 부지를 가져가는 대물변제가 가능한지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에는 종합경기장 이전이 재정사업으로 변경되며, 사업시행자가 민자에서 공영개발로 변경되고, 종합경기장 신축에서 컨벤션센터 신축으로 사업 내용이 변경되었음에도 종전에 선정된 롯데쇼핑에 계속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가능한 것인지 살펴본다. 전주시는 종합경기장 이전이 재정사업으로 변경된 2015년 이후 사업계획이 변경되었다는 사유로 롯데쇼핑과 협약을 해지하였다. 전라북도의 2018년 전주시에 대한 감사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사업계획이 변경된 경우 기존 민간사업자와 협약해지, 협약대상자 지정취소, 민자사업 철회 등의 순서대로 행정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한번 민간사업자로 선정되었다고 하여 영원히 해당 공용부지에 대한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업방식이 민자사업에서 재정사업으로 변경되었고, 그 내용이 종합경기장 신축에서 컨벤션센터 신축으로 변경되었다면 다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 것이다. 즉 사업방식과 그 내용이 바뀌었음에도 기존 민간사업자를 유지한다는 것은 신규사업을 기존 민간사업자에게 수의계약으로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롯데쇼핑은 실내 3,000평, 실외 3,000평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3,000억에 짓게 되어 공사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 종합경기장 부지 내에 백화점을 신축하게 되어, 기존 롯데백화점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지을 수 있다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행정법령의 ‘아’와 ‘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무수한 일반인은 공무원으로부터 하소연도 못 하고 낭패를 보는 경우가 드문 일은 아닐 것이다. 유독 특정 대기업에 꼼꼼한 행정절차의 칼날이 무뎌지는 것만 같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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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3 15:44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 변경안 문제는 없나요? (1)

의뢰인은 최근 전주시의회에서 종합경기장 개발 변경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되었는데, 롯데쇼핑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지 10년 넘게 지나 다시 롯데쇼핑에 대물변제 방식으로 하는 사업이 가능한지 법적 의견을 물어왔다. 주요 사실관계부터 살펴보면, 2010년 4월 종합경기장 이전 및 복합단지 개발계획 전주시의회 통과, 2012년 6월 민간사업자로 롯데쇼핑 선정, 2012년 12월 전주시와 롯데쇼핑 협약서 체결, 2015년 7월 민간사업에서 재정사업으로 사업 방식을 바꾸는 시민의숲 조성 사업 시의회 통과, 2023년 9월 MICE 산업 복합단지 조성 사업 시의회 통과되었다. 애초에 이 사업은 롯데쇼핑이 대체 부지에 신축 종합경기장을 지어주고(기부), 공터로 남게 되는 현 종합경기장 부지를 전주시가 롯데쇼핑에 주는(양여) 기부대양여 사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주시는 자체 예산으로 종합경기장을 이전하고 롯데쇼핑이 컨벤션센터를 전주시에 지어주고, 롯데쇼핑은 돈 대신에 종합경기장 부지를 받는(대물변제) 사업으로 변경되었다. 대물변제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는데,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2호부터 제4호는 공용재산 등을 이전하고 이전 설치에 든 용지대와 공사비를 갈음해 변제하는 경우 대물변제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컨벤션센터를 짓는 것은 공용재산 등을 이전하는 경우가 아니니 2호부터 4호는 해당이 없고, 1호는 공영개발이나 경영수익사업을 시행하고 그 결과 조성된 일반재산으로 그 사업 시행에 든 용지대와 공사비를 갈음해 변제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된다. 애초 2012년 롯데쇼핑을 사업자로 선정한 공모지침서와 협약서를 살펴보면 종합경기장 이전 사업은 민자사업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대물변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주시는 2015년 이후 종합경기장 이전은 전주시가 재정사업으로 변경되어 전주시가 사업시행자라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공영개발이라고 한다면 특별회계가 설치되었는지, 도시개발법상 롯데쇼핑이 대행사로 자격이 있는지 등은 뒤로하고, 다음으로 재정사업으로 변경되었다면 롯데쇼핑과 협약 변경으로 계속 사업 시행이 가능한 것인지 알아본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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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9 16:29

전화로 욕설을 들었는데, 고소할 수 있나요?

