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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성탄절

 



성탄을 맞이하여 도심의 거리는 캐럴 송이 울려 퍼지고,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배불뚝이 산타클로즈 할아버지의 네온이 휘황찬란하게 눈을 어지럽히며, 크리스마스 트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만 간다. 그런가 하면 온갖 성탄 선물세트로 진열된 백화점의 쇼 윈도는 흥청망청하기만 하다. 이것이 요즈음 성탄의 풍속도이다.

 

세밑이 되면 어려운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해마다 겨울 기온은 따뜻해져 가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차가워지고만 있다. 세상이 변해서인지 어려운 사람들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인 것 같다.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자꾸 빈약해져만 가고, 불우이웃 돕기 모금함에 눈길을 주고 자그마한 성의라도 보태는 사람들 역시 어려움을 겪었던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씁쓰레한 마음뿐이다. 세상은 풍족해져만 가는 데 사람의 마음은 더욱 가난해져 가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서 일 것이다.

 

성탄절은 예수의 탄생이 이루어진 날이다. 예수 탄생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야 할 때이다. 가장 고귀하고 높으시다는 분의 탄생은 가장 비천하고 낮은 마구간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어쩌면 높이 오르려는 사람은 스스로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등고자비(登高自卑)의 가르침을 몸소 행하신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분이기에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기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의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X-Mas 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라고 물었을 때 놀랍게도 44%가 쇼핑이라고 대답하였으며, 37%는 예수님의 탄생이라고 대답하였고, 나머지 19%가 파티와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이쯤 되면 성탄절의 본래 의미는 퇴색된지 오래이고, 성탄절은 그저 전 세계가 즐기는 하나의 명절이나 휴일로 전락되어 버린 것이다. 하늘 나라에서 우리 인간을 바라보는 예수께서 탄식을 하며 잃어버린 성탄절을 찾아달라고 호소라도 해야 할 판이다. 부디 올해의 성탄은 잃어버린 성탄절이 되지 않도록 서로 함께 나누는 본래의 성탄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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