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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臟器이식법 有感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는데 ‘장기이식법’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이 법은 2000년 입법 당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많은 관계자들이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진되었고 예상했던 대로 장기이식 사례가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분명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에 해당한다.

 

이 법에 의해 설립된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뇌사자의 장기기증 사례는 2000년 52명 2001년 52명 2002년 6개월 동안 17명으로 줄었다. 이는 ‘장기이식법’의 제정 직전 뇌사자의 장기기증 사례가 162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줄어든 것이다.

 

물론 이 법의 입법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부도덕하고 반인류적으로 장기가 밀매되거나 일부 가진 자들만이 혜택을 누리는 문제를 해결하려 든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찬동한다.

 

하지만 오늘의 결과가 말해 주듯이 장기기증자의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마당에 도덕성과 공평성만 강조하는 것은 장기를 기증받으려는 사람들의 애환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처사다.

 

“제도의 정착으로, 시험으로, 시행착오로, 그러는 몇 년간 대기자들은 죽어가고 또 늘어나고 희망은 아득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생명은 연습이 아닙니다.” 다른 데도 아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애절한 글의 일부다.

 

이런 애절함보다는 못하겠지만 장기기증자나 그 가족 역시 기증에 따른 각종 서류준비 등으로 고통스럽다. 이런 기증자와 그 가족의 불편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의료기관이 아니라는 점도 한 몫을 한다. 때문에 기증자의 입장에서는 병원과 관리센터 두곳을 모두 상대하면서 장기를 기증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관리센터에서 전국에 산재한 기증자, 이식희망자, 뇌사판정 병원, 장기적출 병원을 관리하다 보니 양질의 서비스는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장기기증을 가로막는 ‘장기이식법’은 개정이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 각막이식의 경우, 올해 6개월 동안 이식받은 자는 전국적으로 46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법만 폐지되면 전북, 그것도 개인병원 차원에서 100명 이상을 시술할 수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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