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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실효와 취소

의뢰인은 2023년 1월경 음주운전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확정되었다. 의뢰인은 최근 2022년 12월경에 있었던 술자리 폭행 사건으로 기소되었다. 의뢰인은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것은 아닌지, 본인이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물어왔다. 변호사 입장에서 형사 처벌의 종류를 나누면 벌금과 징역형이 있고, 징역형은 집행유예와 실제 구속이 되는 실형이 있다. 형사사건에서 무죄를 다투기도 하지만 대부분 직장, 취업 등을 위해 벌금형을, 교도소행만이라도 막기 위해 집행유예를 목표로 삼게 된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실형을 선고하면 범죄자를 양산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범죄자에게 반성과 사회적응을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선처하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는 벌금을 안 낸다고 좋아하지만, 집행유예는 단지 선고 시점에 실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집행유예와 관련해 집행유예의 요건은 형법 제62조에, 집행유예의 실효는 형법 제63조, 집행유예의 취소는 형법 제64조에 규정되어 있다. 집행유예 기간에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집행유예가 실효될 수 있고, 보호관찰 등 준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있다. 집행유예가 실효되거나 취소될 경우 선고된 징역형을 모두 살아야 하기에 작은 처벌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다시 의뢰인의 사건으로 돌아가면, 의뢰인의 폭행 범죄는 음주운전 사건의 확정판결 이전에 발생한 범죄이다. 집행유예 기간은 2023. 1. 음주운전 사건 확정판결 이후부터 시작하기에 폭행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다 하더라도 집행유예 실효와 관련이 없다. 의뢰인의 폭행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의뢰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음주운전 사건으로 구속될 염려는 없다. 하지만 의뢰인은 집행유예 기간 중 실효될 염려가 있으므로 앞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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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7 16:57

정당방위

친구들과 대학가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의뢰인은 잠깐 통화를 하러 밖으로 나간 사이, 불량배와 시비가 붙어 일방적으로 맞게 되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의뢰인이 폭행당하던 중 가해자 중 1인을 잡고 넘어졌고, 의뢰인도 쌍방폭행으로 입건되었다. 의뢰인은 일방적으로 맞던 중 상대방을 잡고 넘어진 건 정당방위 아니냐며 물어왔다. 먼저 법조문을 확인해보면 형법 제21조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범죄피해에 대한 방어행위로써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정당방위라고 한다는 것인데, 말이 어렵다. 판례는 적극적 공격행위에 이르지 않은 소극적인 방어행위인 경우, 침해되는 범죄행위를 막기 위해 상당하고 적절한 수준의 물리적 행위에 한해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방위에 대해 그 범위가 협소해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거나, 판결의 예측가능성이 적다는 비판이 있다. 정당방위는 범죄 피해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개인의 행위를 보호할 것인지, 방어를 빙자한 폭력과 사적 제재를 방치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꼭 우리 법원이 틀렸다고 할 순 없다. 다만 의뢰인의 실제 사례를 보면, 3명에게 집단폭행 당했기에, 방위행위로 가해자를 밀친 것이니 쉽게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불량배들은 스스로 일방적으로 때렸다고 진술하지 않고, 싸우는 과정에 자기도 맞았다고 한다. 그럼, 의뢰인을 조사할 수밖에 없고, 쌍방폭행에 섣불리 일방을 정당방위로 판단하지 않게 된다. 일방적인 피해자도 방어행위로 기소되어 법원까지 가서 무죄를 다퉈야 할 수도 있다. 다행히 필자의 의뢰인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언론의 비판 보도와 거짓말탐지기 조사 끝에 기소되지 않을 수 있었다. 절차와 결과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높기에 필자도 어느 경우에 정당방위가 성립할지 확신이 없다. 가급적 범죄 상황에 놓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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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03 15:24

미성년자 범죄는 왜 처벌이 약한가요

의뢰인은 최근 유행한 드라마를 보고, 자신의 옛 학창 시절, 유명한 미성년자 범죄를 사례로 들며, 미성년자에 대한 범죄의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했다. 특히 촉법소년은 처벌조차 할 수 없어, 범죄율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왜 미성년자를 강력히 처벌하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먼저 미성년자의 범죄에 대해 알아본다. 민법 제4조는 19세부터 성년임을 정한다. 형법 제9조는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 처벌하지 못한다. 소년의 처벌을 정한 ‘소년법’은 19세 미만인 자를 ‘소년’이라 정하고,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에 대해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고 규정한다. 미성년자 범죄에 대해 연령 구분은 크게 세 가지이고, 처벌은 크게 형사처분과 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0세 미만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보호처분만 가능하다.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보호처분, 형사처분 모두 가능하다. 흔히 촉법소년은 형사미성년자이니 어떠한 처벌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 10세 이상은 소년보호처분이 가능하다.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있으며, 보호자 감호위탁, 수강명령 등에서부터 소년원 송치까지이다. 다만 가장 중한 처분이라 하더라도 2년 미만의 장기 소년원 송치이고, 전과도 남지 않는다. 대략적인 제도의 설명이다. 그런데 소년을 책임의 주체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어른과 사회의 보로 아래 있는 훈육과 계도의 대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드라마와 뉴스로 흉악한 범죄를 접하고, 처벌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미성년자는 어른이 보호해야 할 계도와 훈육의 대상이다. 미성년자 범죄의 원인은 가정 내, 학교 내, 사회 내 적절한 교육과 훈육이 부재해 발생하는 경우이다. 아직 미성숙한 인격에게 더 많은 교육과 관심을 주지 못한 사회와 어른의 책임은 방치한 채, 범죄만을 놓고 책임지라며 아이에게 손가락질하는 건 성숙한 어른의 모습은 아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미성년자의 모습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른의 책임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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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0 18:48

