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주시장이 전주시장으로 취임하면서 문화재를 주민들에게 개방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 결과 자물쇠로 채워져 있던 경기전을 열어 주민들이 건물 내로 들어가 태조의 어진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객사도 문을 열어 누구나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고 쉴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경기전과 객사가 전주의 중요한 문화공간으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기간동안의 문화재 활용은 지나쳤다. 객사 안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하여 많으면 수천명까지 그 좁은 공간에 밀집하여 한국전을 보고 응원하도록 하였다. 다른 장소도 많은 데 하필이면 객사냐?
객사는 보물 제583호로 조선 초 전주부성을 창건할 때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개축되었다. 태조 이성계 출향지의 객사라 하여 풍패지관(豊沛之館)이라고도 불렸다. 문화재를 주민에게 개방하여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것은 문화재에 담긴 의미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어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문화재에서 수천명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벌이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여러 가지 불상사에 의해 문화재가 훼손될 수도 있다. 또한 문화재가 축구응원장소나 또는 행사장으로 전락된다면 원래 문화재로 지정한 의도가 크게 손상될 수 있다.
전북유형문화재 제15호인 한벽당은 전주8경이 하나로 손꼽히며 빼어난 풍광을 자랑했던 곳이다. 청초한 물에 안개 낀 산수가 어우러져 조선시대 전주 최고의 정자였다.
이곳에서는 풍남재의 일환으로 매일 4시부터 전통음식과 차를 맛보는 행사를 열고 있다. 각종 국악 공연도 이어지고 있다. 한 두 번이면 몰라도 매일 같은 행사를 한벽당 건물 내에서 지속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사적 339호인 경기전의 경우 건물 외부에서 행사를 하지 내부에서 행사를 하지는 않는다. 이 정도는 문화재를 주민에게 친숙하게 하고 문화재를 통해 전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문화재 건물 내에서 다중이 모여 문화재와 관련 없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행사는 하고 나면 지나가지만, 문화재는 후손 대대로 보존되고 기억되어야 할 것들이다. 활용하더라도 문화재의 의미가 훼손될 정도까지 활용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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