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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학교 다니고 싶어요" 소망이룬 할머니들 - 이학구

이학구(김제 원평초등학교 교감)

김제 원평초등학교(교장 유주영)는 2년 전부터 전북도교육청 지정 평생교육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한글미해득자 교육을 위한 ‘우리글 교육반’을 개설했다. 이 반에서 60대 중반에서 80대 할머니들 30여 명이 한글 공부를 했다.

 

난생 처음 학교 교실에서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들. 이 분들은 처음에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 집안 식구들에게까지 친구 집에 놀러간다고 말했다. 지급한 교과서나 학습용구를 들고 다니는 것도 쑥스러워 검정 비닐봉투에 넣어 가지고 다니셨다. TV 방송국 취재 카메라를 보고 책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우리가 동물원 원숭이냐?”고 노발대발 화를 내시기도 했다. 자신의 얼굴이 텔레비전에 나오면 사위나 손자들에게 창피해서 고개도 못 든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난면서 한글 몇 자라도 알고 싶다며, 또 자기 식구들 이름이나 주소라도 직접 쓰고 싶다며, 시장의 간판 글자라도 읽고 싶다며, 어디 가는 버스인지라도 알고 싶다며 열심히 공부하셨다. 손녀딸 같은 선생님을 따라 2년동안 글을 읽고 써보며 한글을 깨쳤다. 이제 이 분들은 간단한 편지도 쓸 수 있고, 학교생활도 너무 즐거워하며, TV카메라가 얼굴을 찍어도 미소를 지어주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해 줄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

 

그런데 내년부터 평생교육 한글공부반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할머니들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6년간 다니는 것처럼 자신들도 6학년까지 다녀야 한다며 학교장에게 통사정을 하셨다. 마침내 그 소식을 접한 도교육청에서는 내년에도 계속 평생교육을 운영할 수 있도록 배려와 지원을 하게 됐다. 늦깎이 할머니들의 작은 소망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종교단체, 사회봉사단체 등 많은 기관이나 단체에서 평생교육에 큰 관심을 갖고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문화혜택을 많이 누릴 수 있는 도시지역에 한정되고 있는 점이 아쉽다. 시골에서도 학교의 유휴시설을 이용하여 방과 후에 우수한 교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평생교육 운영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

 

/이학구(김제 원평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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