의뢰인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렸으나, 이를 갚지 못했다. 지인은 돈을 갚지 않는 의뢰인에게 전화로 욕설하였고, 의뢰인은 통화 녹음 내용을 들려주며 지인을 형사 고소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 의뢰인은 나에게 욕을 했으므로 고소하고 싶다는 의미이다. 먼저 흔히 욕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를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분류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명예훼손과 모욕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사실의 적시’이다.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만약 타인이 나에게 ‘전과자’, ‘사기꾼’이라고 말을 했다고 하자. 전과자는 형사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자를 의미하고, 사기꾼은 사기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의미한다.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명예훼손이다. 반면에 ‘나쁜 놈’, 'X새끼‘라고 말한 경우에는 구체적 사실이 없는 경우로 모욕에 해당한다. 나는 나쁘지 않은데 나쁜 놈이라고 했고, X가 아닌데 X라고 했으니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의미 없는 욕과 사실 적시는 구분된다. 현실에서 ‘사실의 적시’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 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명예훼손과 모욕은 개인의 사회적 평가, 즉 타인의 나에 대한 평가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단둘이 있을 때 욕한 것은 제3자의 나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법에는 이를 두고 “공연히”라고 표현한다. 공연히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연히 모욕한 경우 처벌하는 것으로 단둘이 있어, 그 둘 사이의 말로는 처벌할 수 없다. 많은 분들이 전화로 욕을 들었다고 고소할 수 없냐고 묻지만, 단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공연히’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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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8 16:35

금전채권의 시작, 소멸시효

의뢰인은 숙박업체를 운영자로, 인근 건설 현장에서 숙박과 음식를 제공하면 숙박료와 식비를 매월 말 지급하기로 했다. 건설사는 숙박료와 식비를 연체했고, 1년이 지나 의뢰인이 건설사에 대금을 청구하자 건설사는 1년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했다. 의뢰인은 이 경우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냐며, 실제 소멸시효가 지난 것인지 물어왔다. 변호사로서 금전 채권에 관한 문의에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소멸시효이다. 이런저런 상담 이후 마지막에 소멸시효 하나로 상담이 마무리될 때가 있고, 실제 소송도 제대로 내용은 다투지 못하고 소멸시효 하나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소멸시효의 규정은 복권과 같이 복권법에 1년의 소멸시효로 규정된 경우도 있지만 크게 민법과 상법의 규정을 보아야 한다. 민법의 소멸시효는 20년부터 1년까지 각 상황에 따라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고, 상법은 상거래의 소멸시효는 5년으로 하되 다른 법령에 5년보다 짧게 규정되어 있으면 그 규정에 의한다고 한다. 의뢰인의 사안은 민법 제163조 1호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은 3년의 소멸시효, 민법 제164조 1호 “여관, 음식점, 대석, 오락장의 숙박료, 음식료, 대석료, 입장료, 소비물의 대가 및 체당금의 채권”은 1년의 소멸시효이다. 의뢰인은 숙박비 등에 대해 월별로 사용료 지급을 약정했으니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사용료로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주장하고, 상대방은 숙박료, 음식료이니 1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우리 판례는 위와 같은 사안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이는 ‘숙박료 및 음식료 채권’에 해당하니 소멸시효 기간은 1년이라고 판단하였다. 내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몇 년인지 법으로 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명확하게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드시 규정을 살펴보고, 상담을 받아보길 바란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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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04 18:23

상가임대차, 10년 갱신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나요?

