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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아름다운 退陣

 

 

 

조선시대 대표적인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지방 관리들의 폐해를 줄이고 지방행정을 쇄신키위해 쓴 목민심서(牧民心書) 청심(淸心) 편에 ‘염자(廉者)는 목지본무(牧之本務)이며 만선지원(萬善之源)이고 제덕지근(諸德之根)이니 불렴이능목자(不廉而能牧者)는 미지유아(未之有也)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청렴은 목민관 본연의 의무로 모든 선정의 근원이요, 덕행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으면 참된 목민관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다산은 또 낙락시용(樂施 用) 편에서 ‘간과창양(干戈 愴壤)에 유리기우(流리 寄寓)는 무이존지(撫而存之)가 사의인지행야(斯義人之行也)니라’하여 의로운 목민관은 모름지기 불쌍한 사람을 돌보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고 적고 있다.

 

비록 2백년 전에 설파한 지방 관리들의 지침서이지만 당시 수령들에 대한 정약용의 외침은 수백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 까지도 우리 사회에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

 

6·13지방선거로 퇴임하는 일선 시장·군수들의 ‘아름다운 퇴장’이 이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권이담(權彛淡·73) 전 목포시장은 퇴임에 앞서 민선 1∼2기 재임기간 동안 받은 급여와 수당 14억 1천여만원 전부를 목포시에 기탁했다.

 

일찌기 시장선거 출마 포기와 정계은퇴를 선언한 그는 퇴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시민들의 배려로 7년동안 일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시는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가정 형편이 어렵고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문경규(文璟圭·70) 전담양군수도 이임에 앞서 군장학회에 2천만원, 노인회 후원금으로 1천만원을 기탁하고 청내 일용직과 청원경찰·운전원 등 하위직 1백명에게는 10만원씩의 격려금을 전달했다.

 

그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이들의 보수가 너무 적어 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며 “적은 금액이지만 군민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달라는 뜻으로 정성을 전했다”고 했다. 그 역시 70이 넘어 한번 더하려 한다면 욕심이라며 후진들에게 길을 터줄 생각으로 재선 직후 불출마를 결심했었다고 밝혔다.

 

온갖 비리로 얼룩진 지방자치나 아니면 안된다며 아귀다툼을 벌이는 세태 속에서 이 두 민선단체장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퇴진은 무더운 여름날 한줄기 소나기 만큼이나 청량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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