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방 이후 대통령선거를 치를때 마다 기발하고 엉뚱한 방법으로 전개되는 선거행태를 신물나게 보아왔기 때문에, 대통령선거 때만 되면 또 이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 하는 버릇이 생겼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부정선거, 폭력이 난무한 가운데 치러진 극도의 공포분위기선거, 선거판을 통째로 사버린 체육관선거, 오직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략적으로 급조한 3당합당과 당대 당연합 등, 정상 궤도를 일탈한 대통령선거에 익숙해져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선거는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대로라면, 또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대로라면 그같은 기대는 기우(?)로 끝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의 선례를 보면, 집권당 후보가 주도권을 잡고 대선을 치렀던 것이 통례인데, 이번에는 집권당 내부의 자중지란으로 아직까지 지리멸렬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대선 또한 묘한 구도로 엮어져,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후보들이 지역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어, 유권자가 많은 쪽의 후보가 유리할 것은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공도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회창(李會昌)후보가 33.8%의 지지률로 정몽준(鄭夢準)후보(22.7%)와 노무현(盧武鉉)후보(20.8%)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더구나 정후보와 노후보가 후보단일화를 할 경우에도 이후보는 노후보를 44.6%대 36.0%, 또 정후보를 42.5%대 38.5%로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제16대 대선은 한마디로 체육관선거 이후 가장 싱거운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대선 판도가 이후보의 독주 구도로 굳혀져 가자 노후보와 정후보간 후보단일화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필패(必敗) 게임이 될 것은 너무다 자명한데 그냥 앉아서 최후를 맞을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듯 하다.
그러나 총론만 뜻이 같았지 각론에서는 여전히 ‘내가 진정한 후보’라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선이 47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두 후보는 아직도 현실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정략적 연대 논의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다수 국민은 하나마나한 선거보다는 멋진 한판 승부를 보고 싶어한다. 청산해야할 3김시대의 정치력이 그립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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