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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정치인의 ‘말실수’



 

입담 좋은 사람의 말솜씨를 가리켜 흔히 청풍명월(淸風明月)같다고 추켜 세운다. 조선조 성종때 한양에 유청풍(兪淸風)·박명월(朴明月)이란 소문난 입담문이 살았는데 어찌나 욕(肉謖)을 구수하게 잘 하던지 듣는 사람들의 배꼽을 뺄 정도였고 풍자와 해학이 넘쳐 반상(班常)을 가리지 않고 인구에 널리 회자될 정도였다한다.

 

청산유수(靑山流水)란 말도 있다. 말을 거침없이 잘하는 사람을 빗대어 쓰는 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말 하나는 청산유수네’ 소리를 많이 듣는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이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정치인은 우선 말부터 잘해야 그 방면에서 성공할수 있다. 영국에선 의회정치를 ‘말에 의한 정치’라고 정의할 정도로 의회에서 발언솜씨를 중시한다.

 

우리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 말 잘하는 정치인이 예외없이 성공을 거둔다. DJ나 YS도 물론 그런정치인 축에 든다. 말 잘 하기로 빼놓을수 없는 사람이 과거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조재천(曺在千)이다. 그 유명한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정치구호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그렇다고 아무말이나 내키는대로 잘 하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할 말은 하되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아야 하며 품위와 절제의 미덕을 지킬줄 알아야 한다.

 

민주당 안동선(安東善)의원의 ‘말’이 정가에 새 불씨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가계의 친일의혹을 제기하면서 심지어 입에 담지 못할 ‘놈’자까지 들먹이는 바람에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모처럼 합의가 이루어진 여야 영수회마저 거부할 태세다. 본인은 별다른 뜻 없이 이야기를 구수하게 이끌어 나가다보니 그런 말실수가 나왔다고 해명하고 있는 모양이다. 야당측이 워낙 강경하니 최고위원직은 사퇴하되 ‘친일파 발언’은 취소를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하기야 그동안 여야간에 주고받은 저질발언들을 생각하면 그에대한 ‘말꼬리 잡기’가 지나치다고 항변할수도 있을지 모른다. 엊그제 ‘정육점 칼로 심장수술 하는 격’이라는 험한 말을 한 야당의원도 있었고 그 유명한 ‘공업용 미싱’발언을 한것도 바로 야당측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험구(險口)나 기어(綺語)가 정치판을 이끌던 시대는 아닌다. 직어(直語)가 힘을 얻는 그런 정치가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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