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건달을 자처하는 조직폭력배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게 ‘양아치같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본래 거지나 넝마주이를 비하해서 일컫던 양아치가 언제부터인가 치졸하고 비열한 짓만을 골라하는 삼류 깡패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조폭은 물론 양아치도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암적인 존재이지만 둘 사이에는 엄연한 등급이 존재한다고 한다.
특히 다년간 조폭과 관련된 범죄들을 다뤄온 수사관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이같은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과거 계보(?)가 있는 조폭들은 자신들을 대범한 사업가로 불려지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힘없는 서민들을 등친다거나 여성을 상대로 하는 범죄를 ‘양아치의 짓’으로 규정하고 혐오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경기불황이 가증되면서 조폭과 양아치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사채를 빌려 쓰고 조폭들의 협박과 살인적인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신장까지 팔려고 했던 한 장애인의 이야기는 이같은 점을 확연하게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전주의 한 폭력조직 행동대원 3명은 지난 5월께 노점상을 하던 지체장애인 A씨(42)에게 5백60만원을 빌려주고 연 2백50%의 이자를 요구하는 등 고금리의 사채를 빌려준뒤 이를 갚으라며 모두 19차례에 걸쳐 A씨와 그 가족을 협박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불편한 몸에도 선원과 음식점 배달원을 전전했고, 결국에는 장기매매까지 시도했다.
A씨의 경우처럼 올들어 서민들을 대상으로 했던 조폭들의 범죄 건수가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어났다는 점은 서민들을 더욱 악질적으로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는 조폭세계의 변화를 시사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권이 생기면 교활하게 움직이면서도 먹을 것이 없으면 매몰찰 정도로 뒤돌아서는 조폭들의 습성을 경찰이 이미 꿰뚫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조폭과 양아치에 상관없이 걸리면 무조건 잡는다’는 한 베테랑 수사관의 말처럼 이들의 경계는 우리에게도 더이상 불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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