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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어린이날의 斷想

 

 

선언(宣言)은 선언으로 그치는 것인가. '이 세상 모든 어린이는 평등하며,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국제연합의 아동권리선언과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이 무색한 여든번째 어린이날 아침이다. 1959년 11월 국제연합 제14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아동의 권리선언'에는 어린이가 건전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가정이나 사회의 특별한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고, 자유로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학살되거나 착취되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이보다 앞서 1957년 5월에 발표된 우리나라 '어린이 헌장'에는 세상 모든 어린이가 차별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 겨레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 사람으로 존중돼야 하며, 바르고 씩씩하게 자라게 해야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외제 유아복이 동이 나고 호텔 이벤트가 성황이고, 외식업체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꿈같은 가족여행이 줄을 잇는 뒷켠에서 굶주리고 헐벗고 매맞는 아이들은 소리없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부모 잘만난 아이들은 왕자나 공주처럼 크는 세상이지만 의지할곳 없는 소년소녀가장들은 하루하루 사는것 조차 힘이 든다.

 

국제연합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를 공격한 미국의 명분없는 전쟁은 많은 어린이들을 전쟁고아로, 장애아로 너무도 비참하게 만들어 버렸다. 아무 영문도 모른채 양팔과 두다리를 잃고 병상에 누워있는 어느 이라크 소년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증오심이 끓어올랐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더니 한 정신지체장애인의 지극한 어린이 사랑이 각박한 세태에 지친 우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충남 서산의 고북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8년째 교통지도를 하고 있는 신석현씨(辛錫炫·38), 그는 지난 96년 3월 어린이 2명이 건널목 부근에서 차에 치여 숨진 현장을 보고, 그날부터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하루도 빠짐없이 교통지도를 해오고 있다.

 

남는 시간에는 학교 구석구석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현관과 복도를 정리한다. 학교로 부터 받는 혜택은 점심이 전부다. 그는 어린이날을 맞아 전국 어린이신문인 '여럿이 함께'가 제정한 제1회 '고마운 어른께 드리는 밝은 햇살상'을 받았다. 어린이날 어린이들로 부터 어른이 받은 상이라 더욱 값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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