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않는 열정과 믿음으로 오랜시간 작업을 이어나가는 중년에 선 세명의 서양화가가 개인전을 열고 있다. 작가의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에는 그들의 인생도 숨쉰다.
아름답고 우아한 형상이 아닌, 일그러지고 터지며 분열과 해체로 나아가는 형상들은 억압된 욕구와 불만을 여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다.
솔직하면서도 진지한 시선을 잃지않는 서양화가 김용관씨(50)가 여덟번째 개인전 '존재를 찾아서'를 열고있다. 거침없는 표현으로 자아의식의 심연을 강렬하게 표출해낸 작품들이다. (27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초현실주의라고 할 수는 없어요.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낯선 형상들이 섬뜩하다고 말하지만, 주제를 부각시키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기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안으로 받아들여 의식화한 그의 작품들은 묘한 긴장감으로 사람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오일 페인팅이지만, 한국적인 정서로 한국적인 효과를 내려고 합니다. 머리 속에 잠재돼 있던 것들이 자유롭게 분출되는 것이지요.”
형이상학적인 구도와 색채미는 작가의 의도와 우연의 효과가 만난 결과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 분리되고 유리되는 듯한 느낌을 역이용했고, 지난 전시보다 색도 화려해졌다. 원광대 미술교육과를 졸업,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전주에서의 첫 전시는 젊은 사람의 열정과 패기가 있었죠.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고향에서 다시 전시를 여니 새롭게 출발하는 기분이에요. 작업의 진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성신여대 이춘옥 교수(49)의 열한번째 개인전. 지역에서 만나기 힘든 소재와 재료, 기법 등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전주 출신 작가가 고향에서 여는 11년만의 전시라 더욱 반갑다. (27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세월이 스며들어간 그의 작품들은 파리 유학에서 돌아와 실크스크린을 중심으로 열었던 지난 1993년에 비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컴퓨터 작업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있다”는 이교수는 실크스크린 꼴라쥬 유채 등을 기본으로, 컴퓨터 프린트 작업을 통해 작품의 현대적 이미지를 더했다.
컴퓨터 작업으로 '금강산도' '해금강' '모란도'의 색과 형태를 현대적으로 변형시켜 서양 미술가 '빈센트 반 고흐' '레오나르도 다빈치' '앵그르'의 작품들과 함께 등장시켰다.
서양의 초상화와 동양의 산수를 이용해 동서양의 이미지를 자연 안에서 접목시킨, 동서양의 이미지 조화다. 전주 성심여중고를 졸업한 이교수는 성신여대를 졸업, 파리8대학에서 조형예술학을 공부했다.
"그림으로 제 소리를 내어봤습니다. 그림을 계속해야 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성경에서 얻은 깨달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어요.”
마음 깊은 곳에서 저절로 피어나는 감동은 숨길 수 없다. 4년전부터 종교적 신념을 작품 속에 담아온 서양화가 김민숙씨(43)가 두번째 개인전 'Come Come Come-어둠·♥·빛 그림전'을 열고있다. (25일까지 전주 얼화랑)
"나에게 그림은 신앙심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지요.”김씨는 창세기부터 요한 계시록, '최후의 만찬' '노아의 방주' 등 성경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감정을 화면 위로 옮겨냈다. 어둠과 밞음, 선과 악 등 주제와 색의 극명한 대비는 신앙의 힘을 강조하려는 작가의 의도다.
"10여년 동안 사실주의 그림만을 그렸어요. 지금은 추상화 과정과 가지치기를 통해 마음에 와닿는 것들을 담아내는 비워나가는 작업이죠.”
서울 출생으로 한국일보 문화센터를 통해 미술을 시작한 김씨는 10여년 전 전북대 사회교육원을 다니며 전주의 작가들을 비롯해 전주와 인연을 맺었다. 이번 전시는 얼마전 전주대에서 열었던 개인전을 본 서양화가 유휴열씨의 권유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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