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이나 도립·군립공원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우리나라 명산(名山)에는 거의 사찰이 자리잡고 있다. 도시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경관좋은 산과 유서깊은 절을 찾아 일상속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의 계기로 삼는 것이야 말로 큰 즐거움이요 위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많은 도시인들이 공원으로 지정된 산을 찾을 때마다 관람료 통합징수 때문에 개운찮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문화재 관람료는 말 그대로 공원안에 있는 사찰소유 문화재를 보는 값인데, 몇번씩 보았던 문화재에 대한 관람료를 계속 내거나 전혀 볼 의사가 없는데도 꼬박꼬박 내야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공원지역내에 사찰이 있어 통합징수 방식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는 곳은 69개소에 달한다. 도내의 경우도 변산반도등 국립공원 4개소, 마이산등 도립공원 4개소, 군립공원 2개소등 모두 10개소에서 입장료는 8백원∼1천3백원, 문화재 관람료는 6백원∼1천8백원씩을 받고 있다.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는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해 사찰이 자체적으로 정해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나 대한산악연맹등은 통합징수 방식이 관람자의 의도가 무시되는 부당징수라며 몇년전 부터 소송이나 캠페인을 통해 반대활동을 꾸준히 벌여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주지법이 의미있는 판결을 해 통합징수 제동이 걸리게 됐다. 전주지법은 한 시민이 마이산 도립공원의 입장료와 공원내 문화재 관람료를 동시에 징수한 것은 부당하다며 사찰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문화재 관람료 징수행위는 문화재 관람의지가 없는 원고에게 부당한 부담을 과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기 때문에 받은 문화재 관람료 6백원을 돌려주라’고 판시했다. 한 시민의 작은 권리를 찾기 위해 한 용기있는 저항이 큰 일을 해낸 것이다.
개개인의 자유의사를 최고의 가치로 하는 민주국가에서 이용객의 선택권을 배제한 통합징수는 시정되어야 한다는 게 국민의 소리이다. 이제 정부·불교계·시민단체 등이 한데 모여 모두가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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