지역주택조합 계약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의뢰인은 1년 전 비교적 싼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3,000만원을 내고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사업은 그대로이다. 의뢰인은 낸 돈 3,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물어왔다. 종종 지역주택조합에 관한 상담을 한다. 상담하며 답답한 건,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불만과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우선 많은 분이 지역주택조합과 분양계약으로 아파트라는 물건을 구입했다고 생각하지만, 지역주택조합과 계약은 물건 구입이 아니라 조합이라는 단체에 가입 계약이라는 점이다. 물건을 구매했는데 아파트 분양이 늦어져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면, 계약 조건 위반이 된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 가입은 물건을 매매한 것이 아니므로, 납기도 없다. 의뢰인은 조합의 구성원으로 아파트를 짓는 시행사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물품 매매가 아니므로 계약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지역주택조합을 탈퇴해야 한다. 하지만 탈퇴도 쉽지 않다. 보통 정관에는 총회 등을 거쳐 탈퇴를 승인해야 탈퇴가 된다. 만약 탈퇴가 되더라도 이미 들어간 비용은 제하고 일부만 돌려주게 되어 있다.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많은 문제점으로 주택법을 개정해 30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했기에 가입 이후 30일 이내라면 얼마든지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30일이 지났다면 해당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사기로 취소할 수 있다거나 가입자의 무주택 요건 변경으로 탈퇴할 수 있다고 한다. 사기는 입증이 어렵고, 무주택 요건이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비용은 공제하고 돌려받게 되고, 받는 시점도 불분명하다. 지역주택조합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합원 모집을 마치 분양계약인 것처럼 설명하는 경우가 흔해 가입자가 물품매매인지, 단체 가입인지에 대해 분명히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역주택조합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조합이 확보한 토지와 토지 확보에 따른 진행 상황을 꼼꼼히 체크해 보고 후회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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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06 15:09

특유재산인데 재산분할 대상인가요

의뢰인은 3년 전 결혼한 유부남이다. 의뢰인은 최근 성격 차이로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의뢰인은 결혼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으로부터 상속받은 부동산이 있었다. 의뢰인은 특유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속재산도 재산분할 대상인지 물었다. 우리 민법은 혼인 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하고(제830조), 특유재산은 각자 관리∙사용∙수익∙처분하도록 하고 있다(제831조). 그리고 재산분할 대상은 부부가 혼인 중에 공동으로 형성한 실질적인 공유재산에 한정한다고 보아 특유재산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우리 민법은 부부 별산제로 각자 명의 재산은 각자의 것으로 본다는 것이고, 이혼을 할 때에도 각자 명의 재산은 각자의 몫이고, 공유재산에 한해 재산분할 대상으로 본다. 그런데 이에 커다란 예외가 있다. 판례는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그 소유재산에 관한 소유권을 갖지 아니한 배우자 일방의 적극적 협력에 의하여 그 재산이 유지 보존되고 그 가치의 감소가 방지되어 왔음이 특히 인정될 수 있는 경우라면 그 협력, 기여 정도에 상응한 청산적 재산분할의 청구도 예외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결혼 전에 보유 재산도 그 재산을 오랜 기간 유지하였다면 혼인 기간 유지, 보존, 가치 감소 방지 등에 대한 상대방의 기여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산분할 과정에서 특유재산 쟁점은 재산분할의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지만, 혼인 기간이 길어질수록 특유재산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대상이 되면 부부의 기여도 문제가 쟁점이 된다. 의뢰인에게 미안하게도 언제 특유재산이 예외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 명쾌하게 답을 할 순 없다. 다만, 극히 짧은 기간 안에 이혼을 한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느 정도 줄 생각으로 합의하시는 게 유리할 거라고 얘기해 줄 수 있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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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20 15:27

이혼하고 싶어요.

