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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방사성폐기물의 진실

필자는 엊그제 4월 6일 월성원자력방재센터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주시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경주시장, 경주시 의회 의장 및 의원들로부터 집요한 부탁을 받았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경주시가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내 고향 부안 땅에서는 아직도 반핵깃발이 펄럭이는데… 왜 그럴까·

 

필자는 금년 3월 5일 국회를 통과한『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 1차적인 단서를 찾는다. 이 특별법은 방사선 누출의 위험성이 높은 「고준위폐기물」을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시설에 반입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또한, 유치지역에는 사업초기에 3천억원의 특별지원금을 지급하고, 운영기간 중에는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반입수수료를 내도록 규정했다. 반입수수료는 연간 50억원에서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의 본사를 유치지역으로 옮기는 동시에, 지역업체에 공사기회를 부여하고 지역주민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특별법에 명시했다. 한수원의 본사가 이전하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지방세입이 발생할 것이란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부의 양성자가속기를 그 지역에 설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변함없는 방침이다. 양성자가속기는 전국의 대학과 지자체가 욕심내는 최첨단 연구시설이다. 종합하면, 과거 안면도, 굴업도, 위도에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건설하려던 때와는 현저하게 달라진 지원조건을 특별법과 정부정책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경주시의 처분시설 유치 타당성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사람은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는 경주시 양남면 대표였다. 그는 경주시 의회 의원이었는데, 원자력발전소에 가장 가깝게 인접되어 있는 주택에 살고 있었다. 방사성폐기물이 위험하다면 그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사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선 구역에서 사용한 장갑, 작업복, 덧신, 폐필터, 이온교환수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위해 사용한 주사기, 솜, 가위, 붕대는 낯설지 않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연구실의 시약병, 시험관, 폐품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이것들은 유형별로 분리되고, 그에 적합한 용기(드럼통 등)에 담겨 창고에 저장된다. 그 창고가 처분시설이다.

 

이러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시설에서 추가로 나오는 방사선량은 1년에 0.01 밀리시버트이다. 다른 경우와 비교하면, 그 양의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X레이 사진을 한번 찍으면 0.1 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쐬게 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10배나 되는 방사선량이다. 우리가 항공기로 유럽여행을 한번 다녀오면 0.07 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쐬게 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7배나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1년에 2.4 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쐬면서 살아가고 있다. 대지로부터 0.4 밀리시버트, 공기 중에서 1.3 밀리시버트, 우주로부터 0.35 밀리시버트, 음식물에서 0.35 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쐬고 있는 것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서 나오는 것보다 무려 240배나 많은 방사선량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서 추가로 쐬게 되는 방사선이 평소에 쐬는 방사선의 240분의 1밖에 안되는데 전북 부안에서는 왜 반대했을까·

 

부안에서는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가 부족했고, 특히 방사선의 진실에 대한 지식이 군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 반핵단체들의 일방적인 주장이 군민들의 판단을 선점했다. 농산물이나 수산물이 방사선에 오염되어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군민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군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가장 과학적으로 관리되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비과학적인 주장과 선동에 제압당했던 것이다. 부안사태가 진정되자 반대운동을 촉발했던 핵심인사의 대부분은 부안을 떠났다. 부안은 그들의 고향도 그들의 삶터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전북의 도민들이 앞장서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꼭 유치하길 기대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대단히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연간 방사선량 0.01밀리시버트에 비해 너무나 많은 지원이 보장되어 있는 “약속의 시설”이기 때문이다. 부안에서의 갈등이『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잉태했기에 더욱 간절하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 전북에 유치되면 지난날 부안의 상처와 아픔을 상큼하게 씻어낼 수 있고, 편을 갈라 목소리를 높이고 삿대질했던 동네 어른들이 예전의 화목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원자력기술의 선진화와 방사선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과학기술부 차관의 입장에서 고향 어른들께 드리는 정직한 제언이다.

 

/최석식(과학기술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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