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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이 봄, 행복해지고 싶어요

 

Funny 짱님

 

월명공원에 벚꽃이 이제 한창입니다. 여기는 바닷가에 위치한 곳이라 다른데보다 꽃들이 늦게 핀답니다. 한동안 동백이 그 자태를 뽐내더니 지금은 온 산이 벚꽃, 벚꽃이네요. 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길가엔 개나리들이!

 

오늘도 가깝고 잘 닦여진 길이 있는데도 흐드러지게 핀 그 꽃길로 돌아서 도서관에 다녀왔어요. 초등학교 1학년인 손자와 유치원 다니는 그 밑의 작은 아이와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현직에 있을 때보다 일과가 제법 바쁘답니다. 오후에는 두 아이 모두 학교와 유치원을 마치고 돌아오면 가끔 이렇게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다가 옵니다.

 

가는 길에 큰 놈은 호핑스텝으로 깡총깡총 뛰는 모습이 마냥 즐겁습니다. 앞서 가다가는 뒤돌아 할애비 손잡고 따라오는 동생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렇게 갑니다.

 

처음 도서관에 갔을 때 큰 아이에게 수준에 맞을 듯한 책을 골라 읽게 했더니 할애미가 권하는 것을 읽지 않더군요. 그러나 나는 나대로 조용히 읽고 있으면 저도 제 나름의 책을 개가식인서가에서 골라 읽더군요.

 

'시키는대로는 하지 않아도 하는대로는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요사이 참으로 실감하지요. 1학년 짜리야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작은 놈은 글자를 전혀 모르는데도 제 형이 보는 책 옆에 조용히 무릎으로 앉아 고개를 쳐박고 책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폼이 신기하기까지 하답니다.

 

내가 그러했듯이 내 아들 딸들도 제 자식들에게 취학 전 문자 지도는 물론 영어다 무어다 일부러 가르치지 않고 자유스럽게 놀게 내버려두는 편인데 때가 되니깐 한글을 알게 되더라구요. 때가 되면 누구나 아들·딸 낳고 살듯이 말이어요. 취학 전이나 지금이나 그 흔한 학원에는 보내지 않고 이렇게 훨훨 뛰며 놀게하고 있어요.

 

아이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독서회원증> 을 발급 받게 했어요.

 

증명사진 한 장과 정확한 인적 사항 그리고 연락처만 확인되면 발급해주거든요. 그게 있으면 책을 세권까지 빌려 집으로 가져올 수도 있어 좋습니다.

 

나는 엄마들이 도서관에도 가끔 들르고 책을 가까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손자녀석을 보니까 <독서회원증> 을 발급 받던 날, 그걸 손에 들고 다니며 제 어미에게 자랑하고 누가 가져가 훼손시킬까봐 애지중지 하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좋으 수가 없더군요.

 

손자놈도 오늘은 책을 한 권 대출받아 왔어요. 오는 길에 200원짜리 붕어빵 두 개를 후후 불며 먹는 모습에서 처낫의 모습을 보았어요. 할애비도 이렇게 행복한 날이 있군요.

 

나는 지금 도서관에서 대출받아 온 Funny장님이 쓴 책 중 하나를 읽고 있다가 메일 보냅니다. ”행복, 그거 얼마에요""어디서 감히 짹짹”"행복 동화”소박한 행복을 가꾸며 사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별 것 아닌 일에도 뒤집어지게 웃고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 행복이라 했지요?

 

Funny짱님.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개나리꽃 빛깔이 뭉떵 몸에 묻어 왔는지 집안이 환하네요. 황사도 없이 맑고 깨끗한데 저녁 먹고 또 불밝힌 벚꽃 길에나 이번엔 아내와 함께 나가봐야겠어요. 이 봄, 한껏 행복해지고 싶어요. 안녕히 계셔요.

 

/송영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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