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는 사물에 대한 사고의 폭과 깊이가 격랑치는 시기다. 불완전하게 발달된 신체의 변화만큼 정신적인 변화도 커 지적인 갈증을 가장 심하게 느끼는 때이기도 하다. 이시기에 접한 책 한 권은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도 청소년기 책의 선택과 읽기는 중요하다.
여름특집 두 번째는 1318세대에 권하는 책이다. 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작가이자, 현장교사로서 책읽기를 지도하는 곽진구·김저운·이용범씨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 시집 - 감성을 자극하는 세계
아무리 심오한 뜻이 담긴 책이라 해도 읽는 사람이 알아듣지 못한다면 ‘헛것’일뿐이다. 청소년에게 권장하는 도서는 10대 후반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곽진구 시인(47)은 “고등학교 학생들은 입시라는 중압감에 학교 공부 이외엔 독서할 시간조차 갖기가 어려운 실정”이고 “따라서 공부와 교양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평자들이 엄선한 글모음 도서를 읽는 것이 좋다”고 제안한다.
안도현 시인이 소개하는 70여편의 시와 시인의 짧은 소감을 담고 있는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이나 우리 시문학사의 고전이 된 작품을 남긴 작고 시인 22인의 고향과 유적을 답사하며 그들의 시와 삶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신경림의 기행평전집 ‘시인을 찾아서’같은 책이다.
백석 문학의 전모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백석시전집’은 편자인 이동순 교수의 해설을 통해 모국어를 지키고 북방정서를 빼어나게 형상화한 시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6백여개가 넘는 북방 사투리에 대한 낱말 풀이가 있어 일석이조다.
편안히 읽히면서도 가볍게 읽어낼 수 없는 사랑과 인연과 만남의 소중함을 일러주는 시집 ‘파천무’도 곽씨가 권한 책이다.
▣ 소설 - 보편적인 고민을 만나는 통로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그들에게 우선 좋은 성장 소설을 권한다.
숙자와 숙희 쌍둥이 자매를 중심으로 가난한 달동네 이야기를 써 내려간 성장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착한 사람으로 살고픈 욕망이 왠지 시시하게 보이는 세상에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꿈은 커다란 울림을 남긴다.
소설가 김저운씨(46)가 권해준 ‘호밀밭의 파수꾼’은 학교에서 네 번이나 퇴학당한 문제아 홀든 콜필드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3일간의 기록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다.
김씨는 “작가의 체험을 소재로 쓴 성장소설로 10대들이 즐겨 쓰는 속어와 비어를 사용해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이 특징”이라며 “간접경험을 통해 또래들의 생각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자신에게 닥쳐오는 변화무쌍한 상황들을 지혜롭게 이겨나가기 바란다”고 전했다.
성장기에 마주치는 보편적인 고민이 담긴 작품도 좋다. 학업이나 진로 우정 사랑 성 등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작품이 적절한 선택. 내용이 ‘지금 여기’의 현실과 긴밀하게 관련되는가도 고려해야 한다.
시인 이용범씨(42)는 1920∼1930년대 중국 시베리아 만주 한국 일본에 도래한 폭풍의 시대를 살아간 혁명가의 고뇌와 좌절, 사상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아리랑’을 권한다.
간첩단 조작사건으로 감옥에 투옥된 주인공이 18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감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통해 격동의 시기였던 80년대 우리 나라의 모습을 다룬 ‘오래된 정원’, 공산체제의 모순과 인간 본질의 문제를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심도있게 파헤치고 있는 폴란드 작가의 장편소설 ‘제8요일’ 등도 좋은 책이다.
▣ 기타 교양서
청소년기에는 자신과 주위의 사물에 대한 깊은 사색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아를 성숙시켜 간다. 원시시대부터 문민정부 출범까지 우리 역사의 전기를 이룬 1백가지 사건을 알기 쉽게 풀이한 ‘한국사 100장면’, 신화 전문가이자 작가인 이윤기씨가 인문학적 시각으로 풀어낸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구중심 시각에서 탈피, 우리 정서와 상상력으로 풀어낸 그리스 신화가 2백여 컷의 컬러사진과 함께 담겨있다.
타인의 삶을 엿보는 것도 청소년기 방황을 이겨내는 한 방법이다. 태양의 화가인 반 고흐가 동생과 어머니, 여동생, 고갱 등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엮은 편지선집 ‘영혼의 편지’나 세계를 감동시킨 휴머니스트 의사 노먼 베쑨의 일대기를 다룬 ‘닥터 노먼 베쑨’ 등을 권한다.
산문집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은 배낭 여행을 떠나듯 읽는 이도 글 속에서 기분 좋은 순례를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관한 책을 폭넓게 읽는 것도 필요하다. 영화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춘 영화개론서 ‘우리에겐 영화밖에 없다’도 권할만한 책.
영화평론가 이효인씨가 쓴 이 책은 홍슬기라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영화 캠프에 가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다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됐다. 자신의 꿈을 영화인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꼭 추천할만한 책이다.
■ 추천도서 선정 작가
□ 곽진구
1989년 ‘예술계’와 ‘우리문학’에 시가, 1994년 ‘월간문학’에 동화가 당선됐다. 전북시인협회가 주는 제2회 전북시인상을 수상했고 시집으로 ‘사는 연습’‘그대에게 가는 먼길’‘짝’‘그 말이 아름답다’와 장편동화 ‘빨간 부리 뻐꾸기’, 교본서 ‘한자 쉰 다섯 마당’이 있다. 현재 남원 서진여자고등학교 교사.
□ 김저운
1985년 ‘한국수필’에 수필, 1990년 ‘우리문학’에 소설이 당선됐다. 산문집으로 ‘그대에게 가는 길엔 바람이 불고’가 있다. 현재 전주 솔빛중학교 교사.
□이용범
1986년 ‘소설문학’에 시가 당선됐으며 시집으로 ‘너를 생각는다’가 있다. 현재 부안 백산고등학교 교사.
■ 추천 도서 목록
(1) 중학생
갈매기의 꿈(리차드 바크, 혜원출판사)
그리스로마신화(이윤기, 웅진닷컴)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 창작과비평사)
바닷가 우체국(안도현, 문학동네)
어린 왕자(생텍쥐폐리, 좋은생각)
영혼의 편지(빈센트 반 고흐, 예담)
우리에겐 영화밖에 없다(이효인, 한국문학사)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안도현, 나무생각)
장마(윤흥길, 문학과지성)
호밀밭의 파수꾼(J.D.샐린저, 문예출판사)
(2) 고등학생
닥터 노먼 베쑨(테드 알렌, 실천문학사)
등대(임철우, 문학과 지성사)
백석시전집(이동순 편, 창작과 비평사)
수도원 기행(공지영, 김영사)
수수밭으로 오세요(공선옥, 여성신문사)
시인을 찾아서(신경림, 우리교육)
아리랑(님웨일즈, 동녘)
어머니(막심고리끼, 석탑)
오래된 정원(황석영, 창작과비평사)
외딴 방(신경숙, 문학동네)
제8요일(마렉 플라스코, 세시)
파천무破天舞(송수권, 문학과경계)
한국사 100장면(박은봉,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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