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게임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월드컵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인가? 왜 우리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했을까? 또는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동원된 것일까? 잘 생각해보면 월드컵은 국가나 전주시의 행사이지 나의 행사는 아니다. 내가 월드컵을 하자고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모든 사람들이 전국에서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때로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수천만명이 단일한 방향으로 열광을 하다니. 물론 재미도 있었고 민족과 국가에 대한 뭉클한 사랑도 느껴졌다. 아! 나와 같이하는 민족이 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원래 국가 대항 축구는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도구이다.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들은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국민의 열화같은 성화를 모아 독재의 정통성을 확보하는데 활용하였다. 그런데 한국은 물론 독재국가가 아니다. 어디에서 그런 열화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을까?
현실에 대한 좌절감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고 정치는 패거리싸움으로 탈출구의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오랜만에 누구나 동참을 할 수 있는 국가적인 탈출구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좌절감이 없더라도 승리 자체로도 기분이 좋았겠지만.
박세리가 미국 프로골프에서 우승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박세리가 처음 수상할 때, 무엇이 대단하다고 그처럼 전국이 난리였을까? 지금은 박세리나 김미현이 우승하더라도 덤덤하게 지나간다. 그러고 보면 전국이 들떠 기뻐하게도 하고 또는 덤덤하게도 하는 것도 방송이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방송이 한달 내내 한국축구팀이 한민족인 것처럼 나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이기거나 우승하면 좋다. 그리고 한국의 능력을 만방에 보여주면 기분도 좋다.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도 생긴다. 그렇지만 정말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설령 우승하지 못하거나 패배하면 어떤가?
히딩크감독이 한 말이 생각난다. ‘게임으로 즐겨라’그러자. 게임으로 즐기자. 너무 과다하게 축구가 국가인 것처럼 생각하지 말자. 월드컵은 월드컵일 뿐이다. 그 다음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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