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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실종된‘태권도 공원’

 

 

2천년 전,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창시된 전통 무술 태권도(跆拳道)가 일본의 가라테와 중국의 우슈(武術)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호신(護身) 스포츠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이미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를 배우기 위해 1백60여개국의 수련생 6천만명이 태극기를 걸고 우리말을 구령에 따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우리에게도 이렇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있었나 새삼 놀라게 된다.

 

이제 태권도는 단순한 호신 스포츠를 뛰어넘어 지구촌 곳곳에 한국적인 진취적 기상을 전파하고 코리아의 얼을 심는 민간 외교수단으로서의 역활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곳에 성지(聖地)는 고사하고 제대로된 박물관 하나가 없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어느 한국인 사범은 외국인 제자들의 성화에 못이겨 종주국을 방문 했다가 체육관 같은 국기원을 보고 크게 실망하는 바람에 그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뺏다고 한다. 중국 소림사(小林寺)와 같은 고색창연한 수련장 하나 없는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이러한 실상을 이해했는지 ‘태권도 공원 조성 계획’(태권도인들은 엄숙해야 할 태권도 본산에 공원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음)을 발표하고 재작년 6월까지 전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유치 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공모 단계에서 문광부가 ‘투자예산 5천억에 고용인력 1천5백명, 외국인 관광객 1백50만명에 관광수입은 15억달러가 예상된다’며 바람을 잡는 통에 무려 24개 자치단체가 몰려들어 과열되기 시작했다. 전북은 4개 자치단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어 심사 끝에 무주군으로 단일화 했으나 일부 자치단체가 심한 반발을 하여 갈등을 빛기도 했다.

 

유치권이 치열해지자 문광부는 어느 지역이 선정되더라도 뒷말이 나오고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고 판단, 선정 시기를 당초 8월에서 10월로, 또다시 11월로 연기를 하다가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버렸다.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느냐’는 말이 있는데 언젠가는 단안을 내려야 할 사안을 소위 중앙정부라는데서 이런식으로 일처리를 해야 하는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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