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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영화] 클레이애니메이션 2제 - '유령신부' '월래스와 그로미'

점토에 불어넣은 '유쾌한 생명'

유령신부(위), 월래스와 그로미 (desk@jjan.kr)

클레이애니메이션 또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이하 점토애니)은 장인정신의 산물이다. 점토애니 작업은 더디고 뻣뻣하기 때문이다. 인내심한계의 시험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찰흙인형을 1㎜씩 움직여 사직을 찍고 그 사진을 이어붙여 영화로 만든다. 1초에 24프레임이 필요한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꼬박 하루 12시간을 작업해도 고작 1∼2초 남짓한 분량을 건질 수 있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선 점토애니만큼 따뜻하고 정겨운 게 없다. 입체감이나 질감은 3D나 셀에니메이션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공교롭게도 이번주엔 점토애니 2편이 나란히 개봉한다. ‘애니메이션은 애들용’이라고 치부하기엔, 상상력이나 스토리가 실사영화를 뺨친다. 2편 모두 깐깐한 작업을 거친 만큼 제작기간이 10년안팎이다. 이 가운데서도 ‘유령신부’는 악동감독 팀버튼 특유의 재치와 능청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굳이 구분하자면 ‘유령신부’는 어른용, ‘월레스와 그로밋-거대토끼의 저주’는 가족용이다.

 

△유령신부(감독 팀버튼·목소리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졸부집안인 반 도르트일가와 가난한 세습귀족인 에버글롯 일가가 사돈을 맺기로 한다. 반도르트의 아들 빅터와 에버글롯가의 딸 빅토리아는 결혼식 리허설에서 처음 만나지만 서로에게 불꽃이 튀긴다. 숲속에서 결혼식예행연습을 하던 빅터는 무심코 나뭇가지에 결혼반지를 끼우는데, 이게 실수였다. 하필이면 이 나뭇가지는 결혼을 앞두고 억울하게 죽은 신부의 손가락. 땅을 헤치고 솟아난 처녀귀신은 빅터를 자신의 남편이라고 주장하고 유령세계로 데려간다. 빅토리아도 호락호락 유령에게 신랑을 빼앗기진 않겠다고 벼른다. 한 남자-살아있는 여자-죽은 여자간의 삼각관계가 갈수록 꼬여간다.

 

‘유령신부’는 딱 ‘팀버튼표’영화다. 중세유럽의 고딕양식을 배경삼아 약간은 괴기스러우면서도 유쾌하고 진지하다. 무엇보다 넘치는 상상력이 관객들의 시선을 묶어둔다. 마치 ‘크리스마스악몽’‘슬리피할로우’‘빅피쉬’ 등 자신의 필모그래프를 뭉뚱그려놓은 것처럼, 팀버튼식 코드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러시아의 민담을 원작으로 삼았다지만, 제법 의미심장한 복선과 장치가 수두룩하다. 유령들이 사는 지하세계는 밝고 활기가 넘치지만 인간세계는 칙칙하고 우울하다. 눈알에서 벌레가 나오고 뼈가 드러나는 앙상한 모습의 처녀귀신은 인간 신부보다 더 섹시해 보인다. 아마도 팀버튼은 탐욕으로 일그러진 세상을 조롱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이승에서의 인연을 마무리한 유령신부가 수만마리의 나비로 ‘우화’하는 엔딩씬은 팀버튼의 화두이기도 하다. 시체와 구더기가 난무하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사랑’이라는 점을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팀버튼의 단짝인 조니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팀버튼의 부인)이 목소리연기를 맡아 팀버튼영화의 방점을 찍었다. 영화의 백미라면 “죽음은 두렵지않다. 사는게 더 겁난다”는 대사. 역설적으로 살아있음을 감사해야하지 않을까.

 

△월래스와 그로밋-거대토끼의 저주(감독 스티브 박스 닉 파크·목소리 헬레나 본햄 카터)

 

영국이라면 ‘보수’‘전통’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영국문화만큼은 예외다. 넘치는 상상력에 풍자과 유머가 풍성하다. 헐리우드도 대변되는 미국문화도 자양분은 영국에서 얻는다. 영국의 대표적인 점토애니 명가인 아드만스튜디오가 영국적 상상력으로 토해낸 최근작이 ‘월래스와 그로밋’이다. 지난 97년 국내에서도 개봉됐던 단편 3부작을 9년만에 장편으로 내놓은 ‘월래스와…’는 항상 실수투성이인 발명가 월래스와 주인의 해결사인 충견 그로밋이 영국시골마을을 위협하는 거대토끼를 체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월래스와…’의 미덕은 영국식의 점잖으면서도 신선한 유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아냈으면서도 식상하지 않다. 여기에 작업자의 지문이 묻어날 만큼 인형들의 표정들이 부드러운면서도 정교해 ‘왜 전세계 관객들이 이 영화에 열광했나’를 공감케 한다. 실리콘인형이 출연하는 ‘유령신부’와는 달리 ‘월래스와…’는 100% 점토인형으로 손맛을 살렸다. 아드만-드림웍스의 합작이라는 사실을 강변하기라도 하듯, 본 상영에 앞서 3D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의 건달펭귄들이 ‘마다가스카 펭귄들의 크리스마스미션’으로 10분간 깜짝출연한다. 헬레나 본햄 카터가 ‘유령신부’에 이어 ‘월래스와…’도 목소리연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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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epicur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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