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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더위사냥



 

가뭄과 장마 그리고 무더위로 이어지는 것이 우리네 여름의 기상 풍속도이다. 지금 절기로는 초복을 지나 중복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른바 삼복 더위가 다가오면 그야말로 찜통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대기오염과 환경파괴로 대기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숨막히는 여름을 지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 도심의 여름은 아침부터 희뿌옇게 가려져 보이지 않는 스카이라인이 답답함을 더해주고 지열로 후끈 달아 오른 아스팔트와 높고 투박한 콘크리트 벽에 쌓여 새벽이 되도록 잠을 못 이루게 되는 한여름의 삼복(三伏) 더위가 또 시작된 것이다.

 

요즘에는 냉장고 가득 시원한 청량음료나 기능성 음료로 더위를 식히고 에어컨으로 냉방이 잘 이루어진 공간에서 살다보니 냉방병이라는 이름도 희한한 병이 생길 정도로 더위를 모르고 지내기도 하지만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예전에는 더위를 피하는 것도 매우 환경친화적이었던 것 같다.

 

우물가 시원한 샘물에 수박이나 참외, 복숭아 등 여름철 과일을 담가두고 대문을 드나들며 하나씩 먹으며 더위를 이겨냈다. 그런가하면 깊은 산골 계곡 물에 발 담그고 동네 어귀의 정자나 모종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더위를 물리치거나 사랑채에 얼기설기 대나무로 짠 죽부인을 안고 낮잠을 즐기며 더위를 피하기도 하였다.

 

삼베나 모시 적삼에 부채를 부쳐가며 입에서 뱅뱅 돌아 씹기도 힘든 꽁보리밥에 된장 듬뿍 넣어 먹으며 밤이면 뜰 앞에 모깃불을 놓고 가족이나 이웃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더위를 잊던 모습이 바로 우리네 더위사냥이었던 것이다.

 

올해는 윤달까지 겹쳐 더위가 다른 여름철 보다 더위가 더 심하고 기승 또한 심할 것 같다. 이번 더위는 지금까지의 냉장고에 에어컨이 아닌 예전의 우리 어르신네들이 했던 것처럼 조금 색다르게 무더위를 이기는 여름사냥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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