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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朮職 단념자



 

문: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이 맨 처음 얻기 쉬운 직업은? 답:실업(失業). 요즘 PC방이나 인터넷등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뜨는 블랙 코미디 가운데 하나다.


 

외환위기 이후 몰아닥친 경기 침체로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난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이 급한 기업들이 신규 인력 채용을 외면하는 바람에 어쩌다 구인광고라도 낼라치면 지원자들이 구름처럼 몰려 든다.

 

정부가 실시한 인턴 직종 모집에 수십만명이 응모하여 바늘구멍 경쟁을 벌인것이 엊그제다. 버젓한 직장은 고사하고 아르바이트 일자리 하나 구하기도 힘든 현실이다. 올해 졸업반에 진학하는 대학 3학년생들 가운데 70%이상이 휴학계를 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실업한파는 비단 대졸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잘다니던 직장이나 근로현장에서 내몰린 중·장년 실직자나 실업자들이 거리에 넘쳐 난다. 가정을 버린채 지하철역이나 공원벤치등을 둥지 삼는 노숙자들도 IMF 직후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여기다가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도 않는 ‘구직 단념자’도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청발표이다. 취업을 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일자리가 없어 아예 이력서 내기조차 거부하는 구직단념자들의 경우는 그야말로 구조적 사회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실업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미국의 토머스 코틀이라는 사회학자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갖지 못해 낙심한 실업자는 죽어가는 환자들과 비슷한 생리적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일종의 ‘심리적 죽음’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 있어도 죽은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체념하고 쉽게 분노하며 극단적인 자살이나 자동차 돌진, 이유없는 폭력등 충동적인 행동들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초기 증상일뿐 실업상태가 장기화 하면 아예 니체식 허무주의에 빠져 ‘될대로 되라’식의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들고 만다니 그과정의 고통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사회정신이 병들어 가는 실업사태, 정말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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