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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立春功德


 

2월4일은 봄이 문턱에 들어선다는 24절기 가운데 첫번째 절기 입춘(立春)이다. 중국에서는 입춘을 기점으로 동풍이 불어 언땅을 녹이고 동면하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며 물고기가 얼음장 밑을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아마 남부지방 이야기인것 같고 우리나라는 아직 한겨울속이다.

 

그러나 입춘은 그 전날을 절분(節分), 즉 철의 마지막 날이라 하고 전날밤을 해넘이라 하여 사실상 새로운 한해가 시작된다는 해바뀜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의 입춘맞이는 각별했던 것 같다.

 

콩을 볶아 사방에 뿌려 귀신을 쫓고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과 같은 마음에 두었던 입춘방(榜)이나 첩(帖)을 써 대문이나 곳간문·기둥·대들보에 붙였다.

 

또 입춘절식으로 햇나물무침과 무우순(筍) 생채(生菜)를 만들어 먹고 생남을 기원하며 입춘전후에 받아둔 입춘수(立春水)로 술을 빚어 마시기도 했다.

 

농사와 관련된 입춘놀이로는 나무나 짚으로 만든 소를 끌고다니며 풍년을 축원하고 보리뿌리를 뽑아보며 그해 농사를 점치는 행사를 가졌다.

 

이밖에도 교훈적인 세시민속으로 각자 맡은바 소임을 아홉번씩 되풀이하면 복을 받는다는 ‘아홉차리’와 착한 일을 하면 액을 면한다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의 복지민속이 있는데 특히 적선공덕의 입춘민속은 오늘날에 되살리고 싶은 아름다운 민속이다.

 

옛날 적선공덕은 밤중에 남몰래 징검다리를 놓거나 가파른 고갯길 깍기·다리밑 동냥움막에 밥지어다 놓기·행여병자에 약탕끓여주기 등을 했다고 한다.

 

사람이 태어나 마지막 떠나는 길 상여머리에서 부르는 향도가(香徒歌)에도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헐벗은 이 옷을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하였는가/깊은물에 다리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하였는가/병든사람 약을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하였는가’라는 대목이 있다.

 

죽어서까지도 염라대왕으로부터 입춘공덕을 심판받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무쪼록 입춘을 계기로 그동안의 대립과 반목·갈등을 털어내고 각자 한가지 공덕이라도 쌓아 기쁨이 충만한 한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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