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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브랴트'사람들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에서 북쪽으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우스 짜르든스키'라는 조그만 마을이 있다. 이른바 브랴트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다.

적어도 이르쿠츠크에서는 브랴트 마을 사람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네와 가장 흡사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이들이 바로 브랴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곳 이르쿠츠크에서는 이들 브랴트 사람들과 몽골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둘 다 우리네와 외형적으로 정말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스 짜르든스키에서 보게 된 광경들은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우리를 맞으러 집밖 먼 발치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그 중의 하나였다. 이들은 불을 피워 놓고 그 위로 손님들이 건너기를 권하였다. 불과의 첫 만남이었다. 이들은 우리가 그 의식을 마칠 때까지 '잔자'라는 현악기 반주에 맞추어 환영의 노래를 불러 주었다.

 

 그런데 그 노랫말은 따로 정해진 것이 없이 즉흥적으로 지어서 부른단다. 정형의 노래로 발전하기 이전 단계를 확인할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그 다음 순서는 우유가 든 잔에 입을 댔다가 뗀 뒤 그 그릇에 손가락을 담가 세 번 허공을 향해서 튕기는 행위였다.

손님맞이 행사는 우리가 대문을 들어 서는 순간에도 이어졌다. 대문의 양켠에서, 그리고 대문에서 마당에 이르는 길목에 이들 브랴트 사람들은 꽃단장을 하고 우리를 노래로 맞아 주었다.
그런 환영의식은 연장자를 찾아서 자신들이 준비한 예복으로 갈아 입히고 양 팔을 서로 굳게 마주 잡고 유대의식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몇 가지 의식을 더 거친 다음에 권한 의식은 우리를 한 번 더 놀라게 하였다. 바로 '고시레'그 자체였다. 우리 조상들은 제의식 등을 치르고 '고시레'를 한다. 바이칼의 후예들인 이들 브랴트부족 역시 태양을 향하여 고시레를 한다. 다만 이렇게 '고시레'를 할 때 이들은 따로 소리를 지르지 않을 뿐이다.

우리가 바이칼에 근접한 '우스 짜르든스키'에서 확인한 이런 행위가 한민족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
하지만 손님맞이 행사가 다 끝났고 말도 통하지 않음에도 굳이 찾아와서 친금감을 표시하고 나이를 확인하며 연장자를 깎듯이 예우하는 그네들 모습에서 우리의 시원(始原)을 찾는 노력이 터무니없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정영인 위촉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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