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주로 우리사회의 부정이나 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이슈들을 다시 한번 거르기 때문에 시청률도 비교적 높다. 지금까지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많은 대형사건들이 전파를 탔다. 그 대상 인물군(人物群)도 다양하다. 악덕포주나 브로커 사채업자에서부터 변호사·교수·종교인등 사회지도층 인사들까지 그 표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작진은 계층간, 이해집단간 분출하는 욕구와 갈등구조, 부조리를 냉철한 시가그로 조명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숨겨진 진실찾기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를 내 보인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이 갖고있는 함정 또한 역설적이다. 순수한 제작의도와는 달리 피고발 당사자가 입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진실·정의·가치관의 판단기준이 편향될수 있다는 우려가 학계나 전문가 집단의 지적이다. 특히 종교의 경우 그런 시비에 휘말릴 소리가 다분하고 실젤 그간 심ㅅ미치 않게 분쟁을 일으켜 온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일 심야(밤11시 5분)에 방송된 KBS 2TV의 '시민 프로젝트 나와주세요'는 너무 지나쳤다는 지적을 면치 못할듯 싶다. 이날 방송사측은 일방적으로 전두환 전대통령에게 스튜디오 출연요청을 보낸후 심야 집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무례(?)를 범했다. 전씨가 미납하고 있는 추징금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면서 이를 생방송으로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여과없이 보여준 것이다.
전씨가 도덕적으로 온당치 못한 처신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동안 여론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으면서도 '배째라'식으로 버티는 강심장에 혀가 내둘릴 지경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그에게도 인격권이 있다. 하물며 전직 대통령 신분이 아닌가. 그런 그를 개그맨 등을 출연시킨 스튜디오에서 마음대로 조종하는듯한 프로그램 진행은 거꾸로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국민들의 자좀심을 손상시킨 일은 아닌지 묻고 싶다.
아무리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고 반짝 아이디어로 튀어보겠다는 의욕이 앞선다해도 방송은 정도를 지켜야 한다. 시청자들이 납득할수 있는 상식선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시민 프로젝트'프로그램은 전씨에게 반감을 갖고있던 국민들에게 거꾸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아이러니를 제공하지는 않았을까 궁금하다. 그게 민심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