의뢰인은 상가 소유자로 임대인이다. 의뢰인은 향후 상가 매매 등을 고려해 3년 정도만 상가를 사용할 임차인을 구하고자 한다. 의뢰인은 임차인도 3년만 들어와서 영업하고 이후 더 이상 영업할 의사가 없다며, 특약으로 3년 이후 계약갱신이 불가하다고 한다면 3년만 임대할 수 있는 것인지 물어왔다.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만 당사자가 합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으면 이를 임의규정, 당사자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적용되면 강행규정이라 한다. 계약 당사자가 합의로 정하고 싶지만, 합의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상가임대차법 제15조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에 따라 임대차법 전체가 강행규정이다. 즉, 3년 계약 이후 임차인에게 갱신청구권이 없다는 특약은 효력이 없다. 위 사안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동의하여 특약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배제하는 것에 합의하여 계약서까지 작성하였지만, 이후 마음이 달라져 재판에서 임차인이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면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의뢰인에게 강행규정이라 불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의뢰인은 나에게 특약을 어기고 계약갱신을 청구한 경우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한다는 특약이 가능한지 다시 물었다. 위약금을 금지하는 다른 규정이 없으니 강행규정 위반이라 볼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특약 자체가 갱신청구권과 관련된 것이므로 위약금 약정 역시 강행규정 위반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 역시 강행규정 위반이라 보는 것이 맞아 보였다. 다시 의뢰인은 계약갱신 요구는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거절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특약으로 임대료를 깎아준다는 것을 명시하고, 상당한 보상을 제공하였으니, 합의하여 갱신청구권을 배제한다고 규정하면 어떻겠냐고 문의했다. 위 조항은 사전에 상당한 보상이 필요한데, 임대료 인하액이 주위 시세에 비해 두드러질 정도라면 가능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필요는 창의력의 어머니이다. 항상 의뢰인, 당사자에게 배운다. /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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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21 15:34

아동학대는 무엇인가요?

의뢰인은 유명 웹툰 작가가 자폐아들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는 보도를 접하였다. 의뢰인은 교사의 훈육으로 보이는 사안인데, 아동학대가 무엇이길래 교사가 기소되어 재판까지 받게 되는지 물어왔다.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는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같은 법 제17조는 금지행위로 매매, 음란행위, 신체 손상 등 여러 행위를 열거하고 있는데, 이 중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정서적 학대행위에 대해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는 것”이라며, 4세인 피해아동을 78cm 교구장 위에 40분간 앉혀 놓은 행위를 아동학대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는 아동학대에 대해 “교육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훈육과는 구별되고, 아동에 대한 악의적·부정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폭언과 위협, 잠을 재우지 않는 행위, 벌거벗겨 내쫓는 행위, 억지로 음식을 먹게 하는 행위, 특정 아동을 차별하는 행위, 방 안에 가두어 두는 행위, 아이를 오랜 시간 벌을 세우고 방치하는 행위, 찬물로 목욕시키고 밖에서 잠을 자게 하는 행위 등”으로 열거하고 있다. 웹툰 작가 사건은 수사기관이 수사 후 기소에 이른 사안이다. 사건 기록을 보지 않은 채 말을 보태는 건 ‘잘 알지도 못하는’ 제3자의 섣부른 태도이다. 하지만 교육전문가가 아닌 수사기관이 정상적인 훈육과 범죄를 얼마나 잘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사의 말 한마디를 두고, 그 시비를 검사와 판사에게 맡기고, 교사에게 교육에 대한 책임 대신 형사 책임을 우선 묻는 ‘교육의 사법화’가 맞는 길인지 생각해 본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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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31 14:55

임차인은 꼭 집을 보여줘야 하나요?

