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나 내 제비/ 어찌하여 누추한 이 내집을 허유허유 찾아 오느냐/ 인심은 간사하여 한번 가면 잊건마는/ 너는 어이 신의 있어 옛 주인을 찾아오니/ 반갑고도 반갑구나.
남원 운봉에 살았던 흥보가 봄에 찾아오는 제비를 반기며 부른‘홍보가’의 한 구절이다. 부러진 다리를 치료해준 흥보에게 박씨를 물어다줘 보은(報恩)했다는 제비는 우리 민족의 정서에 어울리는 친근한 새이다.
대표적 여름철새인 제비는 해마다 음력 9월9일 중양절에 강남(지금의 중국 양쯔강 남쪽)으로 갔다가 3월3일 삼짇날에 돌아온다고 했다. 귀소성이 강한데다 감각과 신경이 예민하고 총명한 영물로 인식되어 길조(吉鳥)로 여겼다.
지붕 아래 안쪽으로 들어와 둥지를 지을수록 좋은 일의 조짐으로 보았으며, 배설물등이 떨어지는 불편을 막기 위해 둥지밑에 받침대를 달면서도 둥지는 극진히 보살피는 정성을 쏟기도 했다.
봄이면 어김없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제비는 봄의‘전령사’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그런 제비들이 돌아온다는 삼짇날이 며칠 지났지만 도심은 물론 농촌지역에서도 좀처럼 제비가 보이지 않는다.
제비 첫 발견시기를 관측하고 있는 전주기상대의 자료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다. 예년 평균 처음 제비가 관측되는 시기가 4월11일인데도 지난해의 경우에는 이보다 20일 늦은 4월30일경에 처음 관측됐다고 한다. 지구의 온난화로 봄이 갈수록 빨리 오는 현상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를 찾는 제비의 수자체가 크게 줄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전북산림환경연구소의 도내 야생동물 실태조사에서도 지난해 제비의 개체수는 ㏊당 0.31마리로 96년의 3.94마리에 비해 엄청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제비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논밭 면적이 줄고 농약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제비의 먹이가 되는 곤충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제비가 둥지를 짓기쉬운 재래식 가옥이 사라져가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러다가는 흔하디 흔하던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올성 싶다. 사라져가는 제비가 보내는 경고의 의미를 깊이 새겨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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