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여성화가 삶통해 자신 '오버랩'
“자기를 잊지 않고서야만 남을 진심으로 사랑할 것이요, 자기를 잊지 않고서야만 여자의 자유평등이 있을 것이요.”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1896~1948). 소설 속 주인공 가은은 나혜석의 뜨거운 예술적 열정과 거침없는 사랑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간다.
김제 출신 소설가 함정임씨(41)가 나혜석의 삶을 모티프로 삼은 장편소설 ‘춘하추동’을 펴냈다.
중학교 때부터 읽었던 소설들의 첫 문장을 기억하고, 아버지의 숨겨진 여자로 일생을 살았던 작은어머니를 기억하는 서른두살의 다큐멘터리 작가 가은. 그의 연인 M은 유부남이다.
가은은 여성으로서 예술가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나혜석의 용기에 반해 그의 생애를 추적하게 된다. 그리고 냉정하게 분석하고 판단해야 하는 관찰자의 입장이지만, 자꾸만 그녀의 삶 속으로 끌려들어가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M을 버려두고 스페인으로 떠났던 그의 아내가 돌아오고, 가은은 M을 잊어버리지도 간직하지도 못한 채 나혜석의 삶을 쫓아 이곳 저곳으로 떠돌게 된다. 여정의 끝, 가은은 자신이 M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나혜석이 아닌 자신의 초상이 완성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작가는 왜 나혜석을 선택했을까.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젠텔레스키의 책을 번역하다 나혜석의 삶까지 들여다보게 됐고 지극한 애정을 갖게 됐다”는 함씨는 이번 소설을 통해 나혜석을 자신의 문학적인 질료로 녹여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야기 속에서 다른 이야기들을 펼쳐내는 액자소설을 즐겨하는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나혜석과 소월(素月) 최승구, 가은과 M, 가은의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의 사랑과 아픔을 맞물려 놓았다. 여성으로서 예술을 하며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묻고, 사랑과 시대와 생의 고단함과 쓸쓸함을 담아냈다.
‘실존하는 인물을 모티프로 해서 쓴 소설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의 모습 그 자체다.’
책의 말미, 역사 속 주인공 나혜석과 소설 속 주인공 가은, 현실 속 주인공 함정임이 오버랩된다.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온 함씨는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과 ‘밤은 말한다’ ‘동행’ 등을 발표했다. 1997년 서른넷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작가 김소진이 그의 남편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