의뢰인은 5년 전 결혼한 유부남이다. 맞벌이 부부에 처와 사이에는 3세 아이를 두고 있다. 1년 사이에 처와 잦은 다툼이 있었고, 서로 이혼을 결심했다. 의뢰인은 이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아왔다. 변호사를 하다 보면, 가장 흔한 상담 유형은 임대차, 노동법(임금, 퇴직금, 해고 등), 마지막으로 이혼이다. 특히 이혼은 전문 분야가 아니더라도, 보통 상담 건수도 소송 건수도 적지 않아, 변호사의 중요 업무 분야 중 하나이다. 결혼이 인생에 중요한 부분이듯, 이혼 역시 쉽지 않다. 이혼에 따른 법적인 분쟁 역시 적지 않고, 오늘은 중요 법률문제를 개관하기로 한다. 이혼할 때 체크 포인트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이혼 사유이다. 부부가 모두 이혼을 원한다면 협의이혼도 가능하고, 이혼 사유가 중요하지 않지만, 만약 한 쪽이 원하지 않는다면, 재판상 이혼 절차를 거쳐야 하고, 법적 이혼 사유도 있어야 한다. 민법 제840조에 기재되어 있고, 예로 들면, 부정행위, 유기, 부당한 대우 등이 있다. 두 번째는 금전 문제이다. 이혼 시 금전 문제로 가장 중요한 건 재산분할이고, 다음은 위자료이다. 위자료는 상대방이 유책 사유로 인한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금인데, 보통 그 금액이 기대보다 크지 않다. 재산분할은 혼인 기간에 형성된 재산을 나누는 것인데, 보통 수억의 집 한 채를 어떻게 나눌지가 문제가 되고, 그 금액도 적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혼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된다. 마지막은 부부가 낳은 아이를 누가 키울 것인지에 관한 친권ㆍ양육권 문제이다. 보통 미취학 등 어린 자녀의 경우 엄마에게 큰 흠이 없는 한, 엄마에게 양육권을 인정한다. 양육권을 일방이 가져갈 경우 양육하지 않은 쪽에서 양육비 지급 의무와 면접교섭 권리가 있다. 보통 이혼 상담에 굳이 이혼을, 자녀는 이란 걱정이 앞서지만, 이혼 상담 의뢰인 역시 많은 고민을 거쳐 변호사 상담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혼은 어려운 일이기에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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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6 16:35

주택임대차 갱신 요구권 행사 후 해지

의뢰인은 아파트 임대인이다. 1년 전,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임대차 계약이 갱신됐다. 그런데 3개월 전 임차인은 새집을 샀다며, 임대차 계약을 해지를 통보했다. 의뢰인은 신규 임차인을 구해, 보증금을 내주려 했지만, 신규 임차인을 아직 구하지 못했다. 임차인은 계약 통보 후 3개월이 지났으니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다. 의뢰인은 계약을 중도에 해지한 건 임차인인데, 신규 임차인을 구하기 전에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가 있는지 질문했다. 일반적인 경우,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을 중도에 해지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이를 들어줄 의무는 없고, 관행상 계약을 해지한 임차인이 복비를 지불한다. 보증금의 경우, 신규 임차인이 구해지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현 임차인에게 주면 된다. 의뢰인의 질문을 받고, 통상적인 임대차 계약 중도 해지라 생각하고, 신규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면, 임차인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신규 임차인이 구해지면 보증금을 주면 그만이라고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임차인이 3개월이 지났으니, 보증금 반환 의무가 있다고 한 게 마음에 걸렸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은 계약 갱신 요구권을 규정한다. 주택 임대차의 계약기간은 동 조항으로 인해 2+2년으로 된다. 그런데 해당 조항 제4항은 임대차 갱신 요구에 의해 갱신되는 임대차 계약의 해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묵시적 갱신의 계약 해지 조항을 준용한다고 되어 있다. 묵시적 갱신이 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해지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임차인의 임대차 갱신 요구권 행사 후, 임차인은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해지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해지 효력이 발생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자주 개정되다 보니, 개정된 법조문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안다고 넘어갈 게 아니라 매번 법조문을 확인해 실수를 줄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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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6 17:17

아파트 내 불법 현수막 철거에 대하여

의뢰인은 아파트 관리소장이다. 아파트 내 분쟁 발생으로 일부 입주민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등 입주민을 비방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의뢰인은 해당 현수막은 규약상 아파트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불법 현수막인데,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에 따라 관리실에서 철거가 가능한지 물어왔다. 현수막을 찢거나, 훼손하지 않은 채 철거하여 옮겨 보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손괴죄에 해당한다.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이 범죄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의문이 발생한다. 그 많은 도로 주변의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도 불법일까? 만약 도롯가에 설치되어 있는 불법 현수막을 지나가던 내가 직접 철거하면 손괴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수막은 내가 철거하지 않고, 지자체 담당자가 돌아다니면서 불법 현수막을 철거한다. 지자체 담당자가 손괴죄에 자유로운 것은 법에 따른 철거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럼, 아파트 내에서는 관리사무소가 관리권한이 있으니까 철거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대부분 아파트는 관리규약에 따라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에 신고하고 동의를 받아 현수막을 걸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 임의로 게시한 불법 현수막은 관리사무소에서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판례는 요약하자면 관리사무소에는 ‘관리’ 권한 만이 있을 뿐 직접 ‘철거’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한다. 게시자에게 자진 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통해 강제 집행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다만, 정당행위가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게시자에게 철거를 고지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충분히 관련 절차를 거쳤으며, 현수막에 게시된 내용의 명예훼손 정도가 심한 경우 등 관련 내용을 복합적으로 검토하여 아주 어렵게 인정되고 있다. 의뢰인은 불법 현수막에 대해 입주민 민원이 빗발친다고 하소연했지만, 철거 권한이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에 불법 현수막으로 신고를 하는 등 분쟁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봐야 할 것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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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2 14:11

