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22:00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치사한 도둑



부끄러운 과거를 회개하고 독실한 신앙인으로 개과천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희세(稀世)의 대도(大盜) 조세형(趙世衡)이 병적도벽(kleptomanid)을 이기지 못하고 작년 11월 신앙간증차 건너간 일본에서 또 도둑질을 하다 경찰에 체포돼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고위층 인사나 재벌 집만 골라 터는 도둑, 드라이버 하나로 첨단경비망을 뚫고 귀신같이 물건을 빼내는 도둑, 흉기를 쓰지 않는 도둑,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도둑…· 지난 1982년 당시 내노라 하는 집만 골라 값비싼 보석과 거액의 현금을 훔치다 붙잡혀 항소심 재판을 받던중 탈주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도 조세형을 이야기 할때 수사(修辭)이다. 그에게는 심지어 괴도(怪盜), 의적(義賊), 전설적인 대도라는 현란한 별칭이 붙여지기도 했다.

 

상습절도범 조세형이 이처럼 과대포장되어 인구에 회자된 것은 그 시절 시대상이 군부독재와 부정부패로 국민들 원성이 하늘을 찌를 때여서 높은자와 가진자에 대한 서민들의 반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그가 훔친 보석과 현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서민들은 끓어오르는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중에서도 한개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호사스런 부유층이 전유물처럼 여겨져 국민들로 부터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권력과 부에 대한 사회분위기가 얼마나 부정적이었으면 일반시민들 사이에 탈주한 조세형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까지 벌어졌겠는가.

 

수확철을 맞은 요즘 농촌에 농산물 도둑이 설쳐 농민들이 밤잠을 못이루고 있다고 한다. 거친 풍우 맞아가며 자식처럼 키워낸 농산물을 제값받고 팔지 못해 어깨가 축 처진 농부들을 위로는 못할 망정 아예 ‘삶의 의욕’마저 꺾으려드는 몰염치한 인간들이 있다니 참으로 기가 찬다.

 

옛날 어느 인정받은 도둑은 도둑질하러간 집 솥에 밥지은 흔적이 없자 다른 곳에서 훔친 쌀을 놓고 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속담에 ‘도둑의 집에도 되가 있다’는 말이 있다. 힘없고 외로운 사람 울리는 비겁하고 치사한 도둑부터 소탕을 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