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방생의식은 살생을 하지 않는 소주적인 계율의 준수가 아니라 죽어가는 물고기나 짐승 등을 물이나 산에 놓아주는 적극적인 선행이다. 비록 미물이라 할지라도 그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비의 실천행위인 것이다.
방생은 신라·고려시대 인왕경(仁王經)과 함께 2대 호국경전의 하나로 존숭됐던 금광명최승황경(金光明最勝王經)에 나오는 '유수장자(流水長者)가 물고기 만마리를 구제하여 천자가 덕을 갚았다'는 대목에서 비롯된 불교의식이다. 방생법회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성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생제(放生齊)는 보통 정월 대보름과 초파일, 또는 음력 3월3일 및 8월15일에 주로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우리 불교신자들의 방생이 그 본래의 의미를 잃고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방생한 물고기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떼죽음을 당하는가 하면 붕어·잉어 등 재래종 민물고기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외국산 어종의 무분별한 방류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특히 큰입 베스·블루길·청거북(붉은귀거북) 등 육식성 외래어종은 강한 식욕으로 토종 민물고기의 천적이 되어 닥치는대로 잡아먹는 바람에 일부 토착 어종의 멸종이 우려될 정도이다.
그중에서도 청거북은 천적이 없어 먹이사슬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 청거북은 70년대부터 애완용으로 들여오기 시작한뒤 국내에 6백여만 마리 이상 수입됐다고 한다. 특히 용왕의 사자요 장수하는 영물인 거북이의 방생효능을 믿는 불교신자가 많아 청거북 방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꾸라지 등 소형 물고기는 물론 황소개구리·뱀까지 잡아먹는 잡식성에 수명까지 20년이 넘는 청거북은 이같은 잘못된 방생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개체수가 늘고 있다. 도내에도 전주 덕진공원, 임실 옥정호 등 곳곳의 하천·연못을 점령하고 있다.
전북도가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도내 사찰 등에 청거북 방생 자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좋은 일 한다는 취지가 토착 민물고기를 멸종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엉뚱한 결과를 막기 위해서도 무분별한 방생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방생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방생법회는 단지 '물고기를 살리는'행사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을 살리는'생활화된 환경 실천운동으로 변모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