저당권이 있는 주택을 임차했어요

의뢰인은 2년 전 전세 계약을 맺어 주택을 임차했다. 의뢰인은 최근 임차 주택에 대한 경매 절차가 개시되었다고 연락받았다. 의뢰인은 등기부를 확인해보니 전입신고 일자 이전에 선순위 저당권이 있는 것을 확인했고,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반복해서 설명하자면, 상가 또는 주택 ‘임대차보호법’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대항력, 우선변제권, 최우선변제권이다. 이는 모두 서민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에 관한 것이고, 이를 법적으로 어떻게 보장하는지에 대한 제도이다. 우선변제권이나 최우선변제권은 경매 후 배당에 관한 것이다. 확정일자를 갖췄다면, 근저당권 등 후순위권리자보다 우선해서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변제권, 특정 금액에 미치지 않는 임대차의 경우 선순위권리자보다 우선해서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최우선변제권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배당을 신청하고 이사를 가야 한다. 대항력은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새 집주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거다. 집값이 내려 깡통 전세라도, 매각대금이 보증금이 미치지 못하더라도 당장 위험은 면하고 새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달라고 하면 된다. 대항력만 있다면 경매가 개시됐다 하더라도 당장의 걱정은 피하게 된다. 그런데 임대차 계약 당시 선순위 권한이 있다면 대항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임대차 계약을 맺기 전에 꼼꼼히 등기부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다. 임차하려는 주택에 이미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등기가 되어 있다면, 해당 주택이 경매로 소유자가 바뀔 경우 대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배당을 신청해 배당받는 수밖에 없다. 집값 하락 시기이다. 임대차에 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선순위 물권이 없는 깨끗한 집을 임차했다면, 대항력이 있으니 우선 집에 살고 계시라고 조언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내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얼마가 될지 계산해야 한다. 혼돈의 시대에 부디 피해가 없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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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9 14:25

선거법, 당선 목적 허위사실공표

우리 지역 A 후보자는 선거기간 토론회에서 선거 브로커를 만난 이후 다시는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있었지만, 기소되지 않았다. 반면에 현직 B시장은 토론회에서 도시공원 민간 특례사업에 초과이익 환수 규정이 있다고 밝혔지만, 사실 협약서에는 ‘초과이익 환수’라는 조항은 없었기에 기소되었다. B시장 측은 환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협약서 내용상 환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의뢰인은 기소 결과를 두고, 형평에 반하지는 않은지 물어왔다. 먼저 기사 정도만 훑어보고, 수개월의 수사 결과에 대해 시비를 가리는 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미련한 일이다. 판단을 돕고자 대략적인 내용만 기재한다. 허위사실공표에는 당선 목적과 낙선 목적이 있다. 당선 목적은 후보자 본인의 잘한 점을 부각하거나 잘못한 점을 숨기는 경우이고, 낙선 목적은 다른 후보자에 대한 사실이다. 법정형은 당선목적은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낙선목적은 7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항의 벌금으로 낙선목적으로 유죄가 될 경우 반드시 당선이 무효가 될 정도로 훨씬 중하게 취급받는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2020년 이재명 판결에서 토론회 발언에 대해 ”토론회에 참여하여 질문·답변을 하거나 주장·반론”은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타 후보자에 대한 험담은 뒤로하고, 후보자 스스로 자신에 대해 좋은 점은 부각시키고, 나쁜 점은 숨기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허위의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단순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선거법 위반으로 죄를 묻는 것이 맞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한 후보는 선거기간에 가장 논란이 된 브로커와 관련된 사실을, 다른 후보는 정책적 판단에 관한 사실을, 토론회에서 발언했다. 이를 두고 누가 더 중대한 허위인지, 결론을 달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형평의 문제를 제기하는 의뢰인의 질문에 수긍하게 되는 대목이다.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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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5 14:26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의뢰인의 자녀는 같은 반 학생과 물리적 신체 접촉이 있었고, 가해 학생이 되었다. 의뢰인은 아이에 대한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가 열린다고 했다. 의뢰인은 학폭위 결정이 학생부에 기재가 된다고 알고 있는데, 그 내용에 관해 물어왔다. 2011년 말 학교폭력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학생부에 기재한다고 했다. 찬ㆍ반 양측의 의견이 첨예했지만,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학생부 기재에 대한 우호 여론은 높았고,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그 근거로 한다. 동 지침 제8조 제4항은 특기사항에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에 따른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입력하도록 되어 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는 학폭위 결정으로 가해학생에 대해 조치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종류는 ‘1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2호 피해학생 및 신고ㆍ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3호 학교에서의 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처분’이 있다. 애초에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사항은 5년 동안 보존한다고 했고, 여러 논란이 있었다. 현재는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항에 대해서는 조치사항을 이행하고 1회인 경우에 한해 기재 유보를 한다. 제1호부터 제3호 및 제7호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하며, 제4호부터 제8호까지는 졸업 후 2년 후 삭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졸업 직전 전담기구의 심의를 거쳐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다. 비교적 가벼운 학교 폭력으로 아이에게 긴 시간 낙인을 찍을 필요는 없다는 취지였다. 필자는 학교폭력에 대한 응분의 조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미성년자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학부모와 학교가 자유로울 수 없다. 요즘 미성숙한 아이들의 분쟁에 훈육과 교육은 사라지고, 절차와 책임만 남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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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1 14:03

