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는 다녀 왔습니까?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습니까? 그리고 행복하십니까?
올 여름을 모 정치인의 말투를 빌어서 표현하면 요즘 인사는 이쯤 될 것도 같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국내외를 무론하고 휴가차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점차 느는 모양이다.이런 휴가의 대열에 구직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악의 취업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구직자들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2.3% 정도는 잠시라도 휴가를 다녀올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들 휴가객들을 실어 나를 항공사들도 이번 여름을 한껏 기대하는 모양이다. 전세기와 특별기를 대거 투입하는 등 여름 특수잡기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의 불황을 만회해 보려는 이들 항공사의 판매전략은 우리들에게는 좀더 수월하게 여름휴가를 다녀 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그런데 이런 여름휴가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얻는가? 지금은 어디를 갈 것인가 하는 고민보다 휴가를 통해서 무엇을 얻었는가를 정리해야 할 때인 듯 싶다. 앞서 언급한 구직자들의 경우 취업 스트레스를 이번 여름휴가를 통해 해소하고 잠시라도 심리적 안정을 취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그 휴가목적이 선명한 경우에 속한다. 산을 찾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실속이 없는 사람들은 땅바닥만 바라보고 걷다가 빠듯한 일정을 마무리하는 경우다. 산을 찾았다면 일상을 잊고 산에서 만끽할 수 있는 정취에 흠뻑 취해 보는 것이 값진 휴가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휴가를 통해서 휴식도 휴식이겠지만 견문을 넓히는 일 또한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여행지에 가서 그 곳 사람들이나 박물관의 유물들이, 혹은 유적들이 내게 무언가를 말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리고 혹여 이국땅에 가서 한국의 풍속과 풍경을 기대한다면 그 여행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휴가를 통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나를 비우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그네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다가서지 않으면 우리는 단편적인 몇 가지 현상을 가지고 우리의 삶의 잣대로 그들의 문화를 재단해내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러할진대 과연 이번 여름에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한 번쯤 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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