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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여성의 감정표현

 

 

 

거창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 경기를 통해서 그동안 분출시키지 못했던 묵은 감정들을 속 시원하게 날려 버렸다. 비록 같은 장소에서 같은 ‘대-한민국’을 외쳤을 망정 속내로는 그동안 응어리졌던 각자의 감정들을 하나씩 정리해 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옆에서 목청껏 외치는 사람은 남자가 아니었다! 아니 이럴수가… 우리는 그동안 서툴게 운전하는 여자만 봐도 ‘집에 가서 밥이나 하지 운전은 무슨…’식이었다. 그런데 남자들이 잠깐 방심(?)한 사이에 남성전유물인 축구에 여자들이 슬그머니 터를 잡은 것이다. 그냥 겸손한 태도로 잠깐 실례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보아하니 축구에 남자보다 더 정신없이 빠져든 모양이다. 태극기로 치마만 만들어 입었어도 말을 안 한다. 그보다 더한 것도 여자들은 했다.

 

하긴 그렇다. 월드컵 축구에 여자시합이 있었다면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 여성들은 결승에도 갔을 것이다. 그동안의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굵직굵직한 업적은 여자선수들의 작품이었다는 걸 인정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여성들이 응원인들 뒤지겠는가. 붉은 악마의 약 40%가 여성회원들이라고 한다. 전체회원 수가 23만명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여성회원의 절대적인 수는 대단하다.

 

그런데 평소 축구에 대한 관심계층이 주로 30대 남자들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세계적인 수준의 축구를 보니 그 진수에 빠져들지 않을 남·녀·노·소가 없겠지만 그래도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는 좀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여성들이 과감하게 모습을 드러냈던 장소가 광장이나 거리 등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곳은 공개적인 장소라는 성격을 갖는데 여기는 그간 주로 남성들의 차지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여성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남성들의 태도때문이었다.

 

그런데 월드컵은 여성들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감정표현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이런 장소에서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기회를 얻은 여성들은 모처럼 차별없는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강한 소속감을 얻게 된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얻기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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