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13 14:21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회 chevron_right 사회일반
일반기사

[레져] 부안 내소사 가는 길

 

 

살아서 부안이라 했다(生居扶安). 바다와 산과 너른 들판이 있는 부안은 예로부터 해산물과 임산물과 농산물을 사시사철 조화롭게 생산해 냈다.

 

이처럼 풍부한 물산을 쏟아내며 풍요를 구가하던 변산반도의 중심에 터잡은 내소사는 그래서 항상 넉넉한 품으로 세인들을 맞아 들였다.

 

태풍 루사가 할퀴고 지나간 뒤에 찾은 내소사. 아득한 들녘 끝으로 서해바다의 푸른 물결이 잡힐 듯 펼쳐지며 옅은 벼냄새가 묻어나고 있었다.

 

낮익은 전마무 숲 송진냄새를 헤치며 대웅보전 앞에 섰다. 절간 지붕뒤에 솟아 있는 웅장한 바위산 봉우리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늦더위에 지쳐 있다. 단청 없는 질박한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소박한 대웅보전이 불교정신을 말해 주고 있다.

 

백제 연화문 와당이 풍기는 단아한 아름다움을 이 소박한 목조건물에서 느낄 수 있다. 절뒷편 바위산 이마가 대웅보전 지붕의 부드러운 곡선과 맞닿으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절터는 대개 주변 풍경과의 조화속에 자리잡고 있지만 특히 내소사 대웅보전은 지붕의 선과 배경을 염두에 두고 자리를 잡은 듯 했다. 풍경에 조화가 있는 순간이다.

 

대웅보전 옆에는 관심사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내소사 대웅보전은 온통 꽃밭이다. 연꽃 국화 모란이 중생을 반긴다. 그 꽃은 그러나 땅에 핀, 생명력이 있는 꽃이 아니다. 창호에 활짝 핀 꽃, 문창살에 조각해 놓은 꽃이다. 그래서 시들줄을 모른다.

 

이같이 꽃으로 장식한 문창살을 꽃무늬 문살(꽃살)이라 한다. 꽃무늬는 주로 빗살과 소슬빗살에 장식하는데 이를 각각 빗꽃살, 소슬빗꽃살이라 한다. 내소사 대웅보전의 꽃살도 빗꽃살 소슬빗꽃살의 하나인데 이 꽃살은 우리나라 꽃살문중 가장 빼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건물정면 여덟짝의 창호엔 꽃무늬 문살이 가득하다. 문짝 하나 하나가 그대로 꽃밭이고 꽃가마다. 사방연속무늬로 끝없이 이어진 꽃들은 화려하되 사치하지 않다. 담백하고 청아하며 깔끔하고 순박한 한국의 멋, 한국의 아름다움이 배어있다. 

 

깊은 밤, 꽃살에 붙은 창호지 틈새로 은은한 달빛이 새어 들어오면 세속의 욕망은 소리없이 흩어지고 금방이라도 해탈의 문이 열릴 듯 하다. 그 옛날, 이름없는 목공의 섬세한 손끝 하나에도 이처럼 지극한 불심과 예술혼이 깃들어 있었다.

 

나의 문화유적답사기를 쓴 유흥준교수는 내소사를 소개하면서 창호에 조각된 꽃의 독특한 예술성을 이렇게 평가했다. “꽃살문은 현세에서 이상을 구현하려 했던 우리 조상들의 정신세계가 깊고 그윽한 미적 감각과 어우러지면서 탄생한 예술작품”이라고.

 

□여행정보

 

*교통안내

 

전주에서 김제를 거쳐 부안까지 가 30번 국도를 타고 변산반도로 간다. 하서면에서 736번 지방도로 좌회전해 고인돌무리가 있는 구암리를 거쳐 직진하면 내변산을 관통하게 된다. 부안호 상류를 지나 사자동에서 좌회전하면 내변산 매표소.

 

부안읍에서 고창 흥덕방면 23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안영전사거리에서 우회전해 30번 국도를 타고 들어가도 된다. 부안버스터미널에서 내변산 매표소까지 오전 6시 2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7차례 2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있다.