분양계약, 해제하고 싶어요

의뢰인은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 분양회사 직원은 오피스텔 계약금만 내면 중도금은 대출로 나오고, 잔금은 임대를 내줘 전세금으로 납부하면 된다고 했고, 이후 가격이 오르면 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 있다고 했다. 잔금 납부 시점인 현재, 임대차 시세는 형편없이 낮아졌고, 의뢰인은 잔금을 부담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의뢰인은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지난 5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시대였다면, 이제 하락의 시대이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매도인이, 하락하면 매수인이 계약을 돌리고자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먼저 해제를 알아보면, 해제에는 민법상 채무불이행을 사유로 하는 법정 해제, 서로 약정한 사유에 따른 약정 해제, 마지막으로 합의 해제가 있다. 그런데 의뢰인은 이미 중도금까지 냈으니, 이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아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제할 수 없다. 그리고 본인이 잔금을 안 내게 된다면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이므로 법정해제권도 있다고 볼 수 없다. 매수인이 잔금을 내지 않는다면 매도인에게 오히려 법정해제권이 있다. 그런데 해제하면 매도인은 손해배상 예정액인 계약금 정도 몰취할 수 있다. 다만, 매수인을 쉽게 구할 수 있다면 순순히 해제 후 새 매수인을 구하겠지만, 하락의 시기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매수인이 계약금을 포기하고서라도 계약을 돌리고 싶지만, 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자세한 사정은 들어야 하겠지만 매수인도 분양 과정을 설명한 것을 보면 전세와 프리미엄 설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분양시 명문으로 전세 보장, 프리미엄 보장 등의 문구가 있다면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어 해제를, 더 나아가서 사기가 된다면 취소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이 경우 한국식 해결 방법도 있다. 민사의 형사화로 매수인을 속여 분양했다는 취지로 분양 사기로 형사 고소하는 방법이다. 매수인 입장에서 어떤 방법이든 계약을 돌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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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07 14:03

전동킥보드 음주 사고

의뢰인은 몇 잔의 술을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탔다. 전동킥보드 운행 중 행인과 부딪쳤고, 큰 부상은 없었지만, 행인은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의뢰인은 전동킥보드 음주사고가 그렇게 큰 죄인지, 합의를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농기계, 개인형 이동장치 등 도로교통법상 차, 자동차, 원동기장치자전거, 자전거 개념 등을 정리하며 대략적인 내용은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 물어오면 여전히 헷갈리기 일쑤다. 바퀴가 달리고 모터, 엔진 등 동력장치가 있다면 “차”이고, 차 중에서 자동차(125cc 이상 오토바이 포함)를 제외하면 원동기장치 자전거이다.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30kg, 25km/h 미만의 장치는 개인형 이동장치이다. 복잡한 것 같지만, 개인형 이동장치는 “차”이므로, 면허가 있어야 하고, 음주, 무면허 운전은 처벌받는다. 다만, 규제완화 차원에서 처벌 수위가 약한 부분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음주와 무면허로 범칙금만 내면 그만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음주운전의 경우 반복될 경우 징역형까지 염두에 둬야 하지만 그럴 위험은 없다. 하지만 운전면허까지 취소된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하자. 그런데 음주 사고가 났다면? 필자는 개인형 이동장치 법조문을 좀 안다고 생각했는지, 음주운전은 범칙금에 불과하니, 음주 사고도 다른 규정이 있겠지 막연히 기대했다. 하지만 자동차 음주 치상과 적용 규정이 동일하다. 자동차 음주 치상 범죄로 교도소에 가는 분들을 보기에, 음주 치상이란 말만 듣고 놀랐다. 당연히 자동차와 개인형 이동장치의 음주 사고의 양형은 구분되고, 전과 없는 의뢰인이 구속될 리야 없겠지만, 최대한 합의도 보고, 처벌은 가볍게 해야 한다. 의뢰인에게 가벼운 범죄는 아님을 알리고, 합의는 적정가격이 없고, 경제 사정에 따라 하는 거지만, 가급적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원칙적인 말만 해 줬을 뿐이다. 전동킥보드 운행, 가벼운 마음으로 타기에 너무나 큰 책임이 따른다. 제발 가볍게 보지 않길 바랄 뿐이다.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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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4 14:38

[변호사처럼 생각하기] 단순 음주운전인데, 구속되나요?