의뢰인은 주택 세입자로, 전세 계약기간 만료가 2달 앞으로 다가왔다. 중개업자는 의뢰인에게 신규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다가오는 주말에 집을 보여 달라고 했고, 의뢰인은 그다음 주말에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중개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싫으냐며 물었다. 의뢰인은 본인이 얻어 쓰는 것도 아닌데, 살고 있는 집을 보여주는 게 맞냐며, 자신에게 그러한 의무가 있는지 물어왔다. 집을 보여준다는 것은 가정이라는 가장 내밀하고,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을 외부인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으로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고, 모르는 사람이 내 집을 드나들게 하는 것으로 유쾌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집을 보여주는 문제로 임차인과 임대인 간에 분쟁이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집을 보여주지 않아 새 임차인을 빨리 못 구한다며 악성 임차인이라고 하고, 임차인은 임대인의 요구가 과하다며 내가 그러한 의무가 있는지 묻는다. 우리나라 밖에서는 좀처럼 집 보여주기 문제를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전세제도 때문이다. 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고, 다음 집을 구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적기에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사생활 침해를 포기하고 집을 보여주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어디에도 임차인이 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는 조항은 없다. 임차인은 보증금을 위해 협조할 뿐이지, 그 누구도 임차인의 집을 들락날락할 권한은 없다. 만약 임차인이 새로운 집을 구할 돈이 충분하다면, 임대차기간 종료 후 주택 인도와 함께 임대차 등기를 받고, 지급명령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여유는 없다. 임차인에게 전세는 기본적으로 위험한 제도로 분쟁 없이 큰돈을 돌려받는 게 중요하니, 가급적 협조하라는 것이 가장 적합한 조언이 될 것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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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7 18:02

전세 사기 방지하기

1인 가구인 의뢰인은 아파트보다 저렴한 빌라로 알아보는데, 주위에서 전세보다 월세를 권유하고 있다. 그래도 의뢰인은 매달 내는 돈이 아깝다며, 전세로 집을 구하고 있다. 의뢰인은 전세로 안전한지 물어왔다.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임대차 방식으로, 영어로도 ‘Jeonse'라고 부른다고 한다. 외국에서 오면 우리나라는 주택을 임대하고 월세를 내지 않고, 낸 보증금을 모두 돌려준다는 점과 임대인을 믿고 그렇게 큰돈을 맡긴다는 점에 놀란다고 한다. 즉, 우리에게 익숙한 전세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봐서는 이해하기 쉽지만은 않은 제도가 전세이다. 전세 제도의 시작은 과거 개인 대출이 발달하지 않았을 당시 사금융의 역할을 해 집을 구입할 때 대출 대신에 활용됐다. 그리고 전세제도가 확대된 만큼 임대차보호법도 이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다. 그런데 집값이 오르면 임대인은 시세차익이란 이익을 보지만, 집값이 내리면 그 피해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나눠지게 되는 구조이다. 흔히 얘기하는 전세 사기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집주인이 아닌 자가 전세금을 받아 도망가거나, 선순위 근저당 등 담보 여부를 속이거나, 매매가를 허위로 높이는 방법 등 사기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다음으로 전세 제도의 본원적인 한계로 속였다기보다 집값이 예측하지 못하게 전세금보다 낮아지게 되는 경우이다. 사기 범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임대인의 신분증과 등기부, 부동산 실거래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전 재산이 들어가는 만큼 사람의 말을 믿기보다 서류를 확인하기 전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전세 제도의 본원적인 집값 하락 위험으로, 피할 수 없는 위험이다. 등기부 갑구, 을구에 무엇이 적혀 있으면 가급적 피해야 한다. 전세 비율이 높은 주택은 피하는 것이 좋고, 빌라는 거래량이 적어 시세 조작도 가능하며, 아파트에 비해 시세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가능하면 월세로, 여의치 않으면 전세금 반환 보증 가입이 필수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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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03 17:05

