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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전통 술 박물관

 

 

 

신이 인간에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라는 술도 각 민족이나 나라마다 내세우는 전통주(傳統酒)들이 있게 마련이다. 독일의 맥주, 프랑스의 와인, 영국의 위스키, 러시아의 보드카, 몽골의 아유주, 멕시코의 데킬라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지역마다 특성을 지닌 술이 많아 3대, 5대 혹은 18대 명주(名酒)를 가려 뽑을 정도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도 ‘적당한 음주는 백약(白藥)의 으뜸’이라고 했을만큼 술을 즐겼다. 고개를 넘으면 술맛이 다를 정도로 지방마다 독특한 가양주(家釀酒) 전통이 수백년간 이어져 내려왔다. 우리의 경우 고서(古書)에 나타난 전통 민속주의 종류만도 대체로 2백여종을 헤아린다.

 

그러나 이같은 전통은 이땅을 강점했던 일제에 의해 단절됐다. 일제는 1916년 ‘주세령’으로 가정에서 술을 담그는 것을 금지했다. 광복은 일제에 의해 끊긴 우리 전통술의 명맥을 되살릴 좋은 기회였으나, 역대 정부는 일제의 주세정책을 그대로 계승함에 따라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1960년대에는 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분으로 만든 식용 에틸알코올에 물을 섞어 마시도록 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전통주마저 사라져 갔다.

 

맥주나 위스키와 같은 서양의 곡주가 술의 방효를 위해 맥아(麥芽·엿기름)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 전통술은 누룩을 쓰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누룩중에서도 밀을 껍질째 갈아 반죽한뒤 곰팡이를 띄워 만든 막누룩을 주로 쓰는데 이는 쌀로 만든 일본누룩 입국(粒麴)과도 구별된다. 일본식 청주가 단순·경쾌한 맛인 반면 각종 무기질을 포함한 밀껍질이 들어간 우리 술은 그윽한 맛을 낸다.

 

우리 전통술은 제조방법에 따라 쌀과 누룩을 발효시킨 술밑(酒田)을 맑게 여과한 약주, 술밑을 증류해 얻는 소주, 약주를 거르고 난 찌꺼기에 물을 섞어 거른 탁주(막걸리)로 분류된다.

 

‘맛과 멋의 고장’인 우리지역에 엊그제 전통술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전주 전통문화지구에 자리한 이곳에는 전통술의 재현은 물론 한국의 가양주를 대표했던 도내 전통술 50여가지를 맛보고 담그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전시실을 비롯 발효·숙성실, 향음주례관등을 갖추어 놓았다.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전주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로 운영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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