 

*등산안내

 

직소폭포∼재백이고개∼관음봉삼거리 거쳐 내소사로 내려가는 코스와 그 반대코스. 내소사에서 출발, 직소폭포∼월명암∼736번지방도변 남여치 매표소로 내려가는 코스와 그 반대코스가 있다. 내변산매표소∼내소사 3시간30분 소요.

 

*음식점

 

 격포항 부근 해안에 백합죽과 바지락죽등 조개류로 죽을 하는 집이 많다(6천원∼8천원안팎). 부안읍 계화식당(063-584∼3075)은 백합요리 전문점. 죽(5천원)과 탕(1만8천원)이 유명하다. 곰소항의 허름한 우리장모식당(063-584∼3504)은 얼큰한 황복이 쾌 맛있다(1인분 1만5천원).

 

*입장료

 

변산반도국립공원 입장료 1천3백원. 내소사의 경우 문화재 관람료 1천3백원 별도. 내소사 주차료 4천원.

 

*숙박

 

격포등 포구부근과 30번 해안도로변에 깨끗한 모텔들이 많다. 숙박료는 보통 3만원선. 부안댐 들머리 변산온천엔 모텔과 온천사우나가 함께 있다(숙박료 4만원, 사우나 5천원). 모항인근에 시설이 뛰어난 선리치랜드(063-584∼8030)가 있다. 한눈에 바다가 내려다 보여 전망이 좋고 숙박객에게 무료로 6홀규모의 미니골프장을 개방하고 있다. 호텔수준의 음식이 제공된다.

 

□맛집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격포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엇을 먹을까. 음식점을 찾기 위해 두리번 거리다 토박이로 보이는 초로의 한 주민에게 괜찮은 음식점을 물었다. “여그 음식점들은 다 맛있제. 그런디 그중에서도 저그 저집은 음식맛도 좋지만 우리같은 노인덜한테는 밥값도 싸게 받아서 남보왕이여, 남보왕(No 1).”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 올리며 최고라고 소개한 집을 찾았다. 격포항 적벽강 위에 자리한 해변촌(주인·김달순·063-581∼5740). 이 집은 계절마다 나오는 재료를 이용, 음식을 내놓고 있다. 

 

봄에는 쭈꾸미회와 돌판구이, 여름에는 갑오징어통구이와 꽃게탕, 가을에는 꼴낙해물탕과 전어구이 및 전어회무침, 겨울에는 설숭어회가 나온다. 계절에 밀려 파장을 맞고 있는 갑오징어통구이는 6월이전에 격포앞바다에서 잡은 갑오징어를 뼈를 제거한뒤 갖은 양념을 발라 자연석돌판에 구워 김장김치에 싸서 먹는다.

 

주인이 직접 담은 1년 묵은 김치맛과 갑오징어의 독특한 맛과 어우려져 정말 별미다. 요즘은 꼴낙해물탕과 전어철. 꼴낙해물탕은 앞바다에서 잡은 꽃게와 낙지 생합 새우 바지락을 갖은 양념과 함께 냄비에 넣어 끊인 것으로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 자연석 돌판에 왕소금을 뿌려 구운 전어구이와 전어회도 요즘 최고의 맛을 자랑하고 있다.

 

해변촌의 특징은 김치를 비롯한 모든 반찬을 주인이 직접 정갈하게 담아 내 놓고 있어 그 맛이 깊고 은근하다. 낚시꾼이나 관광객들이 직접 횟감을 갖고 오면 요리도 해 준다.

 

군인과 노인들에게는 음식값의 15%를 깎아주는 것도 특징. 깔끔한 시설에다 뛰어난 음식맛, 저렴한 음식값이 주민의 말대로 정말 남보왕이었다.

 

꼴낙해물탕(35,000원∼40,000원). 전어소금구이(1인분 7,000원). 전어회무침 기본(15,000원). 갑오징어통구이(25,000∼30,000원). 홈페이지도 구축했다(www.gyeokpo.co.kr).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관춘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회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