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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아카시아 꽃



 

‘동구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 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쌩긋/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청장년층들에게 어릴적 추억을 되살리게 해주는 동요 ‘과수원 길’의 가사다.

 

30∼40년전만 해도 시골 과수원 언저리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무성했다. 요즘처럼 흰꽃이 활짝 필 무렵이면 그 꽃을 따서 송이째 잎에 넣어 꿀을 빨았고, 그늘에서 쉴때나 걸어가면서 ‘가위 바위 보’를 이긴 사람이 잎을 하나씩 따내는 놀이도 했다.

 

봄의 늦둥이 꽃이자 초여름을 알리는 전령사인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였다. 가까이서 보면 금세 터져서 흩어질 것 같은 영락없는 팝콘의 모양인데 멀리 떨어져 보면 마치 초록색 화선지에 흰 물감을 꾹꾹 찍어낸 듯한 그림같은 풍경이다.

 

아카시아 나무는 1890년경 일본인이 중국으로 부터 들여와 인천지역에 처음 심은 것으로 알려진 귀화식물이다.

 

아카시아 나무가 우리의 산림에 유익한가 해로운가에 대한 평가는 학자에 따라 다르다. 6·25전쟁 이후 황폐해졌던 산을 신속하게 조림하기에는 더 없이 좋았던 수종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아카시아의 억센 생명력이 오히려 다른 나무의 생장을 방해해 산림에 피해를 주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카시아 나무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밀원수(蜜源樹)로 한해 꿀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면서 양봉업자들의 소득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카시아 꽃은 양봉업자들만 기다려지는 꽃이 아니다. 이 꽃이 필 무렵이면 나무밑의 풀이 부쩍 자라나 웬만한 불씨에도 산불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산불방지를 위해 입산을 통제하던 등산로도 이때쯤 개방된다. 한마디로 임업 관계자나 등산 애호가들에게는 ‘희망의 꽃’인 셈이다.

 

아침 출근길 차창으로 스며드는 향긋한 아카시아 꽃 향기를 맡으면서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 다소간의 위안거리가 될 듯 싶은 좋은 절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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