의뢰인은 군 단위 지역 거주자로, 음주운전으로 단속되는데,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의뢰인의 마지막 음주운전 적발은 약 10년 전으로 의뢰인은 4차례 모두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의뢰인은 요즘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혹시 자신이 구속될 수도 있는 것인지 물었다. 세월이 가며 법과 도덕, 문화가 변화하지만, 사람이 못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 변화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지체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오래전엔 음주운전이 범죄인가? 라는 의문을 가졌고, 얼마 전엔 범죄지만 벌금을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교도소까지 감수해야 할 엄청나게 큰 범죄이다. 위 사례와 같은 의뢰인이 찾아온다면, 먼저 변화된 시대부터 설명해야 한다. 주위에서 큰일 날 수 있으니 변호사부터 찾아가라고 했기에 오셨을 테지만, 변호사 사무실에 이른 의뢰인의 마음은 ‘별일도 아닌데’와 불안, 불신으로 가득 찬 상태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의뢰인에게 음주운전이 별일 아닌 거 안다며, 호감을 사고, 시대가 변했다는 사실과 최근 음주운전으로 구속된 사례를 설명하며 경각심을 준다. 실제 음주운전 양형 사례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 음주운전으로 구속 사례가 늘어나는 것 같다.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경위, 음주 수치, 운전 거리,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 부양가족 등 여러 정상 사유를 고려해 봐야겠지만, 보통 음주 1회는 벌금, 2회는 집행유예, 3회는 법정 구속이다. 의뢰인과 같이 10년 전 4회 범죄 이력은 모호한 부분이 있다. 몇 년 전 같으면 구속 가능성이 높진 않은 것 같다고 했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구속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당연히 음주운전은 사라져야 하며, 음주 운전자는 엄벌해야한다. 다만, 군 단위 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고령의 면 단위 음주 운전자를 상담하다보면 음주운전도 시대지체 현상이란 생각이 든다. 삶의 많지 않은 취미와 낙이 음주인 분들도 있고, 대리운전도 택시도 마땅치 않은 곳이 있으며, 시골에서 음주운전은 대단한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에게 과연 엄벌만이 옳은 것인지 쉽지 않은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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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10 17:36

어려운 민사재판

필자는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전까지 판사와 검사는 말할 것도 없고, 변호사를 만나 본 적 없었다. 심지어 법원도 졸업을 앞두고, 변호사가 된다는데, 재판 구경은 해 봐야겠단 생각으로 가 본 것이 처음이다. 지금도 누군가 저는 평생 소송이란 걸 모르고 살고, 변호사 사무실이 처음이라고 하면, 저도 남의 소송만 해 봤지, 아직 제 소송 못 해 봤다고 얘기한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사법(司法) 기관(대략 법원)이란 평소에 갈 일이 없기에 내용도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막상 가게 되면 불편하고 어려운 곳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법 통계를 찾아보니 2020년 전체 소송사건 약 680만 건 중 민사(민사+가사) 사건은 약 500만 건으로 70%가 넘었다. 법원이 하는 일 대부분은 민사 사건이지만 개념을 이해하는 데 가장 오래 걸렸던 것은 민사였다. 예를 들어 삼권분립을 배웠다. 사법부는 입법과 행정과 함께 3대 권력으로 나머지 두 권력을 견제한다.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은 쉽게 이해가 간다. 행정관청이 나에게 행정처분을 하면 이게 위법하다 생각하면 종국적으로 행정소송에서 위법 여부를 판단한다. 형사소송도 죄가 없는 나를 수사기관이 기소하면, 재판으로 무죄 여부를 판단한다. 행정부가 곧 국가라고 생각하는 중앙집권적이고 전 근대적인 국가관이 시작이었다. 국가가 사인 간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을 만들었고, 이를 civil law라고 부르고, 이는 영미법의 common law와 구분된다는 사실, 배운 것 같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다. 민사라는 영역에서 내가 돈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데, 재판받고 판결문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 원리는 난해했다. 국가(행정부) 개입을 통한 권리 구제는 사기로 고소해 돈을 받는 방법이 가장 적절해 보였다. 누군가는 민사란 개념을 쉽게 이해하겠지만, 10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외국의 법을 계수해 만든 국가의 시스템과 사인 간의 법체계를 책으로만 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다.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사는 항상 어렵다. 나 뿐만은 아닐 것이라 믿으며 스스로 위로해 본다.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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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19 15:30

