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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있는 책 읽기]시인들의 애송시 묶은 시집들

 

시인들이 애송시집을 내며 시(詩) 길라잡이로 나섰다. 독자들에게 좋은 시를 소개하고, 수준 낮은 시가 화려하게 포장돼 시를 사랑하려는 초심자들이 그릇된 방향으로 수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시인이 동료들의 작품을 소개한 이런 류의 시집은 시인·시·독자의 삼중주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시인들이 '노트 한 쪽에 적어 두었거나, 다시 읽고 싶어 시집의 한 귀퉁이를 접어 두었던' 시에는 그들의 애정 어린 감상도 소중하게 담겨 있다. 시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시집을 묶기로 마음을 굳히니 온갖 시들이 떠올랐다.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마음이 활짝 개던 수많은 시인들의 시집과 시들…. (중략) 다시 또 많은 시들이 새로 돋아나는 풀잎들처럼 내 마음의 시밭을 뚫고 솟아난다.'

 

김용택 시인이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는 시를 모은 '시가 내게로 왔다2'(마음산책 펴냄)의 서문이다. 3년전에 낸 1권에 넣지 못해 줄곧 안타까웠다던 우리 근·현대시 52편과 외국시 3편을 묶은 책이다. "특별한 이 기억의 시들이 독자들의 가슴위로도 꽃잎처럼 날아가길 바란다”는 시인은 각각 시에 대한 느낌이나 시인과의 인연 등을 함께 엮었다. 예를 들어 박남준 시인의 '흰 부추꽃으로'에선 '나는 이 시를 보고 감동했다. 남준이가 드디어 시인으로 환생한 나비가 된 것이다. 나는 이 시를 보듬듯 지금도 안고 있다'고 감상을 적었다.

 

안도현 시인의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나무생각 펴냄)은 시인이 문학에 눈 뜰 무렵인 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애송하는 한국 현대시인들의 시 71편을 모아 감상노트를 붙인 시집이다. 시인은 김선우·유하·이윤학·신현림·이정록·함민복 등 젊은 시인들의 시를 소개하며, 우리 시의 보자기 한 끝을 팽팽하게 잡고 있는 시인을 예감하거나 제비처럼 밝고 맑은 시인의 마음을 읽었다.

 

우리 시단 대표작가들의 사랑시 55편을 뽑아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시'란 부제를 단 '헤어져 있어도 우리는 사랑이다'(휴먼앤북스 펴냄)와 '문정희 시인이 길어 올린 시와 언어의 옹달샘물'이란 부제를 단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중앙M&B 펴냄)의 느낌도 따뜻하다. '도서출판 작가'가 지난해 문예지에 발표된 시 중 좋은 작품들을 골라 엮은 '2004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작가 펴냄)에는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문태준 시인의 '맨발'과 송수권 시인의 '아내의 맨발', 손택수 시인의 '방심' 등이 실려있다.

 

시 전문 비평가인 김재홍씨가 한국 현대시사 1백년을 통틀어 명시 4백5편을 고른 뒤 계절에 맞춰 4권으로 정리하고 해설을 붙인 '현대시 100년 한국명시 감상사전'(문학수첩 펴냄)도 챙겨보면 좋다. 그는 좋은 시를 '정치적 입장과 시의 경향을 떠나 생명과 인간, 자연을 존중하고 총체성을 살리는 시'로 꼽는다. 정치적 이유로 배제되거나 당대에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던 시인을 포함시켰다.

 

정끝별 시인이 어린 두 딸과 친구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동시 40편을 골라 해설을 붙인 '시가 말을 걸어요'(토토북 펴냄)는 어린이들에게 시를 쓰는 게 쉽고 즐거운 일이며, 주위에서 충분히 소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동시집. 교사와 중학생들이 함께 읽고 고른 '국어시간에 시 읽기1·2'(이명주 엮음·나라말 펴냄)도 눈에 띈다. 유명시인의 작품뿐 아니라 중학생들이 직접 쓴 시도 포함됐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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