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주 동안에 유럽과 중국, 우리나라에 기상이변에 따른 재난이 잇따랐다. 유럽에서는 대륙의 젖중인 라인강과 테베강이 범람하여 독일과 체코가 엄청난 수해를 입었다. 중국에서는 후난성 둥팅호가 제방 붕괴 직전까지 가는 아슬아슬한 물난리를 겪었다.
우리나라도 지난번 집중호우로 낙동강이 범람하여 김해시 일대가 물에 잠기는등 큰 수해를 겪은데 이여 엊그제 태풍 ‘루사’가 내륙을 관통하면서 사상 최대의 피해를 냈다.
어제까지의 잠정 집계로만 재산손실등 산출 가능한 피해가 1조원, 여기에 기업들의 생산차질, 물류피해, 전력·통신두절에 따른 손실까지 합치면 피해액이 사상 최대인 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번 태풍피해는 그야말로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항력이다. 도대체 하룻동안 강릉 지방에 쏟아진 9백㎜ 가까운 호우를 무슨 수로 감당할수 있겠는가.
태풍이나 지진·홍수·가뭄같은 자연이 주는 재난은 인류 역사와 함께 반복되고 있다. 인지(人智)의 발달에 따라 그 강도를 조절할수는 있을지언정 피해갈수는 없는 숙명이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의 과제도 결국 국민성과 연결 될수밖에 없다.
1백년만의 최악의 홍수를 맞은 독일·체코 국민들은 어땠는가. 강이 범람하자 흙주머니응 이어 나르며 밤새 둑 주변을 지켰다. 고무보트를 타고 물에 잠김 가옥을 오가며 생필품을 나르는 주민들의 얼굴에 절망의 빛은 보이지 않았다.
중국 사람들도 그랬다. 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둥팅호 제방 붕괴가 우려되자 민관군이 총동원돼 제방 높이기 작업을 빌었다.
흙주머니를 안고 물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의 표정이 전혀 어둡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간신히 붕괴를 막아내자 주민들은 침수된 마을에서 한가로히 낚시를 즐기는 여유를 보였다. 사막의 모래바람과 장강의 홍수에도 끄떡없이 견뎌내 온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정신이 몸에 밴 정경 아닌가.
지금 우리도 전국에서 태풍피해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농경지·가옥·가재도구를 모두 잃은 피해지역 주민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에 연민의 정을 금할구 없다.
그러나 한가지, TV에 비친 그들의 험구(險口)는 좀 거북스럽다. 당국의 대비가 미흡했다는 불만이 크겠지만 어쨌든 천재지변 아닌가. ‘빨리 빨리’의 조급성에서 벗어나 힘들어도 조금은 여유를 찾는 그런 모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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