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시험치고 만만한 시험이 있을가마는 올 대입 수능시험처럼 별난 시험은 일찌기 경험해본 적이 없었던것 같다. 국민의 정부 들어 첫 교육개혁의 단추를 낀 이해찬(李海瓚) 당시 교육부장관은 위헌시비에 휘말리면서까지‘망국적인 과외는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공언하고 앞으로는(현 고3년생부터) 학교생활만 충실히 하면 대학 가기 편한 교육풍토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과 불법과외가 크게 줄어들고 보충수업 대신 자율학습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으며 어떤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특성화교육에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3년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지난해 수능시험이 너무 쉬워 변별력을 떨어뜨렸다는 여론에 떠밀려 올 수능시험은 난이도를 너무 높이는 바람에 고3교실을 눈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수능 비중을 줄여 대학 서열화를 막아보겠다는 취지아래 총점 기준 누가성적분포도를 공개하지 않아 도대체 자신의 성적으로 어느 대학을 지원해야 할지 수험생은 물론 진학지도교사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또 대학마다 웬 입시요강이 그렇게 복잡하고 수능성적통지표에 적힌 용어도 왜 그리 어려운지 가방끈 짧은 학부모는 도무지 헷갈려 자녀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 것인지 당혹스럽기만 하다. 특기 하나만 잘 살려도 원하는 대학에 어렵찮게 진학할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행한 대입제도가 이조건, 저 제한에 걸려 혼란만 부추기고 학과공부에만 매달린 수험생도 자신의 꿈을 펼칠 대학이 어느 대학 무슨 과인지 마음을 정할수가 없으니 이것은 시험이 아니라 시험에 들게 하기 위한 시험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선진국의 입시제도가 어떻고, 다변화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고, 어차피 시험은 경쟁이라고 강변(强辯)한다면 할말이 없다. 그러나 몇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임기응변식으로 땜질처방에 급급하는 대입제도 때문에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후학들이 벌써부터 찍기·뽑기·눈치판으로 내밀린대서야 어찌 교육다운 교육이라고 말할수 있겠는가. 오늘부터 시작되는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위해 안개속을 헤매고 다닐 수험생들이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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