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같은 무지렁들은 / 주는대로 받아 먹으며 / 높고 귀하신 어른들 일은 / 모른척 해야 하는데’이 가사는 윤민석(송앤라이프 대표)씨가 만든 반성문적 성격의 노래‘예전엔 미처 몰랐죠’의 한 구절이다.
사실은 이렇다. 윤민석씨는 얼마전‘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란 노래를 만들었다. 제목처럼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노래가 풍자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노랫말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그 노래를 만든 윤민석씨를‘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위반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경 사이버수사대로부터‘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라는 노래를 작사, 작곡, 유포한 경위에 대해서 진술하라는 내용이 담긴 출석요구서를 발부받은 윤민석씨가 지은 반성문, 아니 반성노래 제목이‘예전엔 미처 몰랐죠’이다. 윤민석씨는 특정 정치인을 풍자한 노래때문에 고소를 당하자 자신의 형편을 다시 노래로 풍자한 것이다.
풍자의 역사를 보면 그 뿌리가 깊다. 우리나라에서는‘화양계’등 고려의 가전체류와 조선후기의 사설시조 등에서 찾을 수 있고 서구에서도 그리스로마시대에 아리스토파네스, 루킬리우스, 호라티우스 등이 풍자시를 썼던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풍자는‘정치적 현실과 세상풍조...등에 가해지는 기지 넘치는 비판적 또는 조소적 발언’(두산백과사전) 또는‘잘못이나 모순 등을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하는 것’(금성판 국어대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시경(詩經)을 말할 대 으레 언급하는 육의(六義)중 하나가 풍(風)인데‘위정자(爲政者)는 이로써 백성을 풍화(風化)하고 백성은 이로써 위정자를 풍자(諷刺)’한다는‘모시(毛時)’의 기록과 더불어 이를 말하는 자 죄 없으며 이를 듣는 자 훈계로 삼을 가치가 있다는 기록은 우리의 관심을 끈다.
한나라당이 윤민석씨를 고소한 이상 이 노래에 대한 시시비비는 선거법이라는 법의 수준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풍자가 갖는 특성상 그동안 법의 차원에서 다뤄진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이런 풍자적인 성격의 노래가 서민들 모두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일부 서민의 애환을 위로해 준다는 순기능적인 차원을 고려해서라도 한나라당은 좀더 너구러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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