소송 제기 기간 넘겼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씨는 올해 5월 초 건축허가를 취소당했다. A씨는 행정처분에 다퉈야 할지 고민하다 억울하다는 생각에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A씨는 알아보던 중 90일이 도과되어 더 이상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듣게 되었다. A씨는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며 다른 방법이 없는지 물어왔다. 한국 성인 남성의 악몽은 군대를 다시 가는 꿈이라면, 변호사의 악몽은 기한을 놓치는 일이다. 예를 들면 의뢰인이 상고장을 접수해 달라고 했는데, ‘깜빡’하고 상고하지 않은 경우이다. 업계에는 괴담처럼 상고 기한을 놓쳐 손해를 배상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 상식 차원에서 알아둘 수 있는 불변기간은 민사의 상소는 ‘판결문 송달일부터 2주’, 형사의 상소는 ‘판결선고일로부터 7일’이다. 초일불산입 원칙이 적용되어, 만약 판결문 송달일이 9월 1일 이라면, 9월 2일을 기산일로 하여 14일 이후인 9월 15일이 상소기간이 된다. 원로 변호사님에게 “지금이야 전산화 되었지만, 예전에는 그런 것도 없고, 전관예우도 있고, 법원과 친분만 있으면 하루 정도는 넘어갈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물어본 적이 있다. 변호사님은 정색하며 옛날에도 기한만큼은 철저했다며, 대법원장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법원의 기한은 그만큼 엄격했다. 위 의뢰인은 행정 사건의 경우이다. 보통 다른 사건 같은 경우에는 제소기간이라는 것이 따로 없기에, 이를 모르고 넘어갈 수 있다. 행정소송은 행정처분 후 안 날 90일, 있은 날 1년이다. 행정처분은 보통 서면으로 받아보기 때문에 우편 등 서면을 받은 날이 ‘안 날’이다. 행정처분 이후 90일이 지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면, 법원은 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소를 각하한다. 즉, 의뢰인은 불변기간을 넘겨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고, 이를 다툴 다른 방법도 마땅치 않다. 혹시 위 기한을 외워야 하냐고 묻는 분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 위 기간은 통지, 처분 문서의 마지막 아랫부분에 기재되어 있다. 외울 필요는 없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주의하고 볼 일이다.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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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5 14:27

변호사처럼 생각하기-가계약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가계약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A씨는 3억원의 아파트를 소개받으며, 요즘 아파트 매물이 없으니 가계약금이 필요하단 설명을 들었다. A씨는 200만원을 소유자에게 이체 후, 요즘 매매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해당 아파트를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됐다. A씨는 이미 지급한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물어왔다. 하급심 판례 중 “매매계약과 관련하여 가계약을 체결하고 가계약금을 수수하는 것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일방적인 매매계약 체결요구권을 부여하는 대신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 가계약금의 반환 역시 포기하도록 한 것이므로, 본계약 체결을 스스로 거부한 갑은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사례가 있다. 흔히 위 판례와 같이 가계약금을 지급하면 돌려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가계약금은 계약서도 없고, 많은 사례가 매도인과 매수인이 만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급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가계약금을 주며, 어떠한 합의가 있었는지 구체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가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매매계약의 중요사항에 대해 서로 합의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매매계약 중요사항에 대한 합의가 있더라도 채무불이행시 계약금을 몰취해 위약금으로 한다는 별도 합의가 있어야 한다. 즉, 간이한 절차로 적은 돈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이 성립되었다 거나, 그 계약금이 위약금이 된다고 바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소송으로 간다면, 매도인과 매수인이 어떠한 점까지 합의했는지 서로 입증해야 한다. 가계약에 대한 상담을 해 보면, 대부분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위약금으로 매도인은 가계약금의 2배를 배상하거나, 매수인은 가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합의가 없거나, 있더라도 이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가계약에 대해 적은 글이 있지만 다시 쓰는 이유는 가계약이 흔히 아는 상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주의할 일이다.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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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2 18:38

학원에서 벌어진 폭행도 학교폭력인가요

A 학교에 다니는 김모 학생과 B 학교에 다니는 박모 학생은 같은 학원에 다닌다. 학원에서 김모 학생이 박모 학생의 외모와 행동에 대해 놀렸고, 박모 학생은 분을 이기지 못해 김모 학생의 멱살을 잡아, 넘어뜨렸다. 의뢰인인 김모 학생의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학원에서 폭행을 다녔는데, 이 경우에도 학교폭력의 대상이 되는지, 어떻게 처리하게 되는지 물어왔다. 먼저 이 사건은 학교 밖인 학원에서 벌어진 것으로 이 경우에도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폭행 등을 의미한다. 즉, 학생 사이 폭력이라면 학교 밖에서 발생했더라도 학교폭력이다. 다음은 절차적인 문제이다. 2019년까지 각 학교에는 학폭위가 있었다. 정식 명칭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였는데, 학교 업무 부담, 전문성 부족, 경미한 폭력에 대한 교육적 해결이 곤란하다는 사유로 각 학교에 두던 것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해 교육지원청에 두도록 했다. 전에는 쌍방의 학교가 다를 경우 공동으로 학폭위를 구성했지만, 지금은 같은 지역이라면 동일한 심의위원회에서 처리한다. 마지막으로 학교폭력을 어떻게 처리하게 될지 알아본다. 기본적으로 이 사건은 박모 학생의 폭행, 김모 학생의 모욕 쌍방의 학교폭력 행위로, 김모 학생, 박모 학생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 2주 이상의 진단서가 발급받지 않았거나, 학교폭력이 일시적이었던 등의 경우에 학부모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는다면, 학교장은 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 사고에 작은 사고란 없다. 작은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어긋난 행동에 대해 처벌보다 중요한 건, 아직 배우는 단계인 아이들에 대한 재발 방지와 교육적 효과이다. 학교폭력의 처벌과 대책은 학폭위뿐만 아니라 민ㆍ형사상 해결 방법도 존재한다. 하지만 부디 교육적 해결방법을 찾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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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8 14:21

