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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自道酒 마시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대표적 술은 역시 소주이다. 싼 값에 비해 취기를 돋우는데 소주만한 술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70년대 이전에만 해도 전국에 2백50여개 사의 소주제조업체가 난립했었다. 그러다가 1973년 국세청의 이른바 ‘1도1사 원칙’에 따라 10개 회사로 정리되면서 그뒤 20여년간 국내 소주시장은 과열경쟁 없이 소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국세청이 주정 배정권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부터 ‘자도주(自道酒)’가 등장한 셈이다. 덕분에 지방의 소주업체들은 나름대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후 1997년 자도소주를 50% 이상 의무적으로 취급하도록 한 법규가 페지되면서 외지업체의 지방공략은 한층 가열되었다. 이 와중에 전북의 보배소주가 생존을 위한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하이트주조에 넘어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회사의 주인이 바뀐 뒤에도 외지업체의 도내 잠식현상은 전국에서도 가장 심각하다. 전북 향토소주의 도내 점유율은 지난 1997년 76.7%에서 지난해는 31.3%로 무려 45.4%P나 감소했다. 도내 애주가들이 마시는 소주 10병중 7병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인 셈이다.

 

이에 따라 하이트주조는 이 기간중 인건비 지출과 매출액이 각각 28.1%와 1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감소에 따른 고용악화와 주민소득 감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치가 아닐수 없다

 

이에 반해 영남의 3개 소주업체의 경우는 자도주 규제폐지후 지역 점유율이 모두 90%를 오르내리는등 오히려 상승했다. 이웃 전남의 경우도 8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강원과 충남도 자도주 점유율이 50%선을 웃돌고 있다.

 

유독 전북만 자도주 점유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내의 애주가들이 갑자기 소주의 맛과 품질에 민감해졌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지역의 소주를 팔아주자는 애향심이 엷어졌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 싶다.

 

마침 엊그제 전주에서 개최된 지역기역 관련 세미나에서 지적된 것 처럼 지역기업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고용창출및 세수증대등의 긍정적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꼭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모든 국민들이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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