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18:45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주장과 면책특권

 

 

 

‘112억원의 예산, 500명의 집필진, 8년간의 작업, 50만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이 한마디로 엉터리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지난 4일 문화관광부 종합감사에 나선 한 국회의원이 ‘50만 단어중 우리말은 변동되거나 없어지고 반면 중국 한자어와 일본어 등이 다수 수록되었다’고 지적하고 ‘국어사전의 수정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햐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단어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 쓰이지 않는 한자어를 넣었는가 하면 외래어와 파생된 외국어도 올렸고 일보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일본말까지 표준말로 등재시켰다는 것이다.

 

10월이 되면 우리 고유의 문자와 언어에 대한 고뇌가 더 깊어지고 속앓이를 하게되는 형편에서 국회의원의 이런 식견은 반갑기 그지 없는 일이다.

 

다른 국회의원들의 국어실력이 이 정도만 되어도, 아니 그 반만 되어도 우리 나라의 국어정책은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그런데 이런 주장의 속내를 들여다 보니 국회의원 스스로의 판단은 아닌 듯하다. 적어도 국어사전이 뭐에 쓰이는 물건인지만 알았더라도 그리고 이런 사전편찬 작업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조금만 알아 보려고만 했더라도 이런 황당한 생각을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장한 내용을 보니 발표할 내용의 부분들이 서로 모순되는지, 서로 어떤 관계를 갖는지 등에 대한 분별력도 없어서 남이 써 놓은 내용을 검토하지도 않고 그냥 낭독한 정도라고밖에 말하기 어렵다.

 

일상 생활용어가 아니면 사전에 싣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참으로 황당하다. 국어사전, 그것도 대사전이라고 불리는 데에 일상 생활용어만 실어야 한다는 것은 모르는 내용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상식에도 못 미치는 발상이기때문이다.

 

그리고 500명의 전문학자들이 8년간 무엇을 해 왔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들은 것이 있다면 기존의 사전에 실린 35만 단어보다 15만 단어가 많은 이유를 중국과 일본사전에서 도용되었을 가능성에서 찾는 태도는 차마 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주장의 진중함을 저울질해 보니 요즘 정치판에서 연일 쏟아내는 폭로내용들의 수준이 대략 짐작된다. 그리고 무책임한 주장으로 져야 될 위협부담을 피하라고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을 주는 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