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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정월 대보름

 

 

내일(15일)이 음력 정월 대보름이다. 설날부터 시작되는 수세(守歲)명절의 마지막 날이며, 새해들어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동시에 한해 농사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동국세시기에는 이날 대보름 달빛이 진하면 풍년이 들고 흐르면 흉년이 들며, 달빛이 희면 비가 많이 오고 붉으면 가뭄이 든다고 적혀있다.

 

설날이 가족끼리의 혈연의식을 다지는 날이라면 정월 대보름날은 한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비는 동신제(洞神祭)를 지냄으로써 공동체의식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동네사람들이 농악대를 만들어 집집마다 걸립(乞粒)을 한다든지, 마을 대항전 성격을 띤 돌싸움(석전), 지신밟기,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등 여럿이 함께 어울려 즐기는 민속놀이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대보름날 가정단위의 습속도 이에 못지않게 많았다. 오곡밥과 약밥을 먹으며 오곡백과의 풍년을 빌고 갖가지 나물반찬을 차려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했다. 또한 꼭두새벽에 일어나 여름철 건강을 빌며 더위를 팔았다. 부럼을 깨고 이명주(耳明酒)를 마시며 튼튼한 이와 귀가 밝기를 기원했다.

 

민속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치러온 세시풍속 관련행사는 전국적으로 대략 1백90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 가운데 대보름날과 관련된 세시풍속이 50여건에 달한다고 하니 전통풍속에서 대보름날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사회가 농경사회에서 고도의 산업사회로 급속히 변천해가면서 이처럼 아름다운 전통풍속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쥐불놀이나 오곡밥·부럼 등은 전해지고 있지만 일부 세시풍속은 이미 명맥이 끊겼거나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대보름날이면 일부 지역에서 행정기관이나 문화원 등이 민속놀이를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도이다.

 

올해는 정월 대보름날이 국적불명의 외래 축제일인 발렌타인데이(14일) 다음 날이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발렌타인데이는 잘 알면서도 정월 대보름은 언제인지 모르는 것이 태반이다.

 

여기에 백화점·할인점 등이 초콜릿 판촉에 열을 올리면서 부럼 판매대는 썰렁하기만 하다고 한다. 전통을 고루하다고 무조건 기피할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우리의 세시풍속을 계승해가려는 노력이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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