전세사기

의뢰인은 이번에 1억 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의뢰인은 요즘 전세사기가 많은데, 자신의 전세 계약에 문제가 없는지 물어왔다. 우리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어떻게 하면 전세금을 보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만들어진 법이다. 그래서 임대차(전세) 계약 체결 후, 실제 거주하고, 전입신고 후 확정일자를 받았다 전세금에 대해 걱정할 염려가 적다. 반복하자면 대항력은 선순위 근저당, 가압류 등이 없다면 바뀐 집주인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도 있고, 우선변제권은 거주하는 집이 담보물이 되는 효과, 최우선변제권은 전북의 경우 7,500만원이하 전세라면 경매에서 2,500만원까지 최우선으로 배당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전세 사기를 접한 후, 등기부를 확인하고, 전입신고 후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큰 문제가 없을 텐데 왜 문제가 되지, 라고 생각했다. 전세사기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면, 1930년대부터 뉴스로 접할 수 있다. 전세는 보통 서민의 전 재산인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겨놓는 것으로 사기 범죄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기 수법은 가장 흔하게 보통 집주인이 아닌 자가 집주인인 것처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전세금을 빼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전세계약 시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이 임대인이 집의 소유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전세사기는 전세의 가장 근본적인 리스크인 집값이 보증금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아파트는 비교적 시가가 명확하지만 빌라 같은 경우 시가 확인이 어렵다. 그래서 비싼 전세금을 지불할 경우 집값이 전세금에 미치지 못해 종국적으로 전세금 전액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전세는 큰돈을 집주인에게 맡기는 방식의 임대 제도로 큰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 상대방이 소유자인지, 등기부를 확인해 선순위 근저당, 가압류 등이 없는지, 집의 시가와 전세금 비율 등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급적 가입해야 한다. 그래도 복잡한 법률 분쟁 또는 사기에 휘말릴 수 있는 게 전세이다. 부디 무사히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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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9 15:07

근저당권 설정된 아파트, 반전세로 들어가도 될까요?

의뢰인은 요즘 아파트 높아진 금리와 전세 사기 등 집값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 전세금을 내는 것은 위험하다며 반전세를 알아보고 있고, 알아보는 아파트 단지 시세는 매매 2억, 전세 1억 5천만원이다. 그런데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 1억원이 설정된, 보증금 5천만원에 월세 50만원 매물에 대해 중개인은 집주인이 돈이 많은 사람이며, 설령 문제가 생겨도 보증금과 대출금을 합쳐도 시가보다 낮아 문제없다고 했다. 의뢰인은 근저당권이 설정된 아파트에 들어가도 괜찮은지 물어왔다. 집값에 비견하는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예치하는 전세 제도 아래 우리나라의 임대차보호법은 완전하다고 할 수 없지만, 견고한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임대차보호법은 복잡하진 않지만, 우리 법 체계에서 동떨어진 것으로 이해가 쉽지 않다. 반복해서 설명하면 대항력, 우선변제권, 최우선 변제권만 기억하자. 대항력은 집주인이 바뀌어도 계약기간을 지킬 수 있는 권리이고, 우선변제권은 근저당권과 같이 전입신고일 기준으로 배당에 우선권이 있고, 최우선변제권은 소액 임차인은 전입신고일과 관계없이 가장 먼저 배당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건 대항력이다. 경매에서 대항력이 있다고 한다면 굳이 배당에 참가할 필요 없이 그대로 살다가 변경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면 된다. 대항력이 있다면 임대인 개인의 재무적 리스크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하지만 임대차 이전에 저당권이나 가압류가 있다면 대항력이 없다. 대항력이 없다는 말은 집주인의 재무 리스크에 따라 계약기간 이전에 집을 급하게 옮겨야 하고, 복잡한 경매와 배당절차에 참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만약 필자라면 시세 수준으로 저당권이 있는 집은 반드시 들어가지 말라고 할 것이다. 집주인이 부자라거나, 저당 채무액과 보증금을 합해도 시세보다 낮아 보증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말에는 대항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혹, 저렴하더라도 굳이 대항력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임대인 개인의 재무 리스크를 임차인이 떠안아 복잡한 일을 만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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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9 15:33

