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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참새



유소년기(幼小年期)를 농촌에서 보낸 시골나기들 이라면 경박한 듯 하면서도 앙증맞기 짝이 없는 참새와의 추억을 마음 한 구석에 가두어 놓고 산다. 먼동이 트기 전 이른 새벽, 집 사방을 돌아다니며 재잘거리는 소리에 선 잠을 깨기 일쑤요, 마당에 곡식을 널어 말릴때면 어떻게 그리 잘도 아는지 떼로 몰려들어 까먹고 헤집어 놓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어디 그뿐인가. 들판이 누런 황금옷을 입는 가을이면 내집 네집, 어른 아이 할것없이 노는 손은 모두 동원이 돼 하루종일 참새떼와 전쟁을 벌어야 하고, 심지어 쌓아 놓은 볏단 속까지 파고 들어 벼알을 쪼아대니 한 톨의 곡식도 소홀히 할 수 없었던 당시 농부들은 참새떼가 여간 성가진 존재가 아니었다.

 

더구나 학교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책가방 집어던지고 온몸이 시커멓게 탈정도로 뛰어노는데 익숙한 어린이들은 논밭 귀퉁이에 묶여 새떼를 쫓느라 흙을 파 던지고 목청을 돋우는 일이 거의 고문에 가까운 벌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참새와 얽힌 추억이 모두 귀찮고 힘든것만은 아니다. 마당 한 구석에 새덫을 놓고 문구멍으로 지켜보다 줄을 당겨 몇마리라도 포획할라치면 그 기분은 요새 어린이들 정신을 홀딱 뺏어가는 오락게임도 당할 수가 없고, 겨울밤 초가집 처마 밑을 뒤져 잡아낸 참새로 구이나 탕을 해먹는 맛이란 먹을 것이 흔치 않던 그 시절, 그런 특식이 없었다.

 

한데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대표적 텃새인 참새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1백㏊당 참새 서식 수는 1백39.3마리로 10년 전에 비해 64%, 20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환경부가 참새 감소 원인을 연구한다지만 보나마나 사람이 환경을 파괴한 탓이 클 것이다. 미워하면서 정든다더니 이제 참새마저 우리 주변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왠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진다.

 

문득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 실린 동시‘겨울참새’가 생각난다.

 

콧등꽁꽁/귓불 꽁꽁/겨울아침/대숲에/일렁이는 바람/해님과 숨바꼭질/그 속에/옹기종기 모여/재잘대는/참새떼/지난/가을날이 그리워/총총총/종종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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