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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구지하철 참사는 온국민의 슬픔

 

 

 

법적으로 지정된 국경일이나 국가적으로 경사스러운때 나라의 상징인 태극기를 게양하며 국치일이나 국가적으로 애도할 때 반기(半旗)를 게양함은 일반 상식이다.

 

 

그런데 태극기 게양시기가 정권에 따라 다소 달라지면서 어느 시절엔 국기사랑(?)이 넘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야로 1년내내 게양하기로 했었다. 그러다 보니 태극기가 찢기어 길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변색되어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한마디로 당초 의도와 다르게 국기 모독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2월 18일은 천인공노할 대구지하철 참사가 터진 날이다. 계속되는 TV뉴스특보를 보면서 당장 현장으로 달려 가고 픈 충동은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사고 정황으로 보아 엄청난 희생자가 속출했으리라 생각하니 슬프다 못해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나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 어려웠다. 불현듯 태극기가 생각났다. 지금 그들을 위한 조그마한 마음씀씀은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반기를 게양하는 일이었다. 사상자수가 연일 증가하는 보도를 보면서 침통한 마음으로 일주일내내 아파트 창밖에 걸어 놓았다. 비 내리는 날엔 태극기가 흠뻑 젖어 후줄근해진 모습이 더욱 우울하게 했다. 그것도 일주일로 끝낸 것은 2.25 대통령 취임 축하의 국기게양을 위해서 였다.

 

 

주지하는 바와같이 어느 비정상인 자가 혼자 죽기 억울해서 전동차안에 불을 질렀다는데 아직도 정확한 희생자수를 파악할 수 없어 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마저 어렵게 만든 것은 인재(人災)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불연소재로 전동차내부를 제작하지 않은 것도 한심하지만 사고발생후 지하철 본부에서 진행된 모든 것이 대형사고를 만들기에 충분했다는 정황을 부인할 수가 없다.

 

 

화재발생 사실을 경고하여 다른 전동차의 진입을 막지 못한 지하철 본부의 과오로 수많은 승객들을 화재현장에 쏟아 놓음으로써 통로의 비상등마저 꺼진 암흑속에서 유독깨스에 질식되어 가면서도 '장님 문고리 찾듯'출입문을 더듬다가 숨을 거두고 시신을 불태워야 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독깨스가 분출하는데 샤터문까지 내려졌으니 2차대전시 유태인을 학살했던 독일군 나치의 독깨스실과 다를 바 없는 아비규환의 참상이였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지하철 관계자들의 허위진술로 사고의 전무가 명백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으며 한 줌의 재로 변한 유골마저 깨끗하게 물청소함으로써 생사의 신원조차 확인 할 없는 실종자들을 양산한 것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사건을 수습했던 것과 얼마나 대조적인가?

 

 

만시지탄이지만 지하철관계자들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지체없이 과오를 자백하여 억울한 영혼을 달래고 명복을 빌며 유가족을 위로하며 용서를 청해야 한다.

 

 

아울러 유독깨스를 예상치 못하고 국책사업을 계획, 추진했던 책임자들과 사고당시의 위정자들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고현장을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부상자를 문병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

 

 

가까운 책임이야 실무담당자들에게 있을지모르나 총체적이고 도의적인 책임은 최고 정책 책임자의 몫이라 생각함은 지나친 것일까? 비록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전철을 되풀이 해왔지만 다시는 이땅에 이러한 참상이 없도록 발본색원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겠다.

 

 

이 엄청난 재난은 결고 대구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온 국민의 슬픔이고 상처이기에 거국적으로 일정기간 반기를 게양하고 애도하는 정부의 조치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고 한다. 이것이 어찌 필자만의 생각이겠는가.

 

 

/이건식(금만옹어촌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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