벌금형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의뢰인은 주차 문제로 이웃집과 다툼이 있었다. 어느 날 의뢰인은 흥분한 상태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이웃집에 대문을 열고 들어가, 큰소리를 치며 마당에 있는 화분을 깼다. 이웃집 주민의 빠른 경찰 신고로 그쯤에서 끝났지만, 의뢰인은 주거침입, 손괴죄 등으로 기소되었다. 의뢰인은 본인이 이웃집과 원만히 합의하고 전과도 없는데 벌금형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왔다. 범죄 이름에 “특수”라고 불리는 경우가 있다. 다른 의미로 쓰이는 특수도 있지만 보통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는 경우를 요건으로 한다. 먼저 특수가 들어가 법정형이 가중되는 경우를 살펴보면, 상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 특수상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폭행 2년 이항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특수폭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협박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특수협박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주거침입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특수주거침입 5년 이하의 징역. 재물손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특수손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이 있다. 단체 또는 다중은 다음에 알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에 대해서만 알아본다. 위험한 물건은 칼, 망치, 총기 등 흉기와는 구별되지만, 흉기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평소 흉기가 아니지만, 이를 사람에게 위협할 경우 공포감을 줄 수 있는 물건으로 유리병, 골프채, 우산, 의자, ‘야구방망이’ 등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 의뢰인의 범죄 중 하나는 특수주거침입으로 벌금형 없이 5년 이하의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다. 즉, 선고유예가 없는 한 의뢰인은 벌금형을 받을 수 없고, 구속되는 실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둘 중 하나만 기대할 수 있다. 범죄명에 ‘특수’ 자가 들어간다면 큰 범죄이다. 이미 일어난 범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주의하길 바란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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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5 16:43

사기 결혼을 당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뢰인은 40대까지 미혼으로 지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여성 친구와 잠자리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여성 친구는 의뢰인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혼인을 요구했고, 의뢰인은 그 여성과 혼인했다. 이후 아이가 태어나고 친자확인 결과 그 아이는 의뢰인의 아이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의뢰인은 이 경우 혼인이 취소되는지 물어왔다. 먼저 무효와 취소에 대해 설명하면, 의식이 없는 입원 환자의 부동산 매도 행위 같이 처음부터 효력이 없었던 것은 무효라고 한다. 다음 취소는 민법에 그 요건이 규정되어 있는데, 대표적으로 사기 또는 강박으로 부동산을 매도한 경우 이는 취소 사유에 해당하고, 취소할 때까지만 유효한 행위가 된다. 혼인에도 무효와 취소가 있다. 그 사유는 민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무효는 결혼 합의가 없었던 경우, 취소는 사기, 강박이 있었던 경우가 대표적이고, 나머지 사유는 대부분 근친혼으로 일부는 무효이고, 일부는 취소 사유이다. 결혼 합의가 없었던 경우는 과거 연예인 사례 같이 여성의 인적 사항을 알고 있는 남자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경우가 대표적인 혼인 무효 사례이다. 사기로 인한 혼인이란 다른 사람을 속이고 착오에 빠뜨려 한 혼인으로,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기망이 있어야 한다. 통상 재산관계나 경제적 능력, 집안내력, 직업 등에 대한 기망은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보아 이혼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기망이 적극적인 허위 사실의 고지 등 위법하고, 착오가 없었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면 취소할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위 사안에서 아이 임신이 혼인의 주요 사유라는 것이 입증될 경우 혼인 취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취소를 청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취소로 효력이 사라지면 혼인 자체가 백지화되어 이력이 남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혼인 취소가 되더라도 혼인관계증명서에 혼인 사실이 말소되지는 않고, 혼인 취소에 대한 내용이 기재되게 된다. 생각보다 취소와 이혼을 구분할 실익은 크지 않을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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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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