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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교통사고와 告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고사(告祀) 지내기를 좋아하는 국민도 드물지 싶다. 집을 새로 짓거나, 장사하는 사람이 개업할때, 뱃사람들이 봄에 출어를 시작할때 고사지내기는 빠질수 없는 의식이다. 시루떡에 촛불을 켜 놓거나 돼지머리를 소반에 진설한후 악운을 쫓고 소원성취를 빈다.

 

고사는 원래 가족의 평안과 재앙 퇴치를 위해 신령에게 비는 제사를 말한다. 음력 10월 상달에 오곡을 거둬 들인후 햅쌀로 떡을 빚어 집안 신(神)에게 바치는 의식이다. 집안의 무탈과 가족들의 무병장수를 비는 소박한 염원이 담겨 있다.

 

일종의 샤머니즘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이런 주술(呪術)형식을 통해 초자연적인 힘이 자연재해나 인위적 재앙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으로 믿는다. 형식은 다르지만 세계 어느 민족에게도 이런 류의 기복(祈福)신앙은 있게 마련이다.

 

지금은 자동차가 너무 흔해 뜸 하지만 사람들이 자동차를 새로 사면 사고가 나지 않도록 고사를 지내는 것이 상례였다. 자동차앞에 시루떡이나 돼지머리를 놓고 ‘비나이다 비나이다’를 외는 모습이 자못 경건했다.

 

80년대초 모 항공회사가 점보여객기를 들여온후 비행기 앞에서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지내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운수업과 고사는 뗄래야 뗄수없는 함수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그랬던지 엊그제 전북경찰청에서 교통사고를 줄여달라는 고사를 지냈다하여 화제다. 지금까지 교통사고가 잦은 곳에서 동네 사람들이 고사를 지내는 일은 더러 있었지만 그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단속해야 할 경찰이 고사를 지냈다는 소식은 처음이다. ‘오죽했으면’하는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쩐지 떨떠름(?)한것도 사실이다. 하기야 교통경찰로서도 답답하긴 했을 것이다. 올들어 도내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5백36명으로 전년도보다 18.2%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치보다 높다니 말이다.

 

OECD국가중 교통사고율 최고가 우리나라 교통문화수준이고 우리 전북은 그 중에서도 꼴찌라고 한다. 이부끄러운 교통문화를 개선하는데 시민의식의 선진화말고 무슨 대책이 있겠는가. 담당자의 말대로 고사를 지낸다고 달라질 일이야 있을까마는 그래도 답답하면 ‘고사라도 지내야지’하는 우리의 정서를 대변한 해프닝쯤이로나 봐둬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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