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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행정수도 이전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한다는 공약을 제시하자 한나라당은 이를 천도(遷都)로 몰아붙이며 수도를 공동화시킬 것처럼 몰고 있다.

 

천도는 한국에서도 여러 번 이루어졌다. 고구려도 수도를 환인 -> 국내성 -> 평양으로 옮겼으며, 백제의 수도도 한성 -> 공주 -> 부여로 이전하였고, 고려는 개성에 조선은 한양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였다.

 

일본고대에서는 왕이 들어설 때마다 수도를 옮기기도 하였고, 중국에서도 수많은 수도들이 명멸하였다. 이 당시에 천도가 지니는 의미는 지금의 행정수도의 이전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통사회에서는 왕이 권력과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종교를 장악하고 있고, 다른 모든 주요 기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천도는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의미할 정도로 중차대한 일이었다.

 

교통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도를 옮기기 때문에 수도의 이전은 바로 모든 중심기능의 이전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현대처럼 교통통신이 발달하고 사회적 기능이 분화된 사회에서는 행정수도의 이전이 지니는 의미는 이전과 크게 다르다.

 

현대사회에서도 행정수도의 이전이나 또는 행정수도와 경제수도가 다른 많은 사례들이 있다. 미국의 경우 워싱톤이 행정수도이지만, 뉴욕이 경제수도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워싱톤이 행정수도 역할을 한다고 하여 뉴욕이 공동화되거나 또는 폐허로 변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브라질에서도 행정수도를 옮겼고 호주에서도 행정수도를 옮겼지만 행정수도를 옮겨서 기존 수도의 경제적 기능이 몰락한 경우는 하나도 없다. 기존의 리우데자네이로나 시드니가 계속 경제적인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도 통일 이후 행정수도를 베를린으로 옮겼지만 이전부터 행정수도의 기능이 행정에만 집중하여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말레이시아도 행정수도를 건설하여 이전하는 과정에 있지만 경제적 혼란이 일어나거나 또는 쿠알라룸푸르가 공동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은 없다.

 

수도권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주기보다는, 수도이전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수도이전에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지, 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그리고 이전한다면 어떻게 이전하는 것이 좋은지 등의 보다 생산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국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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