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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무대아래]5월 초록바람 타고 흐르는 사랑의 속삭임

오는 15일 가야금독주회를 앞두고 있는 가야금연주자 이예랑씨가 가족들과 함께 한 모습. 왼쪽부터 이사랑·변영숙·이예랑씨 (desk@jjan.kr)

 

완연한 봄 햇살. 5월의 봄바람은 달콤하고 행복하다.

 

정성스럽게 가야금 줄을 다듬는 손길, 그 길을 따라 퍼지는 부드러운 향기, 언제나 곁에 머무는 행복한 미소, 아스라이 펼쳐지는 객석의 아름다운 풍경. 가야금연주자 이예랑씨(25·한국예종 전통예술원 음악과 전문사 과정)가 '행복한 연인의 오후 한 때'를 선사한다. 15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가야금독주회 '봄의 연인처럼'.

 

"저에게 집중해주는 사람들과 제가 집중하고 있는 가야금과 사랑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악보를 쫓는 것이 아니라 가야금에 마음을 얹고 모두의 사랑을 쫓는 것이라고 할까요.”

 

기악연주는 연주자의 성정(性情)이 드러난다. 손놀림보다 마음과 악기, 협연자와 청중에 대한 마음씀씀이가 더 고운 예랑씨는 지난해 국립극장 데뷔무대 이후 두 번째 독주회다. 학부생에게 좀처럼 대관을 허락하지 않지만, 지난해 국립극장의 선택은 탁월했다는 평. 그는 "첫발을 내딛는 것보다 두 번째에서 흔들리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랑씨는 독주회를 준비하며 '인연'을 떠올렸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인연들이 자아내는 행복에서 비롯된 것. 엄마와 가야금과 청중과의 다양한 만남에 감사하며 연주하겠다고. 공연날짜를 '스승의 날'로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젖줄 같은' 고향 선생님들과의 소중한 인연. 그는 이번 공연에 선생님들을 초청했다. 전주예술중·고와 연세대·고려대 등 강의에서 자신도 선생님 소리를 듣게 됐지만, "성장의 밑거름인 초중고 시절 은사님들께 가야금 연주로 보답하기 위해서”다.

 

"엄마 뱃속부터 가야금을 배웠다”고 너스레 떠는 예랑씨는 엄마와 네 이모 모두 국악인인 국악집안 출신. 중견국악인 변영숙씨(56·옥계국악학원장)의 맏딸이다. 쌍둥이 동생 사랑씨(25)와 귀동냥으로 가야금을 시작했고, 가족들이 불우이웃과 시장상인·경찰·미화원 등을 초청해 열었던 여러 공연들이 성장의 큰 몫을 차지했다.

 

동생 사랑씨는 이번 공연의 진행을 맡았다. 한국예종에서 음악사를 전공하며 여러 연주회의 진행을 맡아온 그에게 마이크는 세상과 통하는 낯설지 않은 소품. "하늘이 맺어준 인연의 행복을 들려주겠다”는 엄마는 예랑씨와 '戀人(연인)'을 들려준다. 사랑씨는 "엄마와 언니가 병주곡을 연습하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며 "연주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모녀의 속삭임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엄마와 예랑씨의 제자이자 동료인 14명의 '옥계당원'(옥계가야금학원 수강생)들도 정악합주로 함께 한다.

 

이번 연주회에선 "끈끈하면서도 흐르는 듯한 느낌의 농현이 멋진” 최옥산류 가야금산조와 "가벼운 손끝으로 줄과 팽팽한 장력을 유지하며 파워 있게 연주하는” 서공철류 가야금산조를 한 무대에 올린다. 전혀 다른 느낌의 유파를 같은 무대에서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1980년생 연주자의 실력과 자존심은 증명된 셈이다. 또 푸살(15박)·터벌림(10박)·봉등채(5박)·올림채(20박)·살푸리(4박) 등 경기무속장단에 가야금 가락을 얹은 새가락별곡은 자연스럽게 밀고 당기는 가락의 흐름을 함께 느끼며 감상하면 더 좋다.

 

"악보 성음을 잘 보는 것보다 바르고 정직하고 곧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야 더 진실하고 개성 있는 소리를 낼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구요.”

 

'우리세대의 숙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그는 이번 가을 음반을 낸다. "전통과 대중성의 접점을 찾아 살가운 연주를 들려주겠다”며 "소장가치가 있는 음반, 선물해 주고 싶은 음반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우리 음악을 우리 감성에 맞춰 부르는 연구하는 음악인,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다가가고 싶은 음악인, 후배들에게 영향력 있는 음악인이 되고 싶어요.”

 

예랑씨의 꿈은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는다. '장난기 가득한 젊은 국악인'의 맑은 눈에 그 이유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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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우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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