집행유예의 실효와 재심

의뢰인은 2021. 1.경 2회 이상 음주운전(일명: 윤창호법)으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의 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의뢰인은 2021. 5.경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되어 2022. 1.경 1심에서 징역 6월형을 선고받았다. 의뢰인은 자신의 수형기간과, 2021. 11.경 윤창호법이 위헌결정을 받았는데, 재심을 한다면 형기를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왔다. 사전 설명이 필요하다. 의뢰인은 집행유예 형을 받았고, 다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선행 음주운전 사건으로 집행유예 기간은 2021. 1.경부터 2024. 1.까지이다. 집행유예의 실효를 보면 ①집행유예 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②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집행유예 효력은 상실한다. 집행유예의 효력이 상실되면 무면허 징역 6월에, 음주운전 징역 1년 6월이 추가되어 총 2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한다. 그런데 기존 음주운전 범행은 2회 이상으로 일명 윤창호법에 의해 가중처벌 받았고, 이는 2021. 11.경에 위헌 결정이 이루어졌다. 즉, 앞의 음주운전 범행은 재심대상이 된다.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래 있었던 원판결은 없었던 것이 되고, 재심판결이 있었던 때부터 판결의 효력이 발생한다. 만약 의뢰인이 선행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 재심 신청을 하고, 2022. 6.경 동일하게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의 형이 확정된다면, 집행유예 기간은 2022. 6.부터 2025. 6.까지 된다. 그렇게 되면 의뢰인의 후행 무면허 운전은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가 아니게 되고, 선행 음주운전 사건의 집행유예는 실효되지 않게 된다. 즉, 의뢰인이 선행 음주운전 사건에 재심을 신청하고 그 형이 확정된 이후, 무면허 항소심에서 선고가 이루어진다면 두 사건의 양형이 동일하더라도 의뢰인은 6개월만 교도소에 있으면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음주와 무면허를 반복한 의뢰인을 두둔하고 싶진 않다. 다만, 위기에 처하면 집요해진다. 사실 변호사는 위기의 당사자가 아니다. 구속된 피의자는 작은 단서 하나 놓치지 않았다. 사실 변호사도 의뢰인에게 많이 배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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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25 14:02

영아 살해죄의 양형

전주에서 신생아가 변기 물속에서 태어나자마자 죽는 일이 발생했다. 갓 태어난 아이가 죽음에도 부모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의뢰인은 말 못하는 아이를 죽인 범죄에 대해 선처를 베풀 수 있냐며 의견을 물어왔다. 형법 제251조는 영아살해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중 또는 분만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과 같이 인식되던 때도 있었고, 아이에 대한 폭력이 사랑의 매라며 용인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동 학대가 얼마나 큰 뉴스가 되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막 태어난 아이를 죽이고, 죽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방치했는데, 선처받는다고? 그러한 법률의 존재도, 선처가 가능한 사실도 낯설 법하다. 필자의 직업은 보통 범죄자를 변호하는 일이다. 필자 개인의 직업적 편견일 수도 있다. 필자는 대부분이 특정 범죄를 접하며, 엄벌이 부족하다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하다. 양형의 목적은 범죄에 대한 대가일 수도 있고, 범죄를 예방할 수도 있고, 범죄자에 대한 교화일 수도 있다. 만약 형량이 적어 범죄가 계속된다고 하면, 형량을 무한대로 늘리면 된다. 하지만 모든 범죄자를 사형한다고 하더라도 범죄는 없어지지 않는다. 형법 책을 들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이다. 특히 영아살해죄의 경우, 명백히 사회적인 범죄이다. 대부분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복지서비스에 접근을 못 하거나, 모성과 부성이 부족한 경우에 발생한다. 잘 사는 집에서는 벌어지지 않을 범죄이다. 임신과 출산, 양육을 배우지 못한 부모가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직접 출산한 결과물이다. 그 부모를 엄하게 처벌한다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아살해자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일의 선후 문제이다. 생명이 소중하다면 부모를 엄벌에 처할 것이 아니라 임신한 산모를 보호하고, 공적 범위